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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락 또는 비상>, 2010 - 파비앵 메렐르 |
제23회 동계올림픽이 한국의 평창에서 열리는 가운데, 알프스 지방 주민들은 큰 비용이 들고 인위적이며 환경에 파괴적이기까지 한 동계올림픽 유치를 더는 원치 않는다. 국제올림픽위원회(이하 IOC)는 민주적 방식으로 표현된 이런 거부감을 파악하고 올림픽 계획을 수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17년 10월 15일, 오스트리아 서부 티롤 주(주도 인스브루크)에서 시행한 주민투표에서, 53.5%의 유권자가 2026년 동계올림픽 유치에 반대표를 던졌다. 1964년과 1976년 동계올림픽을 유치했던 인스브루크에서는 반대여론이 한층 높아, 개표 결과 67.4%가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지난 2월 스위스 그라우뷘덴주에서는, 2026년 동계올림픽을 유치하자는 생모리츠와 다보스시의 주장을 주민의 60%가 반대했다.
이런 불신이 처음 나타난 것은 아니다. 한때 대중적이며 보편적인 행사로 소개됐던 올림픽이 이제는 지역주민에게 철저히 거부당하는 행사가 돼버렸다. 2013년과 2014년에는 2022년 동계올림픽 유치가 폴란드의 크라쿠프, 독일의 바이에른과 뮌헨, 스위스의 그라우뷘덴에서 거부당했다. 그로부터 얼마 뒤 2022년 동계올림픽의 마지막 후보였던 노르웨이의 오슬로에서도 주민투표 결과가 반대로 굳어짐에 따라, 결국 올림픽 유치를 포기했다. 이런 결과는 독일의 ‘놀림피아(No와 올림픽의 합성어-역주)’ 같은 환경단체들이 강력한 반대 운동을 펼친 덕분이기도 하지만, 정치적인 움직임을 넘어서서 지나친 예산에 대한 불안감이 더해진 탓이다.
알프스산맥에서 올림픽이 치러진 것은 지난 2006년 토리노 올림픽이 마지막이다. 그 후에는 2010년 밴쿠버(캐나다 로키산맥), 2014년 소치(러시아 캅카스)에서 유치됐다. 이번 동계올림픽은 2018년 2월 9일 평창(한국 태백산맥)에서, 다음번에는 2022년 베이징 근처에서 열린다. 1924년 제1회 동계올림픽이 열렸던 샤모니를 포함해 총 22회의 경기 중 11회를 유치하며 충실한 주최국이었던 알프스 국가들과는 상당히 먼 곳들이다.
한편, 올해 그르노블시는 1968년 그르노블 동계올림픽의 50주년을 기념한다. 이때 동계올림픽을 개최하면서 시는 고속도로, 공항, 역, 문화회관, 올림픽 개최도시 공영주택 등의 공공시설을 갖출 막대한 정부 지원금을 받았다. 이런 공공시설은 지금도 여전히 사용되지만, 봅슬레이 트랙과 스키점프대, 실내외 스케이트장 등 스포츠시설은 상황이 다르다. 금방 낙후돼 사용 불가능한 것이 대부분이다.
그르노블은 다시 한 번 올림픽을 유치할까?
그르노블 시의회는 이번 50주년 기념식을 “모든 그르노블 주민이 자신의 일부 문화적, 도시적, 사회적 유산에 재적응하는” 기회로 삼기로 했다. 마찬가지로 1968년에 세워져 상당히 현대적인 성의 형태를 한 시청에서, 관광‧삼림 담당자 피에르 메리오는 이 문화유산 관리에 대한 고충을 털어놓았다. “특히 스포츠 경기장이 그렇다. 원래 용도를 살리기도 어렵고, 스포츠경기 외의 다른 행사를 유치하기는 더욱 어렵다.”
그르노블 시는 다시 한번 올림픽을 유치할 수 있을까? 유럽생태녹색당 출신의 그르노블 시장은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올림픽 유치는 바람직하지도, 가능하지도 않다. IOC는 재정 투명도나 민주적 운영, 환경을 지키려는 노력 중 무엇 하나 확실한 게 없으니 말이다.” 전대의 그르노블 시의회는 2018년 올림픽 유치 경쟁을 고려했다가 거대주의의 시대에 올림픽이 요구하는 난제에 직면한 바 있다. 당시 유치를 진행했던 고위 관계자는 익명으로 이렇게 털어놓았다. “주민이 45만 명에 불과한 그르노블시의 규모에 비해, IOC가 요구하는 인프라나 숙소는 터무니없이 큰 규모였다. 한 나라의 정부 차원에서 강력한 의지로 끌고 가거나, 거대한 도시계획 없이는 불가능한 수준이었다.” 실제로 동계올림픽의 규모는 계속 커지고 있다. 1968년의 그르노블에서는 35개 경기에 1,158명의 선수가 출전했던 반면, 2018년의 평창에서는 102개 경기에 3,000명 이상의 선수가 출전한다.
