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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여유/먹거리

젓갈 및 장에 대한 몇 가지 편견 또는 몰이해

by 내오랜꿈 2017. 1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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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짜지 않은 장, 짜지 않은 젓갈???

2. 젓갈을 달이는 이유?

3. 좋은 소금, 나쁜 소금?



1. 짜지 않은 장, 짜지 않은 젓갈??? 


고추장 담그면서 변질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이유로 소주를 붓는 사람이 많다는 건 익히 알고 있었지만 젓갈에까지 소주를 붓는 사람들이 있다는 건 최근에야 알게 되었다. 따지고 들면 고추장에 소주 붓는 것도 어리석은 일인데 젓갈에까지 소주를 붓는다니? 제정신 가진 사람으로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행위 같은데도 인터넷이나 SNS에서 이러한 행위가 버젓이 재생산되고 있는 걸 보면서 도대체 이 어이없는 행위의 근원이 무엇일까를 생각해 보았다. 아마도 '친구 따라 강남 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터인데, 그들이 쉽게 따라가는 이유를 유추하자면 짠 음식에 대한 맹목적 공포가 그 근원이 아닐까 싶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는 소금이 마치 만병의 근원인 양 몰아세우며 식탁에서 내쫓으려 안달한다. 가히 소금과의 전쟁이라 부를 만한데, 그 전쟁이 과연 얼마만큼 효과가 있었는지 모르겠다. 혹시라도 식탁에서 내쫓기는커녕 사람들에게 소금에 대한 그릇된 공포만 심어준 건 아닐까?


모든 젓갈은 '원재료+소금'이 전부다. 원재료 종류에 따라 소금 비율이 다를 뿐이다. 가장 일반적인 재료인 멸치와 새우를 예로 들자면 멸치는 원재료 무게의 20~25%, 새우는 20~35% 정도의 소금을 넣는다. 더운 지방은 소금 비율이 높고 추운 지방은 낮다. 수천 년 동안 젓갈을 담궈 먹으면서 젓갈이 상하지 않으면서도 어육을 가장 효과적으로 가수분해시키는 소금의 적정비율을 찾아낸 셈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러한 적정 비율보다 소금을 적게 넣거나 소주, 심지어 물을 넣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다. 곧 젓갈을 짜지 않게 담그려고 소금을 줄이거나 젓갈에 물을 넣으니까 변질의 위험이 생기는 것이고, 이를 막기 위해서 소주를 넣어야 한다는 그릇된 인식의 악순환이 시작되는 것이다. 여기에는 사람들의 근본적인 착각 또는 무지가 한몫하고 있다. 장이나 젓갈이 덜 짜면 염분을 덜 섭취할 것이라는 생각!



▲ 고추장


과연 젓갈이나 장이 짜지 않으면 염분을 덜 섭취할까?


간단한 산수문제 하나 풀어보자. 콩나물국 500ml에 나트륨 농도 5% 새우젓 20g을 넣을 경우와 10% 농도 새우젓 10g을 넣을 경우 어느 국을 먹는 게 염분을 덜 섭취할까? 계산할 것도 없이 똑같다. 사람 입맛은 하루아침에 변하지 않는다. 음식 간을 맞추려 10% 농도 새우젓 10g을 넣던 사람이 5% 농도 새우젓 사용한다고 10g만 넣지는 않는다. 처음 한두 번은 의식적으로 10g만 넣어 싱겁게 먹을 수는 있을지 몰라도 시나브로 자기가 먹던 간을 맞추기 위해 20g을 넣게 된다. 사람 혀는 생각보다 완고하다. 아무리 소금과의 전쟁을 선포해도 소금 소비량이 쉽게 줄어들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혀를 그대로 두고 나트륨을 덜 섭취할 것이라는 헛된 망상을 실현하기 위해 애꿎은 젓갈에 물을 넣거나 소주를 들이붓고 있는 것이다.




