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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여유/먹거리

맛간장 만들기

by 내오랜꿈 2017. 1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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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장 담그기 시작한 지 7~8년 되어 간다. 막상 해 보면 정말 별 어려울 거 없는 게 장 담그기다. 메주를 쑤는 약간의 수고로움만 감내한다면 나머지는 대부분 자연이 알아서 하는 일이기 때문. 더군다나 식구도 별로 없다 보니 한두 해 걸러서 담궈도 충분하다. 일 년에 하루 이틀 투자하는 일인데다 한 해 걸러도 별 문제 안 되는 것이라면 그야말로 일이랄 것도 없는 셈이다. 장 담그기의 어려움 어쩌고 저쩌고 하는 건 그야말로 게으른 자의 자기변명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간장 항아리 표면에 소금 결정이 돌처럼 딱딱하다. 간장은 끈적끈적한 상태다.


수십 년, 수백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장도 있는데 기껏 7~8년이 뭐 그리 대단할까만 간장 항아리를 열 때마다 나름 세월의 무게를 느끼게 된다. 간장은 새까맣다 못해 끈적끈적함이 국자에 묻어 흘러내리기 싫어하는 것 같고 항아리 가장자리로는 소금결정이 생겨 돌처럼 딱딱해져 간다. 흔히 말하는, 오래된 씨간장의 모습이다. 이걸 보며 뿌듯해 하고만 있기에는 남아있는 간장의 양이 그만큼 적다는 말이다. 된장 항아리의 넉넉함에 현혹돼 간장 상태를 체크하는 일을 소홀히 한 것. 지금 메주를 쑤어 새 장을 담궈도 최소한 1년은 지나야 제대로 숙성된 장을 맛볼 수 있으니 1년 먹을 장을 어떤 형태로든 고민해야 하기에 맛간장을 만들기로 했다.



마늘, 양파, 고추, 무, 당근, 대파, 생강, 멸치, 다시마, 엄나무 등을 넣고 너댓 시간시간 달여 15L 정도의 맛간장 베이스용 육수를 만든다.


먼저 창고와 텃밭을 오가며 손질한 재료들을 솥에 넣고 맛간장에 쓰일 베이스용 육수를 만든다. 양파, 마늘, 생강, 당근, 무, 대파, 고추, 파 뿌리 말린 것, 엄나무 가지는 직접 키운 것들이고 멸치, 다시마는 구입한 것이다. 물 30L에 손질한 재료들을 넣고 중불로 네댓 시간 정도 끓이면 15L 정도의 육수가 만들어진다. 여기에 4~5L 정도의 간장과 배, 사과, 대파를 넣고 다시 한두 시간 달이면 15L 정도의 맛간장이 만들어진다. 물론 맛간장은 만드는 사람의 취향에 따라 재료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나의 경우는 텃밭에서 거둬 들인 고추와 대파를 좀 많이 넣었더니 칼칼한 단맛이 제법 느껴지는 것 같다. 이 정도면 주변에 좀 나눠준다 해도 1년은 충분히 버틸 수 있는 양일 거 같다. 이렇게 만든 맛간장의 염도는 기존 간장 염도의 1/3 수준이니 원칙적으로는 냉장 보관해야겠지만 겨울 동안은 창고에 보관해도 크게 문제되지는 않을 것이다.



이 베이스용 육수에 4~5L의 간장과 배, 사과, 대파, 고추를 넣고 다시 한두 시간 끓이면 15L 정도의 맛간장을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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