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파나무 잎으로 리큐르 술을 담금 지 7개월이 지났다. 비파나무는 일반적으로 열매가 약용으로 쓰이지만 열매보다는 잎이 더 다양한 용도로 쓰인다. 말려서 차로 마시기도 하고 약재로도 쓰이고 직접 환부에 바르기도 한다. 인터넷에 비파 관련 자료를 찾아 보면 거의 '만병통치약' 수준이다. 세상에 아픈 사람이 왜 있는지 모르겠다. 인터넷에 떠도는 몸에 좋은 몇 가지 약재만 먹으면 아플 일이 없을 텐데 말이다. '믿습니까?, 믿습니다' 수준의 종교적 맹신이 낳은 만병통치약이 인터넷에 넘쳐난다. 비파에 관한 환상도 상당 부분은 이러한 맹신에 기대고 있다. 어떤 것이든 몸에 좋으라고 먹는다 생각하지 말고 그냥 즐기시기 바란다. 향을 즐기고, 맛을 즐기고, 색깔을 즐기고, 함께함을 즐기는 것. 그러다 보면 몸이 좋아지는 건 부수적으로 찾아오는 행운쯤으로 여기는 게 옳지 않을까?
비파잎 담금주를 거를 때면 항상 느끼지만 색깔이 예술이다. 저 푸른 잎에서 어떻게 이런 색이 나올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다. 향이나 맛도 부족함이 없지만 비파잎 술은 역시나 색깔로 음미하는 술이라 할 수 있다. 향과 맛이 강하기에 원액으로 마시기보다는 소주와 1:5 정도 희석해서 마시면 적당한 것 같다.
비파는 잎뿐 아니라 열매로도 술을 담근다. 위 사진 왼쪽이 비파 열매로 담근 것이고 오른쪽이 잎으로 담근 것이다. 물론 둘 다 리큐르 담금주다. 같은 비파지만 잎이냐 열매냐에 따라 맛과 향, 색깔이 전혀 다른 술이 된다.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잎으로 담근 술이 더 깔끔하고 향이 깊은 것 같다.
이 상태에서 침전물을 가라앉히고 커피여과지로 한 번 더 거른 뒤 3~4개월 정도 숙성시키면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하나의 리큐르 술이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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