▲ 장 담그기


진정으로 건강을 생각해서(최근 우리 사회는 설탕과 소금이 마치 비만이나 성인병 등 만병의 근원인 것처럼 인식하는 경향이 있지만 난 이런 인식들에도 동의하지 않는다. 앞으로 이 문제들에 대해서도 살펴볼 기회가 있을 것이다) 짜게 먹고 싶지 않다면 장이나 젓갈을 싱겁게 담글 게 아니라 짜지 않게 먹는 훈련부터 하시기 바란다. 아무리 짜지 않은 장이나 젓갈을 사용한다 하더라도 인간은 자기가 먹던 습관대로 간을 맞추게 되어 있다. 곧 입이 그대로고 혀가 그대로인 한 어떤 장, 어떤 젓갈을 사용하건 간에 나트륨 섭취 총량은 변하지 않는다. 생각해 보시라. 음식 간이 맞지 않은데 그 음식을 그대로 맛있게 먹을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그럼에도 짜지 않은 장, 짜지 않은 젓갈이 마치 나트륨 섭취를 줄이는 최선의 방편인 양 적정량보다 적은 소금을 넣거나 심지어 젓갈에 물을 넣기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당연히 변질의 위험이 생기는 것이고 이를 막기 위해 소주를 붓는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는 것. 이 무슨 원숭이 조삼모사에 넘어가는 짓들인지 모르겠다.


장이나 젓갈을 담궈 놓고 변질될까봐 염려한다는 것 자체가 도무지 말이 안 되는 소리다. 장이나 젓갈을 담그는 목적이 음식을 변질되지 않게 오래 보관하면서 먹으려는 필요에서 비롯된 것이다. 필요를 뒤집는 억지스런 행위는 대부분 실패할 수밖에 없다. 백 번을 양보해서 짜게 먹고 싶지 않다면 장이나 젓갈을 담글 때 괜한 헛수고를 할 게 아니라 차라리 먹을 때 의식적으로 덜 넣거나 물을 타서 드시면 될 것 아닌가. 소금 덜 넣은 장이나 젓갈 담그고선 변질될까봐 오랜 시간 전전긍긍하며 사서 고생하는 것보다는 먹을 때 덜 넣는 방법이 훨씬 더 실천하기 쉽고 경제적인 방법일 테니까 말이다. 물론 앞에서 강조했지만 혀가 그대로인 한 별 실효성이 없다는 건 알고 계시기 바란다. 55 사이즈 옷을 입고 싶으면 몸부터 만들어야지 77 사이즈 몸을 55에 구겨 넣을 수는 없지 않겠는가.



2. 젓갈을 달이는 이유???


젓갈을 담글 때 물이나 소주를 넣는 행위 못지않게,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 우스꽝스런 행위가 숙성된 젓갈을 무작정 달이는 것이다. 온갖 미생물이 살아 숨 쉬는 잘 숙성된 젓갈을 끓여서 각종 유익한 균들을 깡그리 죽여버리고 먹어야 하는 이유는 도대체 무엇일까?


젓갈은 기본적으로 원재료인 어육의 단백질이 가수분해되어 액체로 된 상태를 말한다. 우리가 젓갈의 숙성이니 어쩌니 하는 게 사실은 어육이 연화, 분해되어 그 형체를 잃고 액체 상태가 되어 구수한 감칠맛을 내는 과정을 일컫는 것이다. 이 과정도 두 단계로 나뉘는데 생선에 포함된 소화효소가 자가소화를 일으키는 과정과 외부에서 유입된 미생물이 단백질 가수분해효소를 생성하여 어육을 분해하는 과정을 거친다. 실제로 소화효소가 많이 포함된 생선의 내장기관을 깨끗하게 씻어내고 젓갈을 담그면 숙성이 늦어지고 생선 고유의 냄새와 맛이 없어진다. 곧 젓갈이 숙성되는 초기에는 생선 내장에 많이 포함된 소화효소에 의한 자가소화를 통해 미생물이 활동하기 좋은 조건을 만들고, 그 다음에는 미생물이 만들어내는 단백질 가수분해효소에 의하여 숙성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우리가 젓갈을 담글 때 생선의 내장을 손질하지 않고 통째로 담그는 건 이렇듯 과학적인 이유가 있는 셈이다.




