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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여유/먹거리

멸치 젓갈 거르기 & 어간장 만들기

by 내오랜꿈 2017. 1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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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살이 시작하면서 장류는 처음부터 직접 담궈 먹었지만 젓갈은 시골집에서 담근 걸 얻어다 먹다가 3~4년 전부터 직접 담궈 먹고 있다. 사실 젓갈 담그기는 너무 간단한 일이기에 직접 담근다는 표현이 어색할 정도다. 어떤 젓갈이든 "원재료+소금"이 전부이기 때문. 오히려 젓갈은 담그는 것보다는 걸러 내고 보관하는 뒷처리 과정이 까다로운 편이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시골에서도 젓갈 담궈 먹는 집은 점점 더 찾아보기 힘들다. 재작년에 담근 젓갈이 아직 남아 있기에 올해는 젓갈 담그기를 건너뛰었는데 지난 주말 진주에 김장 도우미하러 들렀다 젓갈 한 통 처리하는 일을 떠맡았다. 가급적이면 하기 싫은 일 가운데 하나가 젓갈 거르는 일인데 내가 안 하면 버리게 생겼기에 떠밀리다시피 맡은 일이다.



멸치 젓갈 거르기


젓갈은 숙성기간에 따라 '젓'과 '젓국'으로 나눌 수 있다. 1~3개월 정도 단기 숙성시켜 원재료의 형체가 남아 있을 때 먹는 것을 '젓'이라 하고(예컨대 명란젓, 창란젓, 오징어젓 등), 6개월 이상 숙성시켜서 찌꺼기를 걸러낸 것을 '젓국'이라 한다. 여기에 더해 젓국을 걸러낸 찌꺼기에 물과 소금을 추가해서 한 번 끓인 다음 맑게 걸러내어 '어간장'을 만들 수도 있다. 이 젓국을 두고 인터넷이나 SNS 상에서 무슨무슨 '액젓'이니 '육젓'이니 하며 중구난방으로 불리고 있는데 대부분 '젓국'을 일컫는다. 그런데 '액젓'이라 부르는 건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지만 '육젓'은 6월에 잡은 새우로 담근 새우젓(예컨대 새우젓은 '오젓', '육젓', '추젓' 등 잡는 시기에 따라 이름이 다르다)을 일컫는 것으로 멸치육젓이니 까나리육젓이니 하는 건 국적불명의 헛소리일 뿐이다. 요즘은 젓갈을 맑게 걸러내어 어간장이란 이름으로 판매하기도 하는데 이 과정에서 여러 가지 상술이 발휘된다. 물과 소금을 넣어 양을 늘리기도 하고 조미료 같은 식품첨가물을 넣기도 한다. 그러니 어간장을 살 때는 제조과정이나 성분표를 꼼꼼히 살펴야 한다.


멸치 젓갈은 용도에 따라 두 가지 방식으로 걸러내 보관한다. 액젓 찌꺼기가 들어 있는 탁한 형태로 보관하기도 하고 이것을 창호지나 광목천을 받쳐서 한 번 더 걸러내 맑은 액젓으로 보관하기도 한다. 우리 집에서는 김치 등을 담글 때는 주로 탁한 액젓을 사용하고, 무침이나 소스 같이 요리에 넣을 때는 맑은 액젓을 사용한다. 멸치 젓갈 거르기는 아주 단순한 작업이면서도 자잘한 손이 많이 간다. 기름기가 많으니 최소한의 도구를 사용해 뒷처리 거리도 최대한 줄이는 게 좋다. 채반을 받쳐 건더기와 액젓을 분리한 다음 1차로 걸러낸 원액을 다시 채반에 광목천 씌워 한 번 더 걸러 내면 맑은 액젓을 얻을 수 있다. 이 작업은 오랜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하다. 젓갈 한 통 걸러내자면 최소한 네댓 날은 각오해야 한다.



 멸치어간장 만들기


며칠 동안 멸치젓갈을 걸러 맑은 액젓을 얻고 남은 건더기를 재활용해서 멸치어간장을 만들기로 했다. 그냥 버리기 아깝기도 하지만 이렇게 만든 어간장은 메주 띄워 만든 간장과는 또 다른 맛을 낸다. 뼈와 묽은 반죽 같은 건더기를 솥에 넣고 20L의 물과 1KG의 소금을 더해서 두세 시간 가량 은근한 불로 달인다. 보통 멸치젓갈을 담글 때는 소금을 멸치 양의 20~25% 정도 넣는다. 그러니 멸치 20KG 한 통에 4~5KG의 소금이 들어갔을 것이다. 맑은 액젓을 걸러 내고 물 20L를 첨가했으니 어느 정도의 소금을 넣어주어야 할 터인데(만약 물 양을 줄이고 냉장고에 보관할 생각이라면 소금을 넣지 않아도 된다), 이때 소금 양은 만드는 사람이 사용 용도나 보관 장소를 감안하여 알아서 조절해야 한다. 염도가 낮으면 상온 보관은 힘들고 냉장 보관해야 한다. 나의 경우는 액젓 원액은 주로 김치를 담글 때 사용하고, 어간장은 액젓 원액보다 훨씬 덜 짜게 (멸치 젓갈 염도의 30~40% 정도?) 만든다. 일반 간장보다는 훨씬 덜 짜고 젓갈 특유의 풍미가 있기에 된장을 쓰지 않는 무침이나 나물 요리, 국물 요리에 쓴다면 간장보다 한결 깊은 맛을 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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