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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모습/농사

양파 모종 옮겨 심기 - 가장 훌륭한 월동 대책은 제때 심는 것이다

by 내오랜꿈 2016. 1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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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아침 이곳 최저기온은 영상 4℃. 몇 년 만에 처음으로 11월 초순에 최저기온이 5℃ 이하로 내려갔다. 기상청 자료를 뒤져 보니 2009년 이후 처음인 것 같다. 식물 생육에서 5℃는 중요한 기준점인데 대부분의 식물이 생장을 멈추는 온도다. 물론 단순히 최저기온이 아니라 일평균기온이 기준점이긴 하다. 이곳에서 일평균기온이 5℃ 이하로 내려가는 건 빨라도 11월 말은 되어야 한다. 최근 7~8년 간의 자료를 봐도 11월 말 이전에 5℃ 이하로 내려간 건 2013년(11월 18일) 한 번 뿐이다. 그러니 월동 작물인 마늘과 양파는 늘 11월은 되어야 파종한다. 상업적 목적으로 재배하는 난지형 마늘과 조생종 양파는 이곳에서도 9월 말이나 10월 초에 심기도 하지만 한지형 마늘이나 중만생종 양파는 11월은 되어야 심는다. 특히 내 텃밭에서는 한지형 마늘의 경우 12월에 들어 심기도 한다. 12월 초순에 심어도 극한 조건이 아니면 20여 일 지나면 싹이 나 파릇한 상태로 겨울을 난다. 하지만 양파는 조금 다르다.


중만생종 양파는 모종을 옮겨 심고 나서 뿌리가 완전히 활착하기까지 약 20~25일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이 말은 옮겨 심고 나서 일평균기온이 5℃ 이상인 날이 최소한 25일 정도는 확보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양파의 뿌리는 5℃ 이하에서는 생육을 멈춘다. 그래서 양파 재배 교본에서는 그 지역의 일평균기온이 15℃ 정도일 때 모종을 옮겨 심으라 권하고 있다. 우리나라 가을 날씨의 경우 일평균기온이 15℃에서 5℃로 떨어지는데 걸리는 기간이 평균적으로 25일 전후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보다 좀 더 일찍 심을 수도 있지만 그럴 경우 겨울철이나 이른 봄의 기상조건에 따라서는 지나친 성장으로 인해 분구나 추대 위험이 높아질 수도 있다. 이론적으로 양파의 분구 및 추대가 일어나는 중요 요인으로는 너무 많이 자란 모종을 옮겨 심을 경우와 너무 일찍 심거나 기후적인 요인 등으로 월동 전과 이른 봄에 지나치게 성장한 경우를 들고 있다. 기후적인 요인이야 사람이 어찌할 수 없는 것이지만 너무 많이 자란 묘를 심거나 적기보다 너무 빨리 심는 것은 인간의 힘으로 조절할 수 있는 것들이다. 늦게 심는 경우도 문제지만 일찍 심어 좋을 것도 없는 셈이다.



▲ 내가 선호하는 양파 모종은 키가 작고 줄기가 튼실한 모종이다. 키는 20~25cm, 굵기는 5~6mm 정도인 것들.


카페나 SNS 등 인터넷 상에서 보면 겨울철에 양파가 얼어죽었다는 글들이 많이 올라온다. 얼어죽은 게 아니라 제대로 활착하지 못한 뿌리가 땅 밖으로 들떠 위조현상으로 말라 죽은 것이라 말해 줘도 도무지 남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자기가 강원도 화천이나 양구, 경기도 양평, 충북 제천 등에 사는데 양파를 심고서 이중 비닐 멀칭을 하는 등 여러 가지 보온대책을 해보았지만 대부분 얼어죽었다는 것이다. 그런 사람들을 보면 그곳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는 즈음에 양파를 심고서는 온갖 보온 대책을 한다고 난리법썩을 떠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양파는 내한성이 아주 강한 작물이다. 뿌리만 살아 있다면 영하 20℃까지는 거뜬히 견딘다. 미국의 경우 미시건주나 일리노이주, 펜실베니아주 등에서도 재배되고 있고, 캐나다의 경우 퀘벡주에서도 재배된다. 이들 지역들은 우리나라로 치면 함경도 삼수갑산 지방보다 고위도 지역이다. 특히 펜실베니아는 우리나라에서 재배되는 중만생종 양파의 시조로 일컬어지는 '댄버스 옐로' 품종이 육종된 곳이기도 하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광범위하게 재배되고 있는 창녕대고, 서울대고, 농우대고 등 '천주황' 계열의 품종은 모두 펜실베니아에서 육종된 '댄버스 옐로' 품종에 그 시초를 두고 있다. '댄버스 옐로'가 일본으로 건너가 '천주황'으로 육성되었고 이 '천주황'이 우리나라에 도입되어 여러 품종으로 육성된 것이다. 그런데 기껏 화천이나 양구, 양평이 추워서 양파 재배가 힘들다고 우기고 있는 것이다. 화천이나 양구, 양평이 무슨 시베리아 벌판이라도 된다는 말인가?