▲ 담근 지 2년 된 잘 숙성된 멸치 젓갈


가수분해(효소) 어쩌고 하니까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 우리가 먹는 밥(녹말), 고기(단백질) 등의 유기화합물은 모두 우리 몸의 소화기 내에서 가수분해되어 성분이 분해되거나 변형된 뒤에 흡수된다. 예를 들면 녹말은 아밀라아제의 작용으로 가수분해되어 말토스가 되고, 이 말토스는 다시 말타아제의 작용으로 가수분해되어 포도당으로 변한 뒤 비로소 흡수된다. 이른바 당화(糖化)라고 하는 과정이다. 병원에서 대부분의 위급한 환자한테 포도당 주사부터 놓는 이유이기도 하다. 또 단백질은 트립신 등의 효소작용으로 가수분해되어 아미노산이 된 후 흡수된다. 콩이 가지고 있는 단백질 성분을, 생콩보다는 삶은 콩에서 삶은 콩보다는 두부에서, 우리 몸이 훨씬 더 많이 흡수하는 이유는 콩이 두부로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콩 단백질 성분이 그만큼 더 많이 아미노산화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수분해 과정은 대개의 경우 촉매가 있으면 반응속도가 빨라지는데, 생물체 내에서의 가수분해에는 많은 종류의 가수분해효소가 촉매작용을 한다. 마치 젓갈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생선 내장에 많이 함유된 미생물이 그러하듯 우리 몸의 소화기관에 들어있는 각종 유산균들이 그러하다.


전통적으로 우리나라에서는 멸치젓갈이나 까나리젓갈이 숙성되어 액체화되면 젓갈 용기(주로 항아리)에 용수를 박아 맑은 액젓을 얻는다. 어느 정도 맑은 액젓을 얻고 나면 생선 살이나 뼈 찌꺼기가 남는데 이 건더기를 그냥 버리지 않고 가마솥에 넣어 적정량의 물과 소금을 더해 한두 시간 끓이면 젓갈과는 또 다른 풍미를 느낄 수 있는 어간장을 만들 수 있다. 젓갈 원액이 염도가 높고 향(비린내)이 진한 까닭에 김치 등 저장음식을 만들 때 주로 사용한다면 어간장은 염도도 낮고 향도 연하기에 각종 무침 요리나 국의 간을 맞출 때 부담없이 사용할 수 있다. 용수를 박아 맑은 액젓을 얻지 않더라도 숙성된 젓갈을 한지나 광목천을 체에 받쳐 거르면 맑은 액젓과 건더기로 구분된다. 원칙적으로는 이렇게 걸러낸 맑은 액젓을 '어간장(fish sauce)', 남은 건더기를 '어된장(fish paste)'이라 한다. 요즘이야 언제든 마트에서 상품화된 젓갈이나 어간장을 사 먹는 게 대세인 시대니 젓갈 건더기를 보는 것조차 생소하겠지만 먹을 게 부족했던 시절, 젓갈 건더기인 어된장을 그냥 버린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재활용하는 건 당연지사.





▲ 멸치젓갈 건더기를 활용한 어간장 만들기


아무리 세월이 변했다고는 하나 변해서는 안 되는 것도 있는 법이다. 그냥 버리기 아까운 젓갈 건더기를 재활용하느라 시도됐던 젓갈 달이기가 그 의미도 잘 모르는 사람들에 의해 숙성된 젓갈을 무작정 끓이는 게 당연한 일인 양 본말이 뒤바뀐 채 유포되고 있다. 물론 필요에 따라, 용도에 따라 젓갈을 부분적으로 끓여서 사용할 수는 있다. 만들고자 하는 음식에 따라서는 농도나 색깔이 옅은 맑은 액젓이 필요할 수도 있기에 적당량의 젓갈을 들어내 물을 첨가한 뒤 한 번 끓여서 걸러내 사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건 어간장을 만들어 쓰는 이유, 방법과 모두 유사하다. 이런 쓰임새의 어간장은 젓갈 건더기를 활용해 얼마든지 만들 수 있었기에 멀쩡한 젓갈을 통째로 끓이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다시 말해 젓갈을 달인다는 것은 잘 숙성된 멀쩡한 젓갈을 무턱대고 달이는 게 아니라 숙성된 젓갈에서 맑은 액젓을 얻고 남은 건더기를 재활용하는 방편의 일환이었다. 상식적으로도 상온에서 잘 숙성된 젓갈은 그 자체로 온갖 영양분과 미생물이 살아 숨 쉬는 완전 식품인데 그걸 끓여서 균들을 죽여버리는 게 과연 온전한 생각을 가진 사람이 할 수 있는 행동일까? 혹시라도 끓이면 변질의 위험이 없어진다고 생각한다면 그조차 명백한 오산이다. 젓갈의 변질 여부는 젓갈 염도가 좌우하지 끓이고 안 끓이고는 전혀 상관없다. 젓갈이 하루 이틀에 다 먹을 음식은 아니지 않은가.


