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주째 주말마다 찾아오는 손님들 때문에 미뤄두었던 자동차 정기검사하러 들린 순천. 처음 계획은 차 검사 받은 뒤 점심을 먹고 오랜만에 영화도 한 편 보고 오는 것이었다. 계획이야 늘상 변하기 마련이긴 한데 점심으로 먹은 국밥 한 그릇과 소주 한 잔에 영화보기는 또 다음을 기약하게 된다.
▲ 순천 웃장 제일식당의 소머리국밥. 국밥 2인분을 주문하면 수육과 순대 한 접시가 덤으로 나온다.
순천 도심에는 웃장, 아랫장으로 구분되는 전통시장이 있는데, 웃장의 먹거리로는 소머리국밥이 유명하다. 그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집을 꼽으라면 제일식당이다. 이 식당 주변으로 똑같은 소머리국밥집이 십여 곳 밀집되어 있고 가격이나 맛도 거의 비슷하지만 유독 제일식당이 맛집으로 알려져 있다. 아마도 원조라는 프리미엄이 작용한 결과가 아닐까 싶다. 이곳 소머리국밥의 특징은 맑은 국물에 콩나물이 듬뿍 들어 있어 깔끔하고 시원한 맛이다. 해장국으로 먹어도 일품이라 할 수 있다.
더불어 이 집의 가장 큰 특징은 소머리국밥 2인분 이상을 시키면 소머리 수육과 순대를 섞은 수육 한 접시가 덤으로 제공된다는 사실. 모락모락 피어나는 김과 윤기 흐르는 수육을 보고 소주 한 잔 하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으랴. 입에서 저절로 "아주머니, 소주 한 병 주세요."라는 말이 새어나온다. 국밥이나 순대를 즐겨 먹지 않는 옆지기조차 '맛있다'는 말을 되뇌일 정도다. 둘이서 국밥 두 그릇에 곁들인 소머리수육에 소주 한 병을 마시고 계산하면 17,000원. 대부분의 음식은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기 마련이지만 국밥을 지극히 혐오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이 집 소머리국밥은 맛과 가격 모두에서 당신을 만족시킬 수 있으리라.
순천에 갈 일이 있으시면 웃장 소머리국밥 골목으로 꼭 한 번 들리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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