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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모습/일상

마복산 산행에서 만난 사람...

by 내오랜꿈 2014. 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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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일요일은 눈 맞으며 순천 조계산을 올랐었고, 오늘은 마복산이라는 데를 다녀왔다. 높이는 538미터 정도 되는데, 해발 0미터에서 시작하는 산행이니 웬만한 산 1,000미터는 되는 셈이다. 능선길에서 바라보는 해창만 간척지 모습과 나로도 인근의 아기자기한 섬들이 보는 이의 눈을 즐겁게 하는 곳이다.


하지만 오늘 산행에서는 눈의 즐거움보다는 삶의 지향점이 비슷한 사람을 만나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었다. 산행길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겐 의례적인 '안녕하세요?'란 인삿말 정도를 건네는 게 고작인데, 오늘은 무엇에 끌렸는지 부부로 보이는 어느 산객들과 이야기를 주고받다 산행은 제쳐두고 2시간 넘게 이야기꽃을 피우게 되었다.


고흥으로의 귀농 9년차 부부. 밭농사는 물론 논농사 역시 유기농으로 짓고 있는 사람. 무늬만 유기농을 지향한 채 돈벌이에 혈안이 된 많은 귀농인들이 보여주는 실망들에 대한 공감. 나보다 더 철저하게 검소하고 생태적 삶을 실천하는 것 같은 모습들에 대한 존경심. 


산행은 이렇게 가끔씩 삶의 우연한 기쁨을 가져다주기도 하는 것 같다.


마복산 정상에서 바라본 해창만 간척지 들판의 모습


<추기>

어제 마복산에서 만난 그 부부가 이튿날인 일요일 아침부터 우리 집을 찾아왔었다. 10시가 조금 못 되어 왔다가 오후 5시가 되어서야 돌아갔으니 7시간을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눈 셈이다. 지나고 생각해보니 ‘징한’ 사람들이다. 우리나, 그들이나.....

그들은 몸으로 직접 실천하고 있는 농사에 대해서(논 1,600평, 밭 1,000평의 농사를 짓고 있다), 난 머릿속으로만 알고 있는 게 절반이 넘는 농사에 대해서 나누는 대화들. 그러고도 죽이 맞아서 그렇게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는 게 새삼스럽다. 다만, 이러한 관계, 곧 호감이나 교감의 깊이 만큼의 시간이 함께하지 못한 관계는 너무 쉽게 단절될 수 있다는 걸 경험한 터라 약간의 걱정스러움이 앞서는 것도 사실이다.

나이를 먹어갈수록 새로운 관계는 언제나 조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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