몸에 좋으라고 장에 좋다는 온갖 발효 제품들, 그러나 사실은 거의 설탕물에 불과한 요구르트 종류는 돈 주고 사 먹으면서 인간의 장에 꼭 있어야 할 유익한 미생물들이 살아있는 젓갈은 굳이 끓여서 균들을 다 죽여버리고 먹다니... 원숭이도 하지 않을 짓을 원숭이보다 똑똑하다는 인간들은 남들이 한다고 아무 생각없이 따라 하고 있는 셈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SNS를 비롯한 인터넷 상에서 '남이 장에 가니 거름 지고 장에 간다'고, 그 의미도 모른 채 멀쩡한 젓갈 달이는 걸 자랑인 양 떠들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도무지 이해불가다. 생각하면 할수록 인간이란 동물은 참으로 오묘한 존재다.



3. 좋은 소금, 나쁜 소금???  


장이나 젓갈을 담글 때 소금의 역할은 무엇일까? 보통 젓갈은 생선의 종류에 따라, 담그는 시기의 온도에 따라 소금 농도를 원재료 무게의 10~30% 정도로 조절한다. 우리나라의 가장 대표적인 젓갈은 아마도 멸치와 새우일 텐데 새우젓갈의 소금 농도는 10~15% 정도고 멸치젓갈의 소금 농도는 20~25% 전후다. 시대상을 반영해서인지 이것도 예전보다는 소금 농도가 조금 줄어든 수치다. 젓갈 숙성 과정에서 소금의 역할은 한마디로 말하면 부패 방지다. 적정량보다 덜 넣으면 발효가 아니라 부패할 위험이 있고 많이 넣으면 숙성이 더디다. 일정 기간이 지난 뒤 젓갈을 개봉했을 때 부패가 진행되었다면 소금이 모자랐을 확률이 제일 크고(부패는 소금 농도 뿐만이 아니라 공기나 수분의 유입 등 다른 원인도 있을 수 있다) 생선살이 삭지 않고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면 소금 농도가 지나치게 높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젓갈에 들어가는 소금은 어떤 소금이냐보다는 적정 농도가 제일 중요하다.


다음으로는 가능한 한 불순물이 덜 포함되어 있는 소금이 좋다. 특히나 간수가 덜 빠진 소금은 장이나 젓갈 맛을 떨어뜨리는 주범이다. 간수의 주성분은 염화마그네슘이나 황산마그네슘인데 마그네슘(Mg)은 음식 맛을 쓰게 만든다. 시중에 파는 멸치 젓갈에서 쓴맛이 난다면 그건 필시 간수 덜 빠진 소금을 사용했기 때문이라 보면 된다. 간수가 충분히 빠지지 않은 천일염 쓸 바에야 젓갈에는 천일염을 정제한 재제염이나 바닷물을 정제한 정제염을 쓰는 게 훨씬 좋다. 요즘 같은 영양과잉 시대에 몇 가지 미네랄 성분 더 먹자고 개펄 불순물까지 포함된 천일염 고집할 이유는 전혀 없다. 젓갈은 원재료 특유의 영양 성분과 풍미가 우러난 감칠맛을 맛보기 위한 것이지 소금에 포함된 극소량의 미네랄 성분 먹자고 만드는 음식이 아니다. 천일염이 재제염이나 정제염보다 무조건 좋다는 건 환상에 불과하다.




