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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모습/농사

풀밭에서 보물(?) 찾기 - 양파 수확

by 내오랜꿈 2016. 6.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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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그러니까 현충일이 낀 3일 연휴때 마늘, 양파를 수확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일요일 비가 온다는 예보에 한 주 미뤘다. 마늘, 양파는 수확한 뒤 하루, 이틀 정도는 캔 자리에서 말린 다음 거둬들이는 게 좋기에. 물론 집으로 가져 온 다음에도 며칠 동안은 말려야 상온에서 저장이 가능하지만 최소한 뿌리의 흙이라도 털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선택은 결과적으로 최악이었다. '사서 고생한다'는 말이 절로 생각나게 만들 만큼.



3주 만에 찾은 양파밭. 풀밭이다.


3주 만에 찾은 양파밭. 완전 풀밭이다. 5주 전의 모습과 지금의 모습을 보면 어디 이게 같은 밭이라고 할 수 있을까? 3주 전에는 사진을 찍지 못 했지만 그때 모습도 5주 전의 모습과 별로 다르지 않았다. 바랭이들이 자잘하게 싹이 나고 있었지만 충분히 덩치를 키운 양파들이 이겨낼 줄 알았다. 그랬는데.....


내가 하나 예상하지 못 했던 건 5월 말의 기온이었다. 때 이르게 한여름 같은, 30도를 넘는 날이 사나흘 반복되었다. 지난 5월의 폭염주의보는 기상 관측 사상 처음이라고 했던가? 사람은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는데 양파는 그러질 못 했다. 고온에 건조한 날씨, 양파는 모두 드러누워 버렸다. 마늘이 꼿꼿이 대를 세우고 있는 게 신기할 지경이다. 이 풀밭 속에서 양파를 캤다. 양파 캐는 건 문제될 게 없으나 바랭이를 없애는 게 문제였다. 둘이서 하루 하고도 반나절을 마늘, 양파가 아니라 바랭이들과 사투를 벌였다. 그놈의 뿌리들은 또 왜 그리도 질긴지. 밤새 주먹이 쥐어지지 않을 정도의 통증에 신음해야 했다.



크기가 고만고만한 양파. 평균 150~300g 정도다.


심은 게 1,700여 개이니 수확도 그 정도일 텐데 양파 크기는 모두 고만고만하다. 위의 사진에서 보듯 꽃대가 올라온 게 불과 서너 개 정도이니 모종 상태나 심는 시기 등에서 잘못한 건 없다고 봐야 한다. 다만 이 밭은 땅이 아직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았을 뿐 아니라 거름도 전혀 투입하지 않았으니 양파는 어쩌다 아주 큰 게 300g이 넘을 정도고 대부분 150g 전후다. 100g이 안 되는 것도 꽤 된다. 뭐 어떠랴. 나는 한 개 300g, 400g 나가는 커다란 양파보다 150g, 200g 나가는 양파를 더 좋아한다. 장담하건대 퇴비나 물 듬뿍 주고 키운 400g 나가는 양파나 내가 키운 150g 짜리 양파나 잎 수는 거의 차이 나지 않는다. 굵기가 차이 날 뿐이다. 그 굵기는 물론 수분 함량의 차이에 불과하다.


양파는 너무 굵은 거 찾지 마시기 바란다. 크건 작건 영양성분 차이나는 건 없다. 비싸게 물값만 더 지불하는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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