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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모습/농사

파프리카에 대한 슬픈 진실 1 - 오이고추를 새롭게 발견하다

by 내오랜꿈 2014. 7.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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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우리나라 사람은 '맵고 짠' 음식을 많이 먹기 때문에 위장에 관한 질병이 다른 나라 사람들에 비해 많이 발생하는 편이라고들 한다. 나 역시 보통 사람들보다 '맵고 신' 음식을 좋아하는 편이다. 짠 음식은 될 수 있는대로 싱겁게 먹을려고 노력하지만 매운 것과 신 것은 그저 몸이 원하는대로 먹는 편이다. 그래서 신 맛이 나지 않는 귤은 아무리 달아도 나에겐 맛이 없는 귤이 되고, 맵지 않은 고추는 도무지 손이 가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 집 텃밭에는 해마다 10그루 정도의 청양고추가 심어져 있다. 풋고추로 따먹기 위해서다. 이러다보니 비빔국수를 만들어 먹을 때마다 아내와 식초를 더 넣어야 한다 아니다를 두고 싸우고, 조림음식을 할 때마다 고추장이나 고춧가루를 더 넣어야 한다 아니다를 가지고 다투기 일쑤다.

 

그렇기에 나는 청양고추 정도의 매운 맛이 나지 않는 풋고추는 아예 손이 가지 않는다. 특히나 오이고추 같은 건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내 기억 속에 오이고추는 풋내 나는, 못 먹을 음식인 것이다. 지금까지 내 손으로 키운 적이 없으므로 아마도 어느 음식점에서 나온 오이고추를 먹어본 경험이 머릿속에 각인된 탓일 게다.

 

 

 

그런데 올해는 텃밭에 이 오이고추를 여덟 포기나 사다 심었다. 하도 아내가 심자고 성화를 하기에 애초에는 못 이기는 척, 한 세 포기 정도만 심을 계획이었다. 텃밭에 '대촌' 고추 100 포기와 청양고추 10포기 심기를 마무리 한 5월 초 어느 날, 업무차 녹동 농협에 갈 일이 있었다. 총무담당 임원과 이야기를 마치고 하나로 마트에 들렀더니 토마토, 고추, 가지 등 모종을 팔고 있었다. 처음에는 계획한대로 오이고추 3포기와 꽈리고추 3포기만 살려고 했는데, 모종을 진열해 놓은 곳 모서리 한쪽에 이쑤시게 만한 고추(?) 모종이 놓여져 있었다. 직원에게 저게 뭐냐고 물으니 파프리카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오잉?

 

5월초면 아무리 못 자라도 한 뼘 정도는 자라야 밭에 정식을 하든지 말든지 하지 저걸 어쩌라고? 세어보니 전부 12포기였다.  다시 직원에게 저걸 뭐하러 가져다 놓았냐고 하니까, 애초에 팔려고 육묘를 했는데, 실패한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다른 모종을 사 가는 분들한테 원하시는 분이 있으면 그냥 가져가라고 놔두었단다. 그래? 그러면 한 번 가져가 볼까 하는 생각이 드는 한편, 모종 이천 원어치(오이고추, 꽈리고추 각각 3 포기 천 원씩) 사가면서 저걸 다 가지고 가기는 좀 미안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오이고추 8 포기, 꽈리 고추 4 포기를 4천원 주고 사면서 '문제의' 파프리카 12포기를 업어오게 된 것이다. 즉, '견물생심'이 발동하여 3 포기의 오이고추가 8 포기로 늘어난 것이다.^^

 

이런 사연을 간직한 채 지금 우리 집 텃밭에는 파프리카 12 포기, 오이고추 8 포기, 꽈리고추 4포기가 일반고추 틈바구니에서 자라고 있는 것이다. 참 서글픈, 우리 집 파프리카에 관한 진실이다. 이 파프리카 이야기는 다음에 계속 하기로 하고.....

 

 

오이고추, 사진 편의 일반고추와기가 비교된다

 

이렇게 해서 농사 짓고는 처음으로 오이고추를 8포기나 심게 되었다. 처음에 이걸 다 어떻게 소화하나 걱정하니까, 내가 오이고추를 안 먹는 걸 아는 아내는 장아찌를 담으면 어느 정도 소화 가능할 것이고 그래도 남는 건 나눠주지 뭐, 하며 넘어갔다. 그런데 그로부터 불과 한 달여 만에 나는 오이고추 매니아가 되었다. 씹으면 단물이 나오며 톡 하는  아삭아삭한 식감은 나에겐 새로운 맛이었다. 내 머리속에 각인되어 있는 오이고추와는 전혀 딴판이었다. 아마도 내가 먹어본 오이고추는 하우스 같은 데서 제대로 맛이 들지 않은 채 수확되어 음식점으로 공급된 것이었나 보다. 지금은 이 오이고추를 밥 먹을 때는 물론이고 막걸리 안주로도 즐겨 먹고 있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8 포기는 둘이서 먹기에는 좀 많은 편이다. 6포기 심은 가지도 마찬가지다. 토마토나 오이보다는 더디 자라던 가지도 지금은 하루에 너댓 개씩 감당불가능할 정도로 열매를 쏟아내고 있다. 아직은 말려서 묵나물로 민들기에는 너무 이른 편이라 부지런히 먹고는 있지만 아무래도 주변에 나눔을 해야 할 형편이다.

 

그나저나 참 끈질기게 내리는 비다. 7월 2일부터 오늘까지 보름 동안 3일 빼고는 계속 비가 내리고 있다. 많이 오고 적게 오고를 떠나서 장마철 특유의 그 찝찝한 습함은 사람을 처지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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