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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여유/먹거리

한 해의 마무리, 김장

by 내오랜꿈 2018. 12.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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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하는 김장이지만 할 때마다 어딘가 조금씩 다르다. 맛도 모양도 숙성의 시기나 정도도. 똑같은 양념, 똑같은 비율은 물론 담그는 사람 역시 변함 없는데도 그렇다. 아마도 가장 큰 차이는 해마다 배추의 자람새나 생김새가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또 배추를 절인 정도나 젓갈의 숙성 정도도 영향을 미칠 테고. 양념의 재료나 배합 비율 같은 건 늘 한결같을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온도나 습도, 강우량 등의 기후조건은 사람이 어찌 할 수 없는 것이니 말이다.

 

 

 

▲ 올해 김장배추는 너무 속이 많이 차고 우람하다. 내가 좋아하는 배추는 아래 사진 오른쪽처럼 작지만 단단한 것이다.

 

올해 김장배추는 속이 너무 많이 찼다. 거름은 물론 심을 때 말고는 물도 잘 안 주는 주인 때문에 우리집 배추는 늘 속이 차다 만 듯한 배추로 자라기 십상. 그런데 올해는 10월부터 배추를 수확하기 직전까지 사흘에 한 번꼴로 내린 비 덕분인지 텃밭엔 우람한 체구를 자랑하는 배추가 태반이다. 한 손으로 들기에는 너무 묵직한, 내다팔기 전 물배 가득 채운 '도야지'마냥 물 잔뜩 먹은 듯한 배추. 속이 많이 찼다 안 찼다의 문제가 아니라 너무 무겁다는 말이다. 내가 젤 싫어하는 배추다.

 

 

 

▲ 올해는 갓김치도 한 단지 담글 예정이다.

 

그렇다고 속이 안 찬 배추로 김장을 할 수는 없으니 손 가는 대로 50여 포기 뽑아 속 갈라 절이고 보니 너무 많다. 늘 속이 덜 찬 배추로 해왔던 김장인지라 양이 잘 가늠이 안 된 탓일 게다. 게다가 얼청갓도 한 보따리다. 배추 뽑아 다듬어 절이고, 갓 다듬어 절이니 이미 사위는 어둑어둑. 저녁 한술 뜨고 절인 푸성귀 다 씻고 나니 밤 12시가 넘었다. 아침부터 시작한 일을 날이 바뀌고 나서야 겨우 마무리한 셈. 끊어질 듯한 내 허리는 누가 보상하나!

 

배추, 갓 절여서 씻고 나면 김장은 거의 끝난 거나 마찬가지다. 다른 해와 차이가 있다면 두세 시간 걸리던 양념 버무리는 작업이 서너 시간 걸렸다는 정도. 늘 그렇듯 우리네 한 해 마무리는 너무 힘들다. 아무래도 내년부터는 김장을 좀 줄여야 할 거 같다.

 

 

 

 

우리집 김장 양념 재료 및 배합 비율은 다음과 같다. 주재료의 양은 고춧가루 양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나 비율은 변함 없고 부재료는 그때그때 사정에 따라 약간씩 달라지기도 한다. 육수의 양도 농도 조절을 위해서 약간 가감될 수는 있으나 이 이외의 재료는 일체 들어가지 않는다. 소금, 설탕 등 그 어떤 것도.

 

◈ 김장 양념 주재료 : 고춧가루 5kg, 멸치젓갈 4.5L, 새우젓 500g

◈ 김장 양념 부재료 : 생새우 2kg, 마늘 1.5kg, 생강 500g, 쪽파 700g, 갓 700g, 청각 300g

◈ 육수 : 멸치, 황태 머리, 밴댕이, 새우, 다시마, 양파, 대파, 무, 당근 등으로 끓인 육수 5L

◈ 찹쌀풀 : 2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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