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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모습/일상

하늘로 가는 오이

by 내오랜꿈 2016. 7.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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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정도면 '게으름의 대가'치고는 그런대로 산뜻한 풍경이군.....


녹나무 가지를 타고 하늘로 향하는 오이넝쿨을 보면서 하는 자아도취적 생각이다. 어제부터 옆지기가 오이를 따 달라고 하는데 나무에 올라가기가 귀찮아 바라만 보고 있다. 다섯 포기의 오이넝쿨에 십여 개의 오이가 달려 있는데 서너 개는 이미 따야 할 시기가 지난 듯하다.


해마다 오이 지주 세우는 게 너무 귀찮았다. 고추와는 달리 높이가 2미터 정도는 되어야 하고 태풍에도 견딜 만큼 튼튼하게 묶어주어야 한다. 중간중간에 보조 지주를 덧대어야 하고 마지막으로 그물망도 둘러야 한다. 그러니 오이 몇 개 따 먹자고 하는 노동치고는 너무 품이 많이 들어간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지난 봄, 오이 모종을 심으면서 이 '지나친' 노동을 줄일 수 없을까를 생각하다 마당 한편에 자라는 녹나무가 눈에 들어왔다. '이거다' 싶어 녹나무 아래 다섯 포기의 오이를 심었다. 고추지지대보다 더 자라면 녹나무 줄기를 타고 올라가게 유인줄을 만들었다. 그 결과가 사진 속에 보이는 모습이다. 얼마 전까지는 오이가 손으로 따도 될 정도의 높이에 달렸었는데 이제는 나무에 올라가지 않고는 도저히 딸 수 없는 높이까지 올라가 버렸다. 잘못하다간 '매달린 굴비' 되기 일보직전이다.ㅠㅠ



▲ 가을재배용 오이. 봄파종 오이넝쿨 아래 새로이 파종했다.


7월 초에 새로이 파종한 가을 수확용 오이가 자리잡을 때까지는 녹나무 가지를 타고 하늘로 향하는 이 오이를 따먹어야 하는데 오이 한두 개 따기 위해 매번 나무를 타야 하는 수고를 해야 할 판이다. 하긴 뭐, 스스로 선택한 게으름의 대가이니 크게 불평할 처지는 못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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