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기 차례(작부체계)
농사에 있어서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할 점은 수익성이며, 이를 위해서는 경지이용도를 높이고 고품질의 농산물을 생산하여야 한다. 콩 농사는 홑짓기(단작)보다도 콩 재배 전후에 타 작물을 재배하는 다양한 심기 차례(작부체계)를 적용하는 것이 소득적인 측면에서 매우 유리하다. 콩은 동작물인 맥류와 마늘·양파를 재배한 이후에 재배하는 두그루갈이(2모작) 심기 차례, 또한 초봄에 일찍 옥수수, 담배, 감자 등을 재배한 다음 콩을 재배하는 심기 차례도 이용되고 있다. 이와 같은 심기 차례는 재배지역의 환경적인 면과 경영적 측면을 고려하여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양한 심기 차례
우리나라는 일 년 동안 콩만 재배하는 홑짓기(단작)재배뿐만 아니라, 콩 재배 전후에 타 작물을 재배하는 다양한 심기 차례가 이용되어 왔다. 이러한 심기 차례는 토지이용률을 높여 홑짓기(단작)에 비해 소득향상 효과가 크다. 콩은 겨울작물인 맥류나 마늘·양파를 재배한 이후에 재배하는 2모작 심기 차례에 이용되어 왔으며, 초봄에 일찍 옥수수, 담배, 감자 등을 재배한 다음 콩을 재배하는 심기 차례도 많이 존재한다. 70~80년대까지 맥류와의 2모작 심기 차례가 중심이었으나, 근래에 와서는 보리와의 심기 차례는 많이 줄어들고, 밀·채소·특용작물 등과의 2모작은 늘어나고 있으며 논 재배와 결부된 심기 차례(작부체계)도 늘어나고 있다. 콩을 중심으로 한 주요 심기 차례를 보면 <그림 4-4>와 같다.
가. 『밀+콩』심기 차례
영호남 남부지역에서 적용되고 있으며, 대다수 콩 품종들은 남부지역에서 6월 하
순까지 파종하면 수량을 유지할 수 있으므로, 콩을 6월 중하순에 파종하여 10월
상중순에 수확하고, 조숙 밀을 10월말∼11월초에 파종하면 6월 중순까지 수확할
수 있다. 중부지방에서는 익는 시기가 빠른 보리가 더 적합하며, 중부지방의 밀과
심기 차례(작부체계)에는 올콩품종을 선택해야 하며 이때 콩의 수량감소가 심하다.
나. 『콩+청보리』심기 차례
축산농가의 사료부족으로 사료용 청보리의 재배가 늘고 있다. 콩을 6월 상순~7월 상순에 파종하면 생육일수가 110~130일 정도 소요되어 청보리 재배에 필요한 210~215일이 충분히 확보될 수 있다. 콩 중생종을 이용하면 수확을 1주일 이상 단축시킬 수 있어 더욱 여유가 있다. 논 재배 시에는 수분 피해 예방을 위해 반드시 고휴재배가 필요하다.
다. 『옥수수+콩』, 『감자+콩』, 『담배+콩』심기 차례
초봄에 풋옥수수, 감자, 담배 등을 재배하여 6월 하순∼7월 중순까지 수확이 가능하면, 콩을 7월에 파종하는 심기 차례가 가능하다.
봄 감자는 3월 중·하순에 파종하고, 찰옥수수는 모를 길러(육묘) 4월 상순에 아주심기(정식)하면 6월 중·하순에 수확할 수 있으며, 후작으로 콩을 6월 하순~7월 상순 사이에 파종하여 10월 중·하순에 수확한다. 담배는 6월부터 수확하는데 잎을 수확한 담배사이로 햇빛이 투과하므로 콩을 입모 중 파종할 수 있다.
