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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여유/먹거리

오가피 발효액 칵테일을 마시며...

by 내오랜꿈 2014. 2.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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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에 있을 때, 처음 하는 농사일로 손이 모자라 밭 한편에 자라는 가시오가피 나무는 거의 방치하다시피 키웠다. 이른 봄 잠시 짬을 내 새순 따서 장아찌를 만들고 나서는 전혀 관리를 안 해주어 그런지 병이 들어 열매가 부실한 편이다. 그럼에도 발효액이 욕심 나서 비교적 성한 것만 추려 일부를 수확하였다. 가지치기를 해주지 않아서 키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자랐기에 가지를 휘어가며 잡풀 속에서 열매 거두는 일이 만만찮았던 기억이 오래도록 남아 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오가피 발효액를 거르고 맛을 보니 쓴맛이 강했다. 설탕도 제법 넣었지만 매실이나 다른 과실 열매 발효액보다는 확실히 맛이 쓰다. 새순도 맛이 쓴 편인데, 열매도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이걸 어떻게 먹냐'고 아내가 한마디 하기에 '약은 원래 쓴 법'이라고 퉁명스럽게 대꾸하고선 발효액 건지에 술을 부어두었다. 그리고 2, 3년이 흘렀다. 아마도 잊고 있었다는 게 맞는 표현일 거다. 시간의 힘일까? 술의 힘일까? 맛을 보니 쓴맛도 가시고 향이 너무 좋다.

 

 


우리 부부는 하루 세끼 밥먹는 것을 보약으로 여기며 사는지라 몸에 좋다는 뭔가를 꾸준하게 음용하지 못 하는 편이다. 처음 몇 번은 생수와 희석하여 조금의 발효시간을 거친 후 물처럼 갖고 다니며 마셨는데, 어느 순간 잊어먹었다. 술을 부어두었던 항아리는 진즉에 비웠기에 늦은 밤, 소주에 오가피 발효액를 칵테일하여 홀짝홀짝 마시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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