양파 재배에서 가장 확실한 보온대책은 제때에 모종을 옮겨 심는 것이다. 비싼 돈 들여가며 보온대책 마련하느라 유난 떨 필요가 없다. 우리나라 중부내륙 산간 지방의 경우 11월 초면 대부분 일평균 기온이 5℃ 이하로 떨어진다. 그렇다면 이 지역의 경우 양파 모종을 옮겨 심을 적기는 10월 중순 이전이라는 말이 된다. 실제로 남한에서 춥다고 알려진 지역의 경우 대부분 10월 중순이면 이미 일평균기온이 15℃ 전후로 떨어진다. 그러니 이때가 양파 모종을 옮겨 심을 때인 것이다. 또한 겨울 추위가 심한 곳에서는 모종을 옮겨 심을 때 3~5cm 정도로 깊이 심는 게 좋다. 보통은 1.5cm 깊이로 심지만 추운 지방에서는 좀 더 깊게 심는 게 좋다. 이 두 가지만 지킨다면 우리나라 겨울 추위에 양파가 얼어 죽을 일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얼어죽었니 어쩌니 하는 건 양파를 늦게 심은 까닭에 뿌리가 제대로 활착하지 못한 상태에서 기온이 떨어져 지표면이 얼었다 녹았다 하는 와중에 땅 밖으로 밀려나온 뿌리가 말라 죽은 것이다. 뿌리가 충분히 자리잡았다면 지표면이 언다고 양파 뿌리가 땅 밖으로 밀려나올 이유가 없다.



▲ 적정 크기에 미달하는 작은 모종들은 따로 모아두었다 텃밭 한편에 조금 배게 심어 두면 내년 봄에 잎줄기를 대파 대용으로 이용하거나 장아찌용으로 수확할 수 있다.


내륙산간 지방도 이러할진대 내 사는 곳에서야 양파가 얼어죽을 일은 더더욱 있을 수가 없다. 그래서 해마다 11월 초순이나 중순 사이에 모종을 옮겨 심는다. 여기에 맞춰 양파 씨앗 파종도 9월 중순에 하게 된다. 양파 모종은 평균 50일 정도 키우면 옮겨심기 적당한 크기로 자란다. 올해는 심기 전에 매실발효액과 식초 희석액에 한두 시간 침지하여 소독한 다음 옮겨 심기로 했다. 올봄, 키우는 양파 가운데 노균병 증상을 보이는 포기가 더러 있었기 때문이다. 작년 가을, 조생종 양파 모종을 구입해서 심었더랬는데 아마도 파종상에서 옮겨온 듯하다. 지금으로서는 노균병 감염 여부를 알 수는 없는 까닭에 식초에 소독하는 것과 작년에 심지 않은 곳에 심는 방법 말고는 달리 할 수 있는 게 없다.


심기 전에 적당한 크기로 자란 모종과 제대로 자라지 못한 모종을 구분한다. 제대로 자라지 못한 모종은 따로 모아서 조금 배게 심어놓으면 내년 봄 잎줄기를 대파 대용으로 이용할 수도 있고, 장아찌용으로 수확할 수도 있다. 장아찌는 큰 것보다는 작은 것을 통째로 담그는 게 빨리 익고 먹기도 편하다.


양파 모종 400여 개 심으니 한나절이 후딱 지나간다. 늦가을 햇살은 생각보다 훨씬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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