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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여유/먹거리

혼자서 김장하기

by 내오랜꿈 2019. 12.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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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동안 혼자서 김장을 했다. 배추 40포기, 약 80키로그램 정도를. 배추, 무 수확하여 다듬어 절이기부터 시작해서 마늘 3Kg, 쪽파 1.5Kg, 갓 1.5Kg, 생강 450g 손질하여 김치양념소 만들어 버무리기까지 쉴 틈 없이 움직인 이틀 반이었다.


첫날 : 배추, 무 수확; 쪽파, 갓 손질하기


텃밭의 배추 80여 포기 중 속이 찬 배추 40포기와 무를 수확했다. 주말부터 기온이 다시 영하로 떨어진다기에 무를 수확, 저장하는 김에 김장을 하기로 한 것. 속이 덜 찬 배추는 짚으로 묶어 두었다. 아마도 상추가 사라지는(된추위가 없어서인지 아직은 치커리와 상추가 뜯어먹을 만하다) 겨우내 알찬 쌈채소로 요긴하게 쓰일 터. 쪽파와 청갓도 각각 2Kg 정도씩 수확했다.



배추, 무


올 가을은 10월 이후 비가 거의 오지 않았다. 덕분에 김장용 배추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포기당 2~2.5Kg 정도의 아담한 크기로 자랐다. 4등분 할 필요가 없이 절반을 가르면 딱 손질하기 좋은 사이즈다. 시중에 파는 배추는 거의 대부분 물 먹은 하마처럼 3Kg이 넘어가는 묵직한 것들이다.


배추 다듬고, 무 다듬어 저장하니 사위가 어둑어둑하다. 쪽파, 갓 다듬기는 내일로 미룰까 생각하다, 저녁을 먹고선 마저 손질하는 것으로 방향 정리. 아무래도 내일 일이 너무 많을 거 같아서다.


둘째날 : 배추 절이기, 마늘 까기, 생강 손질하기, 김치양념소 만들기


10시부터 절반을 자른 배추 80토막을 큰 비닐 봉투 3개에 나눠 켜켜이 쌓아 절이고 나니 12시가 살짝 지나고 있다. 소금은 약 7Kg 정도 쓰였다. 배추 1kg에 소금 약 80~90g 정도가 들어간 셈이다. 이 정도 소금 양이면 약 10시간 정도는 절여야 할 것 같다. 점심 먹은 뒤 마늘 3.5Kg을 까기 시작했는데 한참이 지났는데도 끝이 안 보인다. 두어 시간이면 될 줄 알았는데, 생강 손질까지 마치니 저녁이다. 마늘 까는 데 이렇게나 시간이 많이 걸렸던가? 아님 내가 느려서인가? 새삼 어제 쪽파, 갓을 다듬어 둔 게 엄청 잘한 일이란 생각이 든다. 아침에 끓여서 식혀 둔 양념소용 다시물에 고춧가루와 멸치액젓, 새우젓 넣은 뒤 버무린 다음 마늘, 생강 찧어 넣으니 저녁시간이 한참 지났다.


저녁을 먹은 뒤 절인 배추 씻어 물빼기 작업이 시작됐다. 김장의 키포인트다. 얼마나 잘 절여졌느냐를 가늠하고 잘 씻은 다음 배추 포기를 어떤 각도로 뉘어야 물이 잘 빠지는지를 각자의 경험치로 판단하는 과정이다. 적당한 각도로 누이어 물을 빼면 다음 날 양념소를 묻히기 전에 배추 포기를 다시 쥐어 짤 필요가 없어진다. 8시부터 시작해서 마치고 나니 밤 12시가 넘었다. 하루 종일 배추에 소금 치고, 마늘, 생강 다듬고 절구에 찧어 양념소 만들고, 절인 배추 씻어 말리는 일을 순전히 혼자서 하고 나니 도대체 화장실은 언제 갔었나 싶을 정도다. 허리는 끊어질 듯하다.



▲ 하루 전에 준비한 김장 양념소에 갓, 쪽파, 청각을 넣어 버무린다.


셋째날 : 양념소에 갓, 쪽파, 청각 썰어 넣은 뒤 버무리기


어제 준비한 양념소에 갓, 쪽파를 각각 1.5Kg 씩 3~4cm 크기로 썰어 넣고, 청각 30g은 잘게 다져 넣은 뒤 찹쌀풀 1L 정도를 양념소의 농도를 보아가며 넣어서 섞어 주면 김장 양념소 만들기가 마무리된다. 이제부터 포기마다 골고루 잘 버무리는 일만 남았다. 우리집 김장 양념소엔 무채가 들어가지 않는다. 대신 무를 큼직하게 썰어 오래 두고 보관할 김치 포기 중간중간에 넣어 둔다. 나중에 익은 김치와 함께 꺼내 먹으면 동치미 무와는 또다른 맛을 즐길 수 있다. 처음엔 80 토막이나 되는 저 배추를 언제 다 버무리나 싶은 생각에 한숨이 절로 나오지만 모든 일은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게 마련. 늘 그랬듯 오래 두고 먹을 건 김치냉장고용 보관통에, 겨울에 먹을 건 작은 항아리에 넣는다.


다 마치고 나니 오후 네 시가 넘었다. 폐허가 된 듯한 거실과 욕실을 내버려 둔 채 누워버리고 싶을 정도로 내 몸이 내 몸 같지 않다. 맥주 한 잔 마신 뒤, 대충 씻어 마무리하니 밥 때 됐다고 따라다니며 보채는 멍멍이들이 발걸음에 부딪칠 정도로 어스름하다. 보름 때인가. 초저녁 달이 유난히 밝게 느껴진다.


김장용 주재료 : 배추 80kg, 무 6kg, 청갓 1.5kg, 쪽파 1.5kg, 소금 7kg

김치양념소 재료 : 고춧가루 2.5kg, 다시물 3L, 멸치액젓 2kg, 새우젓 500g, 생새우 1kg, 다진 마늘 2.25kg, 생강 450g, 찹쌀풀 1L, 고추청 1L, 검정깨 30g, 마른청각 20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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