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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모습/농사

장맛비 내리는 날의 텃밭 풍경

by 내오랜꿈 2016. 7.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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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의 계절', 장마다. 길어야 한 달이고 보통 2~3주면 끝나는 장마를 일러 무슨 '계절'이라고까지 부를까 싶기도 하지만 일본에선 지역에 따라 장마가 두 달 가까이 지속되는 경우도 있고 평균적으로는 6주 정도라고 한다. 두 달 가까이 지속되는 비라? 물론 매일 오는 건 아니겠지만 그래도 너무 길다는 생각이 든다. 밭작물이 어떻게 버틸 수 있을까?



▲ 고추 이랑 사이 강낭콩. 작년까지 고추 두 줄을 심었던 폭 120cm 이랑에 한 줄만 심었다. 여분의 공간이 허전해서 5월초 강낭콩을 파종했는데 생각보다 너무 잘 자라고 있다. 앞으로는 계속 고추를 한 줄만 심고 양쪽에 다른 작물을 심는 방향으로 나가야 할 거 같다. 강낭콩을 수확하고 열무나 배추를 파종하는 식으로 사이짓기를 적극 활용해야 할 듯.


▲ 토마토


▲ 가지


▲ 오이. 지주를 녹나무 아래에 만들었더니 나무를 타고 올라가고 있다.


이 장마를 일본에서는 바이우(梅雨)(또는 쓰유), 중국에서는 메이위(梅雨)라고 한다. '梅雨', 곧 매화가 익는 계절에 오는 비라는 뜻이다. 일본 대부분의 지역에서 장마가 시작되는 시기는 5월 말 내지 6월 초부터라고 하니 '바이우'라는 이름이 어울린다. 어떻게 보면 조금 시적이고 낭만적인 느낌이 묻어 있는 표현이기도 하다. 그런데 우리는 그냥 '장마'다. 어원을 찾아 보니 '댱마←[長]+맣'라고 나온다. 여기서 '맣(마 ㅎ)'은 물(=비)를 가리키는 우리말 구어다. 너무 무미건조한 표현이 아닐 수 없다. '긴비'라니... 차라리 옛말에서 흔적이 보이는 순 우리말 표현인 '오란비'가 어떨까? 


▲ 파프리카. 파프리카는 처음 분지가 생기는 곳에 피는 꽃은 솎아주고 제2절위부터 열매를 맺히게 해야 하는데 두어 달 텃밭 일을 등한시했더니 첫 분지에 5개나 매달려 힘겹게 자라고 있다.


최근에는 우리나라 기후가 아열대성으로 변해 가기에 '장마기간'을 설정하는 게 의미없다는 말도 들린다. 실제로 몇 년 전부터 기상청에서는 '장마예보'를 따로 하지 않는다고 한다. 내가 기억하기로도 장마기간의 비로 인한 피해보다 한여름의 국지성 호우로 인한 피해가 훨씬 큰 것 같다.


오늘부터 다음 주 수요일까지 6일 동안 이 지역은 하루도 쉬지 않고 비가 오는 것으로 예보되어 있다. 엿새 동안 내리는 비는 쉽게 만나기 힘든데 기상청 예보대로라면 한창 세력을 키우고 있는 텃밭 작물들에겐 힘겨운 시간이 될 것이다. 아무 피해 없이 넘어가길 빌어 본다.



▲ 토종부추.


▲ 강황. 파종한 지 30일이 지나서 첫 싹이 올라오더니 40일이 지나서야 모두 올라왔다. '성질 급한 놈 땅 파 본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 초피나무 열매


▲ 당귀꽃


▲ 도라지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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