라. 『마늘+콩』, 『양파+콩』심기 차례(작부체계)
양파는 10월 중하순에 아주심기(정식)하여 6월 상순에 수확하므로 콩 파종과 수확에 지장 없으며, 한지형 마늘은 10월 하순에 파종, 6월 중하순에 수확하므로 콩을 만파재배(6월 하순∼7월 초순 파종)하면 된다. 난지형 마늘은 9월 하순~10월 중순에 파종하기 때문에10월 상순까지 거둘 수 있는 가능한 조숙성 콩 품종을 사용해야 한다.
마. 기타 작물 및 논 이용 심기 차례
채소류 등 재배기간이 비교적 짧은 작물들을 고려하면 두그루갈이(2모작)가 가능한 작물은 다양하며, 재배지역의 기후조건이나 작물의 재배기간 외에 재배자의 편의와 수익성, 재배 및 수요처의 특성, 가격동향 등에 따라 실제 영농현장에서는 다양한 심기 차례가 가능하다.
콩은 논에서 재배하기에 가장 적합한 밭작물 중의 하나로 논에서의 재배가 늘어나고 있다. 농촌진흥청에서 농가실증재배를 통해 논에서의 2모작 심기 차례를 이용할 경우 가능한 소득향상 정도를 보면 <표 4-6>과 같이 대부분의 작물에서 소득 향상이 기대된다.
바. 콩을 이용한 심기 차례에서 고려해야 할 사항
(1) 주 소득작물을 무엇으로 할 것인지를 먼저 결정해야 한다.
2모작을 할 경우 주된 소득원이 콩이 될 것인지 다른 작물이 될 것인지를 먼저 결정하여야 한다. 주작물이 무엇이냐에 따라 함께 재배할 작물의 선택이나 재배방법이 달라질 수 있으며, 주 소득작물을 선정하지 않고 재배할 경우 때로 원하는 소득을 올리지 못할 수도 있다.
예로, 콩의 경우 단기성 콩을 이용하면 90∼100일 만에 수확이 가능하여 다양한 작물과 심기 차례가 가능하지만, 수량성이 10월 중순에 수확되는 콩의 70∼80% 정도 수준으로 주 소득작물로는 부적합하며, 활용 시에는 좁게 심어 재배하는 등 수량을 보완하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
(2) 늦뿌림(만파)이 될 경우를 대비하여 수량감소를 보완할 대책이 필요하다.
2모작에서 앞작물의 수확이 늦어지고 콩 파종시기가 장마기간과 겹쳐지면 콩 파종작업이 지연되거나 심할 경우에는 파종을 하지 못할 수도 있다. 콩은 7월 중순까지도 파종이 가능하지만, 파종이 늦어지면 생육량이 부족하여 수량 감소가 심해진다. 따라서, 재배 지역의 기후조건, 파종적기 등을 고려한 세심한 2모작 심기차례의 선택이 필요하지만, 모든 것이 고려되었다 하더라도 기상변화에 의해 지연될 수 있으며, 늦뿌림으로 인한 수량감소를 대비하여 적절한 대책을 마련하여야 한다.
앞작물 재배 중에 배수로를 정비하는 등 콩 파종작업에 대비하고, 앞작물의 고랑을 활용하여 일시적인 간작이나 혼작을 하거나, 육묘를 하여 파종이 지연되지 않도록 하고, 콩을 밀식하여 단위 면적당 입모율을 높여 부족한 수량을 보상할 필요가 있다.
생태형과 심기 차례
가. 물질생산 특성
심기 차례에서는 일반적으로 주작물과 부작물이 재배 중에 토양환경을 변화시켜 서로 영향을 미치게 된다. 때로는 심기 차례(작부체계)를 구성하는 타작물이 토양을 변화시켜 주기를 기대하고 재배하는 경우도 많은데, 시설작물 재배지에서 염류축적을 해소하기 위해 벼를 심어 담수조건을 주는 것은 대표적인 사례가 될 것이다.
