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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여유/여행

일본 간사이 여행 4 - 아라시야마

by 내오랜꿈 2009. 8.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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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8.18(토) : 볼 게 많아 걱정인 교토 (3)


☞ 동선 : 교토고쇼 - 킨카쿠지 - 료안지 - 고류지 - 덴류지 - 토롯코 열차(편도) - 교토 시내 관광(한큐 가와라마치역 부근)



6. 토롯코 열차 


위의 동선 표시에서 보듯 오늘 하루 돌아다닌 곳들은 하루에 돌아보기에 엄청 무리가 따르는 코스이다. 아마도 교토에 머무르는 시간은 한정되어 있는데, 유적지 하나라도 더 볼려는 욕심이 빚어낸 결과라 할 수 있다. 이것은 단순히 일정이 빡빡한 탓에 생기는 신체적 고통에서 나오는 후일담만은 아니다. 


 영화 <게이샤의 추억>의 주무대였던 아라시야마의 모습


얼마 전에 개봉한 영화 <게이샤의 추억>을 찍은 주무대 가운데 하나가 아라시야마라는 사실과 일본의 국민작가로 일컬어지는 나쯔메 소세키가 즐겨 머물면서 소설을 썼다는 온천이 바로 이 아라시야마 온천이라는 사실을 일본에 와서 안내 책자를 보고서야 알았다. 나쯔메 소세키는 일본인들에게는 근대문학의 시조로 추앙받는 작가인데, 얼마 전에 읽었던 정선태의 <심연을 탐사하는 고래의 눈>이라는 책을 통해 소세키가 자주 머물렀다는 아라시야마라는 지명을 알고는 있었지만 그곳이 이곳인줄은 정작 생각도 못하고 있었던 것. 


 아라시야마역을 출발하자마자 왼편 강기슭에 있는 아라시야마 온천


내 생각에 오늘 우리가 돌아본 일정은 고토고쇼에서 료안지까지를 하루 코스로 하고, 아라시야마를 돌아보는 과정 속에서 고류지, 덴류지와 토롯코 관광열차를 포함시키는 것을 별도의 하루 코스로 추가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 혹 다음에 다시 갈 기회가 있다면 아라시야마를 하나의 테마로 정해서 천천히 돌아보고 그 속에서 보여지는 덴류지의 위상이나 의미 같은 것을 느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이상 남편 의견) 



덴류지 북쪽의 대숲길을 벗어난 호젓한 곳에 자그마한 토롯코 아라시야마역이 있다. 토롯코 사가역에서 토롯코 카메오카역까지의 7.3km 정도를 운행하는 토롯코 관광 열차가 정차하는 역 가운데 하나다. 토롯코는 광산이나 토목 공사용 차를 의미하는데, 폐광된 곳이 많은 지금은 호즈강의 비경을 끼고, 관광 상품으로 개발하여 인기를 누리고 있다. 


"H"가 5호차 짝수열 표를 끊으라고 누누히 강조했지만 우리가 원하는 대로 전부 끊을 수는 없었고, 4장은 짝수열, 3장은 홀수열로 오후 4시53분 막차를 끊을 수 있었다. 조그만 종이 차표에 시간과 좌석이 수기로 표기되어 있는 점이 향수를 불러 일으킨다. 우리가 표를 끊고 조금 지나자 관광객들이 왕창 몰려들어, 조금만 늦었어도 입석으로 갈뻔 했으니 이나마 다행이다.

 


▲ 토롯코 관광열차를 표현해놓은 모형도.

▲ 승차까지 시간이 남아서 아이스크림 빨며 주변을 산책 중에 만난 두루미(?). 이 토롯코 아라시야마역 주변은 다닥다닥 붙은 일본 전통 가옥과는 달리, 작으나마 정원이 딸린 고급 전원주택이 많다. 아마도 교토 귀족들의 별장으로 활용되었던 역사와 관련 깊지 않나 생각된다.


하루 종일 절간만 찾아 다닌 지루함을 한방에 날려줄만한 비경을 기대하며 열차를 기다리고 있는데, 잠시 후 열차의 도착을 알리는 역무원의 멘트가 역내에 울려퍼진다. 그런데 소리의 진원지는 방송실이 아니라, 제복을 입은 나이 지긋한 역무원이 마이크를 들고 역사에서 계단을 걸어 내려오며 하는 즉석 방송멘트이다. 마치 가라오케 분위기를 연출하는 의외의 그 모습이 코믹하고 멋있어서 한바탕 웃는 사이, 토롯코 사가역에서 출발한 열차가 들어왔다.

