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그러니까 현충일이 낀 3일 연휴때 마늘, 양파를 수확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일요일 비가 온다는 예보에 한 주 미뤘다. 마늘, 양파는 수확한 뒤 하루, 이틀 정도는 캔 자리에서 말린 다음 거둬들이는 게 좋기에. 물론 집으로 가져 온 다음에도 며칠 동안은 말려야 상온에서 저장이 가능하지만 최소한 뿌리의 흙이라도 털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선택은 결과적으로 최악이었다. '사서 고생한다'는 말이 절로 생각나게 만들 만큼.
▲ 3주 만에 찾은 양파밭. 풀밭이다.
3주 만에 찾은 양파밭. 완전 풀밭이다. 5주 전의 모습과 지금의 모습을 보면 어디 이게 같은 밭이라고 할 수 있을까? 3주 전에는 사진을 찍지 못 했지만 그때 모습도 5주 전의 모습과 별로 다르지 않았다. 바랭이들이 자잘하게 싹이 나고 있었지만 충분히 덩치를 키운 양파들이 이겨낼 줄 알았다. 그랬는데.....
내가 하나 예상하지 못 했던 건 5월 말의 기온이었다. 때 이르게 한여름 같은, 30도를 넘는 날이 사나흘 반복되었다. 지난 5월의 폭염주의보는 기상 관측 사상 처음이라고 했던가? 사람은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는데 양파는 그러질 못 했다. 고온에 건조한 날씨, 양파는 모두 드러누워 버렸다. 마늘이 꼿꼿이 대를 세우고 있는 게 신기할 지경이다. 이 풀밭 속에서 양파를 캤다. 양파 캐는 건 문제될 게 없으나 바랭이를 없애는 게 문제였다. 둘이서 하루 하고도 반나절을 마늘, 양파가 아니라 바랭이들과 사투를 벌였다. 그놈의 뿌리들은 또 왜 그리도 질긴지. 밤새 주먹이 쥐어지지 않을 정도의 통증에 신음해야 했다.
▲ 크기가 고만고만한 양파. 평균 150~300g 정도다.
심은 게 1,700여 개이니 수확도 그 정도일 텐데 양파 크기는 모두 고만고만하다. 위의 사진에서 보듯 꽃대가 올라온 게 불과 서너 개 정도이니 모종 상태나 심는 시기 등에서 잘못한 건 없다고 봐야 한다. 다만 이 밭은 땅이 아직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았을 뿐 아니라 거름도 전혀 투입하지 않았으니 양파는 어쩌다 아주 큰 게 300g이 넘을 정도고 대부분 150g 전후다. 100g이 안 되는 것도 꽤 된다. 뭐 어떠랴. 나는 한 개 300g, 400g 나가는 커다란 양파보다 150g, 200g 나가는 양파를 더 좋아한다. 장담하건대 퇴비나 물 듬뿍 주고 키운 400g 나가는 양파나 내가 키운 150g 짜리 양파나 잎 수는 거의 차이 나지 않는다. 굵기가 차이 날 뿐이다. 그 굵기는 물론 수분 함량의 차이에 불과하다.
양파는 너무 굵은 거 찾지 마시기 바란다. 크건 작건 영양성분 차이나는 건 없다. 비싸게 물값만 더 지불하는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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