‘물질생산 이라 함은 콩이 자라면서 잎, 줄기, 꼬투리 등을 생산하는 것을 말하는데 이들 생산물을 말린 것을‘건물(乾物)이라고 한다. 콩의 물질생산 과정이 보리나 고구마 등과 다른 점은 성숙되는 과정 중에 비교적 많은 양의 낙엽이 지고 이것이 분해되어 토양에 유기물을 공급한다는 점이다. 이 낙엽은 토양의 성질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준다.
토양으로 돌아가는 양은 품종 및 재배법에 따라 다르겠지만 콩의 경우 전체 생산된 양(건물량)의 30∼40% 정도에 이르고 있어 다른 작물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큰 편이다. 콩은 대체로 낙엽량이 100㎏/10a 정도이며 땅 속에서의 분해가 빨라 그중에 포함되어 있던 양분을 작물이 흡수하여 이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나. 양분흡수 특성
콩의 전체 양분 흡수량은 대체로 다른 화본과 작물(벼,보리 등)에 비해 적은 편이다. 성분 중에서 칼리 및 칼슘은 비교적 많이 흡수하지만 상당한 양은 낙엽 또는 빗물을 통하여 토양으로 되돌려 준다. 예를 들면 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10a 내에 심어진 전체 콩 식물체의 성분함량 중 질소가 16.1%로 가장 많고 칼리와 석회도 비교적 많이 흡수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낙엽에 포함된 양이 질소 1.4㎏, 인산 0.13㎏, 칼리 2.42㎏, 석회 3.07㎏, 마그네슘 0.84㎏이므로 이만한 양은 낙엽에 의해 다시 땅속으로 돌아가게 된다. 이 양은 추정되는 최저치이므로 빗물에 의해 땅으로 씻겨 내려가는 양을 고려하면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또 콩은 뿌리에 혹을 만드는 박테리아에 의해 많은 양의 질소를 얻는데, 그 양은 지상부 전체 질소량의 75%까지도 이른다. 한편 콩은 산성 토양을 싫어하는 작물이기 때문에 콩을 재배할 때 흔히 석회를 많이 주는데 주는 양에 비해 콩이 흡수하는 양은 10a당 5.4㎏ 정도로 비교적 적은 양이어서 석회를 많이 줄 경우 상당량이 토양에 그대로 남아있다.
다. 콩을 중심으로 한 재배체계
기계화를 전제로 하여 콩을 재배할 경우에는 계속하여 콩 농사만 짓는 ‘연작(連作)’ 형태가 합리적이다. 그러나 같은 밭에 콩을 수년간 계속하여 심게 되면 여러 가지 장해현상이 나타나기 쉬우며 또한 지력을 높이면서 토지를 합리적으로 이용한다는 관점에서 보면 불리한 면이 있다.
콩의 수량은 어떤 기술을 동원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표 4-8>에서는 목표로 하는 수량수준(수량단계)별로 동원되어야 할 기술요소를 나타낸 것이다. 이 표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다수확을 얻기 위해서는 돌려짓기(윤작)를 기본 기술로 하여 표준시비 외에 퇴비 또는 인산 시용을 추가하는 등 콩 생육환경의 개선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콩을 윤작체제에 넣으면 땅심(지력)이 유지되거나 오히려 증강되는데 그 이유를 보면 다음과 같다.
① 콩을 재배하면 토양 중의 질소 양을 증가시킬 수 있다.
② 콩은 인산과 칼리 성분을 주로 흡수하므로 다른 작물들과 콩을 돌려가며 심으면 토양 속의 양분이 균형을 이룰 수 있다.
③ 작물별로 뿌리가 뻗어나가는 정도에 차이가 있어, 얕게 뻗는 작물은 토양의 표면층에서 주로 흡수하는 반면, 깊게 뻗는 작물은 하부층에서 많이 흡수하므로 이들을 돌려짓기(윤작)하면 양분의 소모가 고르게 된다. 그 외에도 두 작물 간 공통적인 병해충이 없거나 적으면 다음 해의 병해충의 발생을 줄일 수 있는 장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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