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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모습/생태환경

'벌레혹'이라는 이름의 기생충 또는 예술작품

by 내오랜꿈 2016. 6.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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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복산 등산로. 능선을 따라 이어진 등산로 한편에서 참취들이 대를 키우고 있다. 익숙한 풍경이라 무심히 지나치려 하는데 참취 잎에 언뜻 작은 꽃송이가 보인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장미 꽃송이 같은 조각 작품을 붙여 놓은 것 같다. 신기해 하며 요모조모 살펴 보니 아무래도 참취 잎에 기생하는 진딧물 같은 벌레들의 벌레집인 듯하다. 휴일 등산길에서 만나는 뜻밖의 즐거움. 여행길에 맛보는 별미 같은 느낌이랄까?






집에 돌아와 찾아 보니 '충영(蟲癭)'이라 부르는 기생 조직의 일종이다. 벌레 충, 혹 영이니 '벌레혹'이란 뜻이다. 식물의 줄기나 잎, 뿌리 등에서 볼 수 있는 비정상적인 혹 모양 등과 같은 변형 부위를 총칭하는 말이다. 곤충이나 선충 등의 동물 및 균류의 기생에 의한 자극으로 생긴다고 한다. 콩과 식물의 생장을 돕는 뿌리혹박테리아도 이런 벌레혹의 일종이다. 영어로는 'gall'로 표기되는데 원 뜻은 '뻔뻔스러움'이다. 자신의 뿌리나 줄기를 가지지 않고 기주식물에 기생한다는 측면에서는 '뻔뻔함'의 극치라 할 수 있으니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표현이 아니겠는가.


벌레혹 또는 벌레집이라고는 하지만 그 모양이 너무 예쁘다. 요리사의 손끝을 거친 장식 같다. 화려한 잎 모양 때문에 많이들 키우고 있는 '캘렌초이'보다 훨씬 아름답지 않은가? 참취를 뜯어 뒷면을 보니 진딧물 종류의 집인 것 같다. 취에만 이렇게 예쁜 집을 짓지 말고 오이나 양배추에도 이런 예술작품들을 남긴다면 누가 진딧물을 그렇게 미워만 하랴. 등산길에서 가끔 만나는 이런 류의 발견은 등산 그 자체보다 오래 기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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