천문학적 예산에 엄청난 환경비용
환경단체 ‘자연보호산맥(Mountain Wilderness)’의 공동사무국장 뱅상 나이링은 있는 그대로의 산림과 단절된 동계올림픽을 비난했다. “동계올림픽은 대규모의 도시정비 수단을 얻을 기회를 유치도시에 가져다준다. 이는 순식간에 시설을 낙후시키고(2006년 토리노 올림픽이 입증한 사실이다), 경기장을 건설하는 데 극도의 비정상적이고 인위적인 논리를 펼치게 한다. 경기 트랙과 빙질 역시 인공적이고 균일화된다. 어디에서나, 모든 선수에게 동일해야 하니 말이다.” 그 여파는 역사상 가장 높은 비용을 기록했던 소치 올림픽 때 절정에 달했다.(1) 동계와 하계를 통틀어 360억 유로의 예산이 집행됐고 그 중 46억 유로가 단 한 번의 올림픽 유치를 위해 사용됐다.(2) 나머지는 교통인프라, 수익성이 불확실한 동계스포츠 인프라, 그리고 어마어마한 환경 비용에 들어갔다. 이 모두가 부패와 러시아 선수들의 약물복용을 배경으로 이뤄진 것이다. 나이링 사무국장은 “우리가 원하는 것? 균일화된 시설에 날로 커지는 덩치를 자랑하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자연적·문화적·역사적 특수성을 보여주는, 올림픽 없는 알프스뿐이다!”라고 결론 내렸다.
프랑스 남동부의 알베르빌은 타랑테즈의 사부아 저지대로 접어드는 길목에 자리한다. 5만 3,500명의 상주인구가 언제나 스키를 즐길 수 있는 알베르빌 스키 리조트는 유럽 최대 규모로 최고 35만 명까지 수용할 수 있다. 2017년 말, 이 작은 도시 곳곳에 자리한 경기장들에서는 여전히 불빛이 반짝였다. 이 모두 1992년 제25회 동계올림픽을 기념해 만들어진 시설들이다. 당시 유치위원이자 알베르빌 동계올림픽 박물관의 클레르 그랑제 관장은 이런 추억을 경계하듯 말했다. “알베르빌시의 성공은 처음에는 혁신적이었으나 이내 보편적인 사항이 돼버린 세 가지 원칙 덕분에 보장된 셈이다. 첫째, 버려지는 시설이 생기는 일을 피하고자 기존시설을 일시적으로 재정비하고 재사용하기. 둘째, 다른 무엇보다 선수들에게 초점 집중하기. 셋째, 지역주민과 올림픽을 연결하기 위해 지역을 개발하기.”
프랄로냥 스케이트장, 쿠르쉐벨 스키점프대, 라플라뉴의 봅슬레이 트랙은 여전히 이용되지만 적자로 운영된다(시 지자체 측에서 봅슬레이 트랙에 연간 11만 유로를, 스키점프대에 15만 유로를 지원한다). 그랑제 관장은 “우리는 애초부터 이 시설들을 운영하겠다는 선택을 했다. 이는 올림픽 유치를 위해 치러야 하는 대가였던 셈”이라고 강조했다. 관장의 증언에 의하면, 올림픽 부대시설은 관광 인프라 차원에서 “11년 간 수익을 창출해줬으며” 사부아 지방의 국제적인 명성을 강화했다. “지금으로부터 30년 전 일이었다. 오늘날에도 알프스에 올림픽이 필요할까? 신흥국가들이 올림픽을 유치하고 있다는 사실은 결코 우연이 아닐 것이다.” 실제로, 아시아 국가들을 비롯한 신흥국 시장에서는 동계스포츠 산업이 새로운 성장의 희망을 가져다주고 있다. 지난 10년간 스키투어 판매액이 정체되거나 감소한 사실에서 잘 드러나듯,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알프스 시장과는 다르게 말이다.(3)
스위스 로잔의 IOC 본부는 레만호를 굽어보는 곳에 자리했다. 12월 중순이 되면 레만호는 수면이 흔들리는 탓에 회색빛으로 변하고, 주변 알프스산맥은 온통 구름에 잠긴다. 언뜻 IOC의 이미지와 닮은 풍경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2016년 리우 올림픽과 2020년 도쿄 올림픽 유치와 관련해 일부 IOC위원은 부패 스캔들에 연루됐고, 러시아 선수들의 약물복용 문제가 불거졌으며, 유럽의 유치 후보 도시들은 연일 사퇴를 표하지 않았던가. 유럽의 자진 사퇴는 비단 동계올림픽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다. 함부르크와 부다페스트는 주민 반대로 2024년 하계올림픽에도 반대표를 던졌다.