 


▲<左> 한무리의 중국 관광객들, 역시 시끄럽다. <右>알록달록한 땟깔로 치장한 토롯코 열차. 

▲ <左>멘트의 주공인인 역무원의 배웅을 받으며 출발~~ <右>지붕과 좌우가 훤한 5호차 내부 


"H"가 5호차를 고집한 이유를 열차를 타고서야 알게 되었는데, 사방이 오픈형이라 풍경 감상에 좋을 거 같았다. 지정석이 만석이라 입석으로 가는 사람도 꽤 있어서, 우리는 운이 좋았다고나 할까. 홀수열 셋은 남자들이 앉고 짝수열 네자리는 여자들이 차지했다. 하지만 기차가 출발하여 터널을 지나자 첫풍경은 짝수열을 고집한 보람도 없이 홀수열에서 시작되자, 모두들 이거 정보가 잘못된 거 아니냐,며 실망의 눈길을 쏘았다. 물론 그것도 아주 잠깐일 뿐, 호즈강의 본격적인 비경은 역시 짝수열 방향이었지만.. 


사실, 우리의 강원도만 가도 널린 게 이런 경치인지라 무턱대고 칭찬만 할 정도로 감탄스러운 건 아니지만 하루 종일 걷는데 지쳐있던 일행들에게 피로회복제 정도의 역할은 충분히 된 것 같다. 


이런 류의 관광열차가 그렇듯, 방송으로 연신 안내 멘트를 하지만 시끄러운 열차 소리에 묻혀 알아듣기 힘들어서 무용지물에 가깝다. 호즈강을 끼고 컴컴한 터널을 자주 통과하는데, 경치본다고 창문을 모두 열어둔데다 속도를 빨리하니, 소음이 엄청나서 귀를 틀어막고 싶을 정도다.

 


▲ 중간 지점인 호즈쿄역에서 오니 가면을 쓴 사내의 깜짝 이벤트가 기다리고 있었다.

▲ 호즈쿄역의 명물은 역시 이 너구리들. 중앙에 발라당 누워 있는 두 녀석의 모습이 익살스럽다. 


그렇게 각양각색의 표정으로 들뜬 관광객을 싣고 한참을 올라간 토롯코 열차가 산속 한가운데 정차하는 곳이 바로 토롯코 호즈쿄역. 우리가 탄 열차에서는 내리는 사람이 거의 없었는데, 호즈강의 뱃놀이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이곳에서 하차해 보트를 타고 다시 아라시야마로 돌아간다고 한다. 원래 벌목운반용 배가 이곳에서 오사카까지 나무를 실어날랐던 것인데, 이것을 관광용으로 개발한 것이라 한다.




이런 풍경을 끼고 20여 분 달리니, 일본여행 오기 직전에 갔었던 강원도 정선이 자꾸만 떠오른다. 아우라지 근처에 레일바이크를 타는 관광상품이 개발되어 성황을 이루고 있긴 하지만 일본과 비교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일본은 폐광이나 벌목용 산림철도를 관광상품화 해서 운행하고 있는 게 전국적으로 24개나 된다고 한다. 물론 이러한 관광상품화가 무조건 옳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자연훼손, 환경오염 등의 문제가 없진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는 몇몇 건축업자나 가진 놈들 배불려주는 지역개발 사업이나 동계올림픽 유치 같은 것에 목메지 말고, 그 돈으로 자연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이러한 관광상품을 개발하는 데 좀더 많은 고민을 하면 안 되나, 하는 짧은 생각도 스친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 열차는 이내 종착역인 토롯코 카메오카역에 도착했다.

 


▲<左>종착지인 토롯코 카메오카역 <右>호즈쿄역에서 가면을 썼던 주인공이, 종착역에서 관광객을 위해 포즈를 취해주고 있다. 

