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살아가는 모습/농사

반가운 여름 햇살

by 내오랜꿈 2014. 7. 14.
728x90
반응형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하루 종일 햇빛이 보이는 게. 대충 헤아려 봐도 열흘은 넘은 것 같다. 나보다 햇빛이 더 반가운 건 텃밭의 작물들이리라.




이제 이 상추들은 제 역할을 마감하고 있다. 이른 봄부터 무시로 뜯어먹던, 치커리와 함께 우리 식탁의 일부를 책임졌던 고마운 존재다. 마감하는 것이 있으면 시작하는 것도 있는 법. 가을재배용으로 파종한 양배추와 브로콜리, 케일이 제법 자랐다. 이걸 좀 더 큰 포트에 가식한 뒤 본밭에 정식할지, 조금 더 키워서 그냥 본밭에 바로 정식할지를 두고 고민하고 있다. 6월 말에 파종한 상추들도 제법 올라오긴 했는데, 아직 본밭에 내지 못 하고 있다. 장마 걱정, 고온 걱정에 견딜 수 있을까 싶어서다. 이래저래 고민만 늘어가는 중이다.




내가 찍은 사진에 그림자가 드리우는 게 도대체 얼마만인가. 햇빛이 가장 신나는 건 아마도 이 고추이리라. 아직까진 아무런 병도 없고, 노린재도 거의 없어서 예년에 비하면 완전히 놀고 먹는 것 같다. 이렇게 희희락락 하다가 한 방에 훅~ 가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




가지도 이제 본격적으로 굵어질 것이고, 기나긴 비에 낙과되지 않고 살아남은 단호박들도 영글어 갈 것이다. 사실 농사란 자연이 짓는 것이고 사람은 그저 보조 역할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나는 그저 '자연의 보조자'일 뿐이라고.




비가 그친 어제(일요일) 오후에 마당의 잔디를 깎아서 후박나무 밑에 쌓아두었다. 어떻게 할까 잠시 고민중이다. 삼순이 자매들의 똥과 섞어서 거름을 만들지 고추나 토마토 밭에 그냥 멀칭재료로 쓸지를. 잔디는 다른 풀들보다 탄질율이 높아서인지 퇴비화되는 시간이 길다. 그래서 대부분 멀칭재료로 쓰는데 지금 고추나 가지의 경우는 더 멀칭해줄 필요가 없을 것 같다. 그래서 고민인 것이다.




삶이 이렇게 고민이기만 하면 무슨 재미가 있을까? 기쁨도 찾아야 하는데, 마땅히 찾을 데가 없어서 돌아보니 비파술이 눈에 들어온다. 지난 6월 25일 경에 담은 것인데 벌써 노오란 황금빛 색깔이 나기 시작한다. 행복은 먼 데 있지 않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