▲ 보관한 지 2년 반 지난 천일염. 3년 이상 보관하면 처음 무게의 25% 정도까지 줄어든다. 이 과정을 통해 소금의 불순물인 마그네슘, 칼륨 등이 빠져나간다. 소금예찬론자들 중에는 이렇게 빠져나가는 미네랄(=불순물)이 소금의 영양분이라면서 간수를 빼지 말고 그대로 먹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정신 나간 사람들도 더러 있다. 뭐 자기 좋다는 걸 말릴 순 없지만 마그네슘을 계속 먹다간 소금을 안 먹어 나트륨 부족으로 병원 실려가는 것보다 마그네슘 과잉에 따른 부작용으로 병원 실려가는 게 더 쁘르다는 것 정도는 알고 드시기 바란다.


소금의 주성분은 염화나트륨이고 염화나트륨은 짠맛을 낸다. 소금이 짠맛 이외의 맛을 내는 이유는 다양한 미네랄 성분 때문인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염화마그네슘이나 황산마그네슘 형태로 존재하는 마그네슘(mg)이다. 바닷물은 96.5%가 물이고 3.5%가 염분이다. 이 3.5%의 염분 성분을 분석하면 염화나트륨(77.9%), 염화마그네슘(9.6%), 황산마그네슘(6.1%), 황산칼슘(4%), 염화칼륨(2.1%) 순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이상의 각 성분별 퍼센티지 수치는 모두 국립농업과학원, <바닷물의 농업적 활용 매뉴얼>에서 인용). 곧 소금 속에 마그네슘 성분이 의외로 많은 15.7%나 들어있다는 말이다. 그러니 갓 만든 천일염은 쓴맛이 아주 강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천일염은 2~3년 묵혀 마그네슘이나 칼륨 같은 불순물(소금 입장에서 보자면 나트륨 이외의 미네랄 성분은 불순물일 뿐이다)을 충분히 뺀 것이라야 쓴맛이 줄어든다. 이 과정을 일러 흔히들 간수가 빠진다고 표현한다.


간수가 빠지는 이유는 소금이 가지고 있는 조해성 덕분이다. 소금을 상온 상태로 보관하면 공기 중의 수분을 흡수하는 성질이 있는데 마그네슘이나 칼륨 같은 미네랄 성분이 수분에 녹아서 함께 빠져나간다. 내 경험으로는 3년 정도 보관하면 애초 소금 중량의 약 25% 정도까지 줄어든다. 줄어드는 중량의 대부분은 수분일 텐데 이 과정에서 마그네슘과 칼륨이 같이 빠져나가면서 나트륨의 순도가 높아진다. 이렇게 나트륨의 순도가 높아진 소금을 먹으면 단맛이 나니 어떠니 하는데 사실은 단맛이 나는 게 아니라 마그네슘과 칼륨이 빠져나가면서 쓴맛이 줄어드는 까닭에 혀가 착각을 일으키는 것일 뿐이다. 토마토나 딸기 같은 과일에 미량의 소금을 치면 혀가 단맛을 더 많이 느끼는 것처럼 짠맛은 다른 맛을 배가시키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가장 훌륭한 요리는 원재료에 소금 하나만 가지고 만든다고 할 만큼 원래 짠맛은 모든 맛의 중심이기도 하다.




▲ 천일염을 정제한 재제염(꽃소금)