▲ 교토역으로 가기 위해 누구는 '쎄빠지게' JR 우마호리역을 찾아 헤매는 동안, 누구는 이 아가씨들과 사진박기를 하고 있었다. 유카타를 입은 그녀들도 우리와 같은 관광객인 듯 싶은데, 기꺼이 포즈를 취해주었다. 덕분에 우리 모두 돌아가면서 한장씩.


토롯코 카메오카 역에서 JR우마호리역까지 걸어가는 짧은 길 옆은 전형적인 시골풍경이다. 모르고 걷는다면 여기가 일본인지 우리나라인지 구별하기란 쉽지 않을 것 같다. 



7. 한큐 가와라마치에서 



교토역에 내려 버스를 타고 한큐 가와라마치역 인근에서 내렸는데, 현대적 건물과 상점들이 즐비하고 있어서 번쩍거리고 북적이는 폼새가 한눈에도 시내임을 알 수 있다. 또한 대형 건물마다 보도 위에 지붕을 내고 있어서, 비오는 날 우산없이 다녀도 좋을 것 같다. 아.. 구경은 잠시 뒤로 미루고, 맛있고 근사한 저녁 먹을 곳을 찾는 게 우선 과제다.

 


▲ <左> 쭉~~~ 늘어선 택시의 행렬 <右>한큐 백화점 옆 골목에서 식당 찾아 헤매고 또 헤메고...

▲ 돈까스 전문점 "카쯔쿠라" 


모름지기 여행에서 먹는 즐거움을 뺀다면 아무리 아름다운 것을 본다한들 무슨 기쁨이 있으리오. 그래서 우리 부부는 여행에서의 먹거리에 상당히 신경을 쓰는 편이다. 특히나 그 지방을 방문하면 지역 특산물은 될 수 있는대로 먹어보자는 주의다.


하지만 이틀 코스 분량을 하루에 움직인 이날, 일행들의 몸은 맛있는 걸 찾아 헤메기에는 너무 지쳐 있다고 해야 하나? 교토에는 300년이 넘는 가게들도 즐비하고 맛집을 소개한 가이드북을 가지고 있었지만 피곤하고 배고픈 '동물들'에 불과한 그 순간의 우리들에게 그것은 그야말로 무용지물이었다. 겨우 가까운 골목에서 꽤 유명하다는 튀김집을 찾아냈지만 자리가 없어서 퇴짜 맞고, 본토초 입구에서 눈에 보이는대로 찾아 들어간 곳이 돈까스 전문집. 


이번 일본여행에서 느낀 것이지만 일본에서는 웬만한 식당은 나름대로 일정 수준의 질은 담보하고 있는 것 같아 보였다. 첫날 쿄토타워에서의 라멘집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먹을만 했던 것을 보면. 돈까스 정식에 산토리 맥주를 곁들여 맛있게들 비워냈다.



▲ 입구에서 샘플보고 주문한 돈까스 정식. 밥도 있고, 미소국도 있다. 소스는 본인이 갈아서 제조하는 이런 집이 한국에도 많아서 그리 색다른 곳은 아닌데, 탱탱한 새우튀김의 맛은 확연히 다르다.

▲ 가모가와 강변 본토초 거리에 형성된, 우리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선술집들. 


원래 계획은 가모가와 강을 따라 형성된 본토초를 지나 기온가까지 걸어가는 것. 하지만 물 먹은 솜처럼 무거워진 몸이 기온(祗園)까지 걸어가 교토의 밤문화를 즐기기에는 역부족. 몇 발자욱 걷지 않아 모두들 호텔로 돌아가기를 원했다. 한 살이라도 덜 먹은 티를 내는지, 인테리어 일을 하는 "J"만이 아이디어도 얻을 겸 교토 밤거리를 더 둘러보고 오겠다고 하며 한큐 가와라마치 쪽으로 가고, 우리는 편의점에서 갖가지 맥주를 사가지고 먼저 호텔로 돌아왔다. 


그러나 호텔로 돌아와 샤워를 마친 뒤 보여지는 일행들의 모습은 이게 진정 한 시간 전의 인간들이 맞는가 싶을 정도로 생생하기 그지 없다. 아사히 생, 기린 골드, 산토리 프리미엄, 아사히 드래프트, 기린 드래프트로 이어지는 맥주의 향연 속에 둘쨋날 밤이 깊어간다. 


▲ 편의점 진열대에서 발견한 우리 '신라면'



written by 느티 2007 08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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