지난 9월 페루 리마에서 열린 IOC 총회에서는 2024년 및 2028년 올림픽 개최지가 단독 후보였던 파리와 LA로 각각 결정됐다. 이때 IOC는 한발 양보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토마스 바흐 위원장은 “올림픽 어젠다 2020이 탄생한 덕분에, 올림픽 운동은 지금까지의 영예에 기대는 대신, 긍정적 변화의 주체로 남고자 계속 투쟁할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어젠다 2020을 이루는 40개 세부 권고안 중에는 유치도시 선정과정의 “새로운 철학”, 특히 “(IOC 측의 큰 재정분담을 통한) 비용 절감”, “(위원회의) 올바른 거버넌스 원칙 및 도덕성 강화 및 적용” 등이 있다. 약속했음에도 종종 무시되곤 하는 원칙들이다.(4)
지난 10월, IOC는 2026년 동계올림픽을 위해 이 올림픽 어젠다 2020을 신속하게 변형해 채택했다.(5) 스위스 출신의 크리스토프 두비 IOC 수석국장은 이렇게 요약했다. “올림픽 유치를 어디에서나 가능하도록 단순화하려면, 올림픽의 산물(경기장, 주변 인프라 등)을 유연화해야만 한다. 우리는 유치과정 및 입찰 규정서를 검토했다. 이는 근본적인 변화를 의미하며, 올림픽의 모델이 더는 단 한 가지만이 아님을 증명한 셈이다. 인프라가 절실하게 필요한 지역이 있는 반면, 이미 인프라를 갖춰 최소비용으로 대규모 행사를 유치할 수 있는 알프스 같은 곳도 있다.” 두비 수석국장은 “우리는 올림픽이 어느 도시를 이용하는 것 이상으로 해당 도시가 이 올림픽을 이용하길 바란다. 스포츠 유산으로서의 가치가 입증되는 경우가 아니라면, 우리는 스포츠 인프라를 굳이 개발하길 바라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행사의 규모 감소 및 비용 절감을 위해 관중과 TV 관계자의 수, 개최 위원회의 규모를 제한하는 등 유치도시와의 “공동건설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천문학적 예산을 쏟은 평창의 기이함
평창올림픽은 이 “새로운 모델”과는 여전히 거리가 먼 상황이다. IOC에 의하면 애초 15억 유로로 예상됐던 실행예산은 20억 유로를 넘어설 예정이다. 경제학자 블라디미르 앙드레가 ‘경매 우승자의 저주’라 칭했던, 예산이 끝없이 올라가는 현상을 잘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 수 없다.(6) 평창은 여기에 철도 인프라로 대표되는 80억 유로의 예산을 더했다. 이번 올림픽은 소치 올림픽에 이어 역사상 최고비용의 올림픽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두비 국장은 “평창 올림픽은 우리가 향후 기대하는 올림픽의 모델이 아니다. 한국은 동계스포츠의 새로운 장을 열고 인프라를 개척하길 바라는 만큼, IOC를 뒤따를 생각이 없다”고 인정했다. 그는 2022년에 개최될 베이징 올림픽은 그보다 비용이 적게 들 것이라 확신했다. 정말로 2022년 올림픽이 예고됐던 바처럼 30억 유로(그중 15억이 실행비용) 수준으로 유지될 수 있을까? 어쨌든 하계올림픽을 이미 유치한 도시가 또다시 동계올림픽을 유치하는 유일무이한 사례다. 하계올림픽의 경기는 중국 대도시 내에서 진행되고, 동계올림픽의 스키경기는 고도가 낮고 눈이 거의 덮이지 않은 산지에서 치러질 예정이다. 당국에서는 스키 전용 경기장을 건설할 예정인데 이 중 일부는 굉장히 민감한 자연지대에 위치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 스키장에서 물과 에너지를 막대하게 소비하는 인공 눈을 사용할 수밖에 없음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베르비에와 크랑 몽타나의 스키장들 사이에 협곡 깊숙이 자리한 스위스 발레의 소도시 시옹은 2026년 올림픽 유치도시에 입후보한 최후의 알프스 도시다. 시옹의 계획에는 여러 읍면에 현존하는 다양한 스키장들이 포함된다. 스위스올림픽위원회가 진두지휘한 시옹의 입후보 예산안을 살펴보면, 17억 유로의 실행 비용에 인프라 건설 명목의 8,500만 유로와 안전 유지 명목의 2억 5,500만 유로만을 더했을 뿐이다.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올림픽보다 훨씬 낮은 비용이다. 발레 시의 안전설비스포츠담당자 프레데릭 파브르는 단언했다. “IOC가 올림픽 어젠다 2020을 실행에 옮길 후보를 찾는다고? 스위스야말로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최적의 위치다. 우리는 미래의 올림픽을 바란다. 추가 인프라도, 그 어떤 특수한 숙박시설도 더 짓지 않을 것이다”
