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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모습/일상

경기도 박물관 - 넘나듦의 경계를 보다

by 내오랜꿈 2007. 6.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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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박물관의 홈페이지를 한번씩 검색 하는데, 특별 전시장에서 "해탈의 문 사찰 꽃살문 전시회"가 있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었지만, 전시기한을 넘겨버려 미처 보지못함에 조금 안타까웠다가 연장전시 막바지에 드디어 기회를 잡았다. 일요일,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민속촌 앞에서 남편 친구 부부를 만나 늦은 점심으로 우리가 자주 가는 감미옥에서 냉면을 먹고, 산책하듯 그곳을 찾았다. 굳이 전시회가 아니더라도 너른 야외의 조형물들을 감상하며 자판기에서 커피 한잔 뽑아들고 설렁설렁 시간을 보내기에 그리 인색하지 않는 곳이 집 가까이 있다는 것은 참 다행한 일이다. 이곳은 정보와 역사, 학술 등 박물관 고유의 기능은 물론 매달 바꿔가며 어린이 영화상영, 답사, 체험, 강좌 등 일반인이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되어 정체된 공간이 아니라 활기 있어 보이는, 마치 이웃의 사랑방 같은 느낌이 든다. 또한 운이 좋으면 때때로 박물관에서 주체한 어린이들의 사생대회 출품작들을 2층의 상시전시장 올라가는 복도에 걸어두어 그 재미를 보태기도 한다.




『 해탈의 문 사찰 꽃살문 전시회는 국립청주박물관에서 기획·전시된 후 경기도박물관(관장 이종선)으로 옮겨 새롭게 열리는 순회전이다. 이번 전시회는 범어사의 관조스님이 촬영한 22곳 사찰의 꽃살문 사진이 선보인다. 사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단순한 형태의 날살문과 띠살문부터 가장 화려한 솟을꽃살문에 이르기까지 모두 70여점의 사진이다. 지금껏 꽃살문은 화사한 모양새에 비하여 사찰과 신앙의 중심에서는 벗어나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조선의 불교미술 가운데 꽃살문은 경건한 신앙심이 민중의 마음과 결합되면서 귀족적인 긴장감이 사라지고 소박하며 단순하고 따스한 정감이 어린 아름다움으로 표현되어 왔다. 즉, 독특한 한국성을 지닌 우리의 문화유산인 것이다. 또한 꽃살문은 부처와 중생을 이어주는 엄숙한 경계를 치장하면서도 그 안에는 우리네 어머니, 아버지의 삶과 같은 순수함과 담담함이 담겨 있다. 이번 전시회를 통하여 그간 무심히 지나쳤던 꽃살문의 순박하고 정겨운 아름다움을 새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


나의 경우, 불교신자는 아니지만 산 좋고 물 좋은 곳에 대부분 우리나라의 사찰이 위치하다 보니 절을 찾는 횟수가 잦았다. 처음 얼마간은 다른 무엇보다 부도밭과 석등에 관심이 갔었고, 지금까지 창살의 경우에는 특별히 시선을 끄는 곳 외엔 그다지 눈여겨 보지 않는 편이라 무심하게 스쳤지만, 그리 낯설지 않는 소재인 여러 가지 사찰 꽃살문에 대한 전시개요를 보고 호기심이 동했었다. 울긋불긋하게 채색된 단청의 화려함도 있을 것이고, 오랜 세월을 거치는 동안 빛이 바래 나뭇결 그대로 드러난 다양한 문양은 단연 궁궐이나 사찰을 떠올리기 쉽상이지만, 이와 상관없이 유년시절, 설 명절을 앞두고 일년에 한번씩 가로, 세로살이 네모 반듯하게 교차하는 가장 기본적인 형태의 소박한 창살에 풀냄새 폴폴 풍기며 창호지를 바르던 엄마 생각으로 좀 더 친근하게 다가섰다.


꽃살문을 해탈이라고 명한 것은 상징적으로 넘나듦의 경계, 그 마지노선 때문이 아닐까. 전시실은 사진과 모형 두 가지 형태로 구분되어 있었는데, 관조스님이 적을 두신 범어사를 비롯하여 내소사, 성혈사, 동화사, 용문사 등등.. 사찰을 이야기 할 때 꼭 창살의 빼어난 아름다움까지 함께 회자되는 곳들은 거의 전시되어 있었지만, 이미 보았던 것들도 렌즈를 통해 다시 보니 모두 처음인 듯 생소하다. 전시실에서 당연히 사진 찍는 행위 자체를 삼가 해야겠지만, 전시 내용이 플래쉬를 터뜨려 작품에 손상이 갈 만큼의 영향이 없다는 판단과 옆방에서 우리 춤에 대한 공연에 사람이 몰려 상대적으로 인적이 드물어 (남편도 아이들과 함께 해설이 있는 우리 춤 관람 중이었음) 다른 관람객에게 방해 줄만한 일이 없는 틈을 타 몇 컷만 찍었다.



 


얼마 전에 다녀온 선암사의 '달 속의 방아 찧는 토끼' 와 '달 속의 계수나무와 새'의 문양인데 동화같은 이것을 아쉽게도 몰라서 보지 못했다. 어느 건물에 위치 해 있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어서 다음에 그곳을 찾는다해도 특별한 관심이 아니면 몇 번을 간들 또 스칠지도...




3년전 겨울, 용문사를 찾았을 때 보수공사로 인해 자세히 볼 수 없었던 윤장대를 비록 모형이나마 이곳에서 만나니 반가웠다. 대장전 안에 설치되어 있는 보물로 내부에 불경을 넣고 손잡이를 돌리면서 극락정토를 기원하는 의례를 행할 때 쓰던 도구라 한다.


그외 몇 가지 내가 찍은 건 빛 때문에 원하는 그림이 아니라서, 경기도 박물관에서 훔친 몇 개의 사진을 올리며 아울러 '꽃살문'에 대한 간단한 이해도 함께.....



『 한국의 전통 문은 대부분 문틀 안에 얇은 살대를 짠 다음 안쪽에 창호지를 발라 만들었다. 이것을 살문이라 하는데 바깥에서 보면 문의 살대가 그대로 드러난 채 여러 가지 모양(亞자, 井자 등)으로 배열되어 특이한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이 살대를 어떻게 꾸몄느냐에 따라 다양한 이름이 붙여졌는데 특히 절에서는 다양하고 화려한 꽃무늬로 살대를 장식한 꽃살문으로 법당문을 만들기도 했다. 꽃살문은 살대에 연꽃 모란 국화 해바라기 백일홍 또는 이름을 알 수 없는 관념적인 형태의 꽃들을 새긴 문살을 사방 연속으로 짜맞춘 구조로, 승려들이 거처하는 요사채의 문살이 단순·소박·검소함을 유지하고 있는 것과는 아주 대조적이다. 부처님을 공양하고 불전을 높이 경사스럽게 꾸미고자 한 옛 사람들의 마음들이 모아져 이런 아름답고 화려하고 다양한 꽃살문들이 만들어진 것이다. 』



written by 느티

2004 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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