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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여유/여행

연화도 낚시 여행

by 내오랜꿈 2009. 9.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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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 지루했던 여름의 끝자락이 보이던 9월초. 갑자기 폭주한 일로 정신도 못 차린 채 비몽사몽 간에 따라 나선 곳이 통영 앞바다의 '연화도'였다. 연속으로 몇 날을 밤샘한 뒤끝이었기에 무리하게 움직일 상황이 아니었음에도 미리 계획된 선배님 가족과의 약속을 깨기가 싫어서 억지로 시간을 만들었다. 또한 제철 맞은 고등어나 갈치 등을 낚을 꿈에 부풀어 있는 남편의 바램도 외면하기 어려운 탓에, 일행들이 낚시할 동안 나는 만사를 제끼고 잠이나 푸지게 자겠다는 계산으로 연화도행 첫배에 몸을 실었다.

 

미리 예약해 둔 민박집에 짐을 풀자마자 선배님과 남편, W가 주인 할머니의 소개로 배를 빌려 낚시하러 나갔다. 나는 남해안 적조가 막 시작되는 시기여서 잡혀줄 고기가 있을런지 의문스러워하는 언니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스르르 꿈나라로...


얼마나 지났을까. 달디 달게 자고 일어났더니, 어느새 쿨러와 물통에 생선을 가득 채워가지고 일행들이 의기양양하게 귀가했다. 그동안 철 따라 부푼 꿈을 안고 떠난 몇 차례의 바다낚시 여행 가운데 작년의 매물도 이후 가장 큰 소득이다.

 


▲ 전갱이와 고등어로 가득 채운 쿨러. 능성어 두 마리와 우럭, 놀래미도 있었다. 전갱이는 매물도에서 보다 씨알이 굵었다. 하지만 '철모르는' 아줌마들은 남자들을 향해 너무 많이 잡아왔다고 타박했다. 


▲ 회를 치고, 구이를 하고 남은 전갱이와 고등어는 손질해서 얼음을 채워 집에 가지고 간다는 소리에 생선 매니아는 못 얻어먹을까봐 잔소리를 그쳤다. 그리고 민박집 주인 할아버지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통발로 잡은 우럭을 두어 마리 얻는 행운까지....

 

▲ 짜쟌~ 도와준 건 하나 없지만 할아버지께서 주신 우럭까지 포함하여 남자들의 솜씨로 조촐하게 상이 차려졌다. 등푸른 생선인 전갱이와 고등어는 살이 고소하고 기름지기에 다른 회의 맛을 잡아먹는 것이 단점이라면 단점. 갓 잡아올린 싱싱한 것으로 승부하니, 뭔들 안 맛있겠냐만 여기서 굳이 등급을 매기자면 구이는 조금 살이 퍽퍽한 고등어 보다 전갱이가 훨씬 고소하고 연하다.


새벽 2시부터 시작한 탓에 하루가 유달리 길었지만 먹자마자 병든 닭처럼 나는 또 잠에 빠졌기에, 일행들이 한밤에 무슨 짓을 했는지 나는 모른다.^^


 

▲ 이튿날, 연화산을 오르며 저어기~ 양식장 주변이 낚시질 장소였다고....

 

여수의 짐을 싸면서 사 온 몇 종류의 생선을 바꿔가며 두고 두고 먹었는데, 그것이 떨어지고 나니 생선이 고팠다. 지난 4년간 여수를 오르내리면서 산지의 값싸고 살아 펄펄 뛰는 신선한 생선을 먹다보니, 마트엘 가도 냉동이 대부분인 생선 코너가 눈에 들어올 리 만무하다. 장 보면서 아쉬운대로 생물 고등어를 몇 번 들었다 놨다하다가 결국 발길을 돌리게 된다.


그랬는데,,,, 연화도에서 낚시한 고기 외에도 언니가 항구에서 갓 내린 갈치를 한상자 사서 나눈 것까지 보태니, 갑자기 생선 풍년을 맞았다.



written by 느티 : 2007 09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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