반면 시옹의 거리에서는 회의주의가 판을 친다. 일례로 시옹 시의원 디오니스 퓌모는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올림픽 유치? 안 될 게 뭐 있겠나. 그러나 우리 같은 상황에서 협곡을 건드리지 않고 행사를 유치하려면, 명예와 돈 이외의 그 무엇으로 의욕이 고취된 지도자들이 필요하다.” 한편 필리프 바론 시옹 시장은 신중한 태도를 고수했다. “우리는 이미 존재하던 계획을 한층 진척시킬 올림픽을 원한다. IOC가 우리를 계속 지켜볼 것이고 우리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재통합하고, 단순화하고, 절약하라.’ IOC가 이 선에서 멀어진다면 우리는 중단할 것이다.”
스위스 연방위원회는 2026년 시옹 올림픽에 8억 5천만 유로를, IOC는 7억 7천만 유로를 지원할 준비가 돼 있지만 스위스 국회는 이에 회의적이다. 시옹의 녹색당 의원이자 로잔대학 지리지속성연구소의 교수로 재직 중인 크리스토프 클리바즈(7)는 이번 입후보안을 신뢰하지 않는다. “좋지 않은 시기에 나타난 좋지 않은 징조다. (경제를) 다각화해야 하는 시점에 스키와 동계산업에 모든 것을 계속 퍼붓겠다는 것 아닌가.” 클리바즈 의원은 알프스 지역 스키산업의 상당한 부진과 이들 지역에서 두드러지는 기후변화라는 도전과제를 고려해, 산지에 대한 접근방식을 재고하고 “모델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동계올림픽은 이미 각종 시설로 가득한 산악지대에서 고비용으로 치러지는, (‘눈’이라는) 백금에 입각한 과거의 모델이다. “IOC에 대한 신뢰감 하락은 어마어마한 수준이다. 올림픽 정신이라는 것이 더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차라리 잠재적인 악몽에 가깝다.”
올림픽 유치 여부를 결정하는 발레 지방 주민투표는, 6월에 있을 예정이다.
글·프랑수아 카렐 François Carrel 기자
번역·박나리 karsella@naver.com
연세대 불문학과 및 국문학과 졸업.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업. 저서로 <세금혁명> 등이 있다.
(1) Guillaume Pitron 기욤 피트롱, ‘A Sotchi, produire de l’or blanc sur la mer Noire 소치올림픽에서 야망을 키우는 푸틴’,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한국어판 2014년 2월호.
(2) 러시아 올림픽조직위원회에서 2014년 내놓은 공식수치.
(3) 출처: 프랑스의 스키 가능 지역.
(4) Yann Bouchez, ‘CIO: après le chantier de l’attribution des Jeux, celui de la corruption reste entier(IOC: 올림픽 유치 현장 이후, 부패 스캔들이 고스란히 남다)’, <르몽드>, 2017년 9월 15일.
(5) <Le CIO adopte une nouvelle approche pour le processus de candidature aux Jeux olympiques d’hiver de 2026(IOC가 2026년 동계올림픽 후보 유치 과정에 새로운 접근법을 도입하다)>, IOC, 2017년 10월 17일, www.olympic.org
(6) Wladimir Andreff, <Pourquoi le coût des Jeux olympiques est-il toujours sous-estimé? La “malédiction du vainqueur de l’enchère”(왜 올림픽 비용은 언제나 과소평가되는 것일까? ‘경매 우승자의 저주’)>, Papeles de Europa, Madrid, 2012.
(7) Camille Gonseth, Cecilia Matasci와 공저자, <Tourisme d’hiver. Le défi climatique(동계 관광산업. 기후변화라는 도전과제)>, Presses polytechniques et universitaires romandes, Lausanne,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