소금을 표현하는 말 중에 가장 과대평가된 건 아마도 '천연 미네랄의 보고'라는 수식어일 것이다. 자료에 따라서는 소금에 함유된 미네랄 종류가 70여 종이니 90여 종이니 하는데 지구상에 자연 상태로 존재하는 원소가 전부 92가지이니 수백 가지 운운하지 않는다면(실제 이런 헛소리를 늘어놓은 글도 있다) 전혀 허튼 소리는 아닐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난 아직 소금에 정확히 몇 종류의 미네랄이 함유되어 있는지 과학적 분석이 바탕이 된 자료를 본 적도 없고, 소금에 함유된 그 수십 가지의 미네랄 가운데 어떤 성분이 우리 몸에서 정확히 어떤 역할을 하기에 몸에 좋다는지를 분석한 자료는 더더욱 본 적도 없다. 그저 소금이 미네랄의 보고라거나 만병통치약 수준으로 격상된 주장들만 보았을 뿐이다. 그런데 어떤 음식이나 물질이 우리 몸에 좋다는 걸 증명하려면 그 음식이나 물질이 어떤 작용을 하는지를 알아야 한다. 어떤 역할을 하는지도 모르면서 몸에 좋다는 주장은 무조건 믿으면 구원 받는다는 주장만큼 허왕된 것일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지구상에 존재하는 92 가지의 원소 가운데 인간의 몸에서 검출 가능한 원소는 대략 60여 가지라고 한다. 이 중에서 인간의 생존에 꼭 필요한 원소임이 입증된 건 가장 최근인 2014년에야 생리작용 기제가 밝혀진 브롬(Br)을 포함해서 겨우 27가지다. 이 27가지 중에는 누구나 유추할 수 있는 탄소, 산소, 수소는 물론 비소(As)나 크롬(Cr) 같은, 일반적으로는 독극물로 알고 있는 원소도 포함되어 있다. 비소나 크롬은 극소량만 섭취해도 생명이 위험할 정도의 독극물이지만 인체내에 극미량으로 존재하면서 생리작용에 관여하고 있음이 2000년대 들어와 유전공학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비로소 밝혀진 것이다.


미네랄은 크게 보면 인체내 생리작용이 규명된 미네랄과 규명되지 않은 미네랄로 나눌 수 있는데, 생리작용이 규명된 미네랄이라 하더라도 비소나 크롬처럼 극소량만 섭취해도 생명이 위독한 미네랄도 있는 것이다. 하물며 아직 생리작용이 규명되지 않은 미네랄은 인간이 인위적으로 섭취할 경우 어떤 위험성이 있는지조차 알 수 없는 상태다. 인체 내에서 어떤 작용을 하는지, 인위적으로 섭취할 경우 어떤 위험성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미네랄을 두고 무조건 우리 몸에 좋다는 주장을 앵무새처럼 반복하고 있는 게 작금의 소금 예찬론자들인 것이다. 소금의 위험성을 필요 이상으로 과대포장하는 요즈음의 건강지상주의적 작태도 분명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겠지만 소금을 마치 몸에 좋은 천연 미네랄의 보고인 양 절대시하는 태도 역시 비과학적이고 맹목적이란 점에서 더 큰 문제라 할 수 있다.




▲ 물과 소금만으로 담그는 동치미


몇몇 어리석은 사람들의 주장 중에는 사람이나 동물이 소금을 섭취하지 못할 경우 탈수 현상은 물론 이상 행동을 보인다는 점과 산양이나 염소들이 추락의 위험을 무릅쓰고 절벽에 매달려 소금을 핥아 먹는 행위를 들어 소금이 생존의 필수 요소임을 역설하기도 한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사람이나 동물이 목숨을 걸 정도의 위험과 맞바꿀 만큼 절실히 요구하는 것은 소금의 나트륨 성분이지 그들이 주장하는 각종 미네랄 때문이 아니다. 다른 미네랄 성분이 전혀 들어있지 않은 순도 100%의 나트륨만 공급한다면 절벽에 매달려 목숨 걸고 소금을 핥아 먹을 어리석은 산양이나 염소는 없다. 이보다 더 나아간 주장도 있는데 소금에는 온갖 몸에 좋은 미생물(?)이 들어 있으므로 간수를 빼지 않은 소금이 몸에 더 좋다는 주장을 하는 사람조차 있을 정도다. 우리가 음식물을 보관할 때 염장을 하는 이유는 미생물이 번식하지 못 하게 하기 위함인데, 소금에 미생물이 많이 들어있다니? 나 원 참... 여기서 더 나아가지는 말자. 원숭이보다 못한 사람 만든 것도 죄송스러운데 자칫하다간 염소보다 못한 사람 만들 수도 있을 것 같아서 말이다.


요즘 같은 영양과잉 시대에 소금은 그저 음식의 간을 맞추는 양념일 뿐이다. 나쁜 소금(불순물이 많이 함유된, 맛이 쓴 소금)은 있을지언정 몸에 좋은 소금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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