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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여유/먹거리

짜지 않은 장 짜지 않은 젓갈? - 짜게 먹고 싶지 않다면 짜지 않게 먹는 훈련부터 해야...

by 내오랜꿈 2017. 12.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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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장 담그면서 변질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이유로 소주를 붓는 사람이 많다는 건 익히 알고 있었지만 젓갈에까지 소주를 붓는 사람들이 있다는 건 최근에야 알게 되었다. 따지고 들면 고추장에 소주 붓는 것도 어리석은 일인데 젓갈에까지 소주를 붓는다니? 제정신 가진 사람으로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행위 같은데도 인터넷이나 SNS에서 이러한 행위가 버젓이 재생산되고 있는 걸 보면서 도대체 이 어이없는 행위의 근원이 무엇일까를 생각해 보았다. 아마도 '친구 따라 강남 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터인데, 그들이 쉽게 따라가는 이유를 유추하자면 짠 음식에 대한 맹목적 공포가 그 근원이 아닐까 싶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는 소금이 마치 만병의 근원인 양 몰아세우며 식탁에서 내쫓으려 안달한다. 가히 소금과의 전쟁이라 부를 만한데, 그 전쟁이 과연 얼마만큼 효과가 있었는지 모르겠다. 혹시라도 식탁에서 내쫓기는커녕 사람들에게 소금에 대한 그릇된 공포만 심어준 건 아닐까?

 

모든 젓갈은 '원재료+소금'이 전부다. 원재료 종류에 따라 소금 비율이 다를 뿐이다. 가장 일반적인 재료인 멸치와 새우를 예로 들자면 멸치는 원재료 무게의 20~25%, 새우는 10~15% 정도의 소금을 넣는다. 더운 지방은 소금 비율이 높고 추운 지방은 낮다. 수천 년 동안 젓갈을 담궈 먹으면서 젓갈이 상하지 않으면서도 어육을 가장 효과적으로 가수분해시키는 소금의 적정비율을 찾아낸 셈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러한 적정 비율보다 소금을 적게 넣거나 소주, 심지어 물을 넣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다. 곧 젓갈을 짜지 않게 담그려고 소금을 줄이거나 젓갈에 물을 넣으니까 변질의 위험이 생기는 것이고, 이를 막기 위해서 소주를 넣어야 한다는 그릇된 인식의 악순환이 시작되는 것이다. 여기에는 사람들의 근본적인 착각 또는 무지가 한몫하고 있다. 장이나 젓갈이 덜 짜면 염분을 덜 섭취할 것이라는 생각!

 

 

 

▲ 고추장

 

과연 젓갈이나 장이 짜지 않으면 염분을 덜 섭취할까?

 

간단한 산수문제 하나 풀어보자. 콩나물국 500ml에 나트륨 농도 5% 새우젓 20g을 넣을 경우와 10% 농도 새우젓 10g을 넣을 경우 어느 국을 먹는 게 염분을 덜 섭취할까? 계산할 것도 없이 똑같다. 사람 입맛은 하루아침에 변하지 않는다. 음식 간을 맞추려 10% 농도 새우젓 10g을 넣던 사람이 5% 농도 새우젓 사용한다고 10g만 넣지는 않는다. 처음 한두 번은 의식적으로 10g만 넣어 싱겁게 먹을 수는 있을지 몰라도 시나브로 자기가 먹던 간을 맞추기 위해 20g을 넣게 된다. 사람 혀는 생각보다 완고하다. 아무리 소금과의 전쟁을 선포해도 소금 소비량이 쉽게 줄어들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혀를 그대로 두고 나트륨을 덜 섭취할 것이라는 헛된 망상을 실현하기 위해 애꿎은 젓갈에 물을 넣거나 소주를 들이붓고 있는 것이다.

 

 

 

▲ 장 담그기

 

진정으로 건강을 생각해서(최근 우리 사회는 설탕과 소금이 마치 비만이나 성인병 등 만병의 근원인 것처럼 인식하는 경향이 있지만 난 이런 인식들에도 동의하지 않는다. 앞으로 이 문제들에 대해서도 살펴볼 기회가 있을 것이다) 짜게 먹고 싶지 않다면 장이나 젓갈을 싱겁게 담글 게 아니라 짜지 않게 먹는 훈련부터 하시기 바란다. 아무리 짜지 않은 장이나 젓갈을 사용한다 하더라도 인간은 자기가 먹던 습관대로 간을 맞추게 되어 있다. 곧 입이 그대로고 혀가 그대로인 한 어떤 장, 어떤 젓갈을 사용하건 간에 나트륨 섭취 총량은 변하지 않는다. 생각해 보시라. 음식 간이 맞지 않은데 그 음식을 그대로 맛있게 먹을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그럼에도 짜지 않은 장, 짜지 않은 젓갈이 마치 나트륨 섭취를 줄이는 최선의 방편인 양 적정량보다 적은 소금을 넣거나 심지어 젓갈에 물을 넣기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당연히 변질의 위험이 생기는 것이고 이를 막기 위해 소주를 붓는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는 것. 이 무슨 원숭이 조삼모사에 넘어가는 짓들인지 모르겠다.

 

장이나 젓갈을 담궈 놓고 변질될까봐 염려한다는 것 자체가 도무지 말이 안 되는 소리다. 장이나 젓갈을 담그는 목적이 음식을 변질되지 않게 오래 보관하면서 먹으려는 필요에서 비롯된 것이다. 필요를 뒤집는 억지스런 행위는 대부분 실패할 수밖에 없다. 백 번을 양보해서 짜게 먹고 싶지 않다면 장이나 젓갈을 담글 때 괜한 헛수고를 할 게 아니라 차라리 먹을 때 의식적으로 덜 넣거나 물을 타서 드시면 될 것 아닌가. 소금 덜 넣은 장이나 젓갈 담그고선 변질될까봐 오랜 시간 전전긍긍하며 사서 고생하는 것보다는 먹을 때 덜 넣는 방법이 훨씬 더 실천하기 쉽고 경제적인 방법일 테니까 말이다. 물론 앞에서 강조했지만 혀가 그대로인 한 별 실효성이 없다는 건 알고 계시기 바란다. 55 사이즈 옷을 입고 싶으면 몸부터 만들어야지 77 사이즈 몸을 55에 구겨 넣을 수는 없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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