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4년쯤 되었나? 오랜만에 전화를 한 친구가 "니도 '인디언 수니'를 좋아하는갑네." 이러는 거다.
"인디언 수니? 뭔 말이야?" 되물었다. "네 전화 '컬러링'이 인디언 수니 음악이던데?"
친구의 말을 듣고서도 한참을 설왕설래 하다가 대화를 마무리한 적이 있다. 내 전화의 통화연결음은 '인디언 수니'의 <나무의 꿈>이다. 아마 6~7년 동안 그대로였을 거다. 벨소리는 김광석이나 바비킴 곡 중에서 가끔 바꾼 적이 있지만 컬러링은 한 번도 바꾸지 않았던 것 같다. 내가 듣는 게 아니라 내게 전화를 건 사람이 듣는 것이니 나로선 직접적으로 피부에 와 닿지 않는 영역인 셈이다. 이걸 그 친구가 건드리면서 의사소통에 혼선이 생겼다.
그 친구가 알고 있는 '인디언 수니'를 나는 그냥 '수니'로 알고 있었다. 왜냐면 처음 앨범을 낼 때는 분명 '수니'였다. "내 가슴에 달이 있다"가 '수니'의 첫 앨범인데 내 기억으로는 발매된 지 10년은 지난 앨범이다. 내가 여수에 있을 때 구입해서 주말에 여수와 수원을 오갈 때 듣고 다녔던 음악이니까.
처음 앨범을 발매했을 때는 그야말로 소수의 포크매니아들만 찾던 앨범이었는데 10여 년이 지나서 가수 이름을 바꾸면서까지 재발매를 거듭하는 걸 보니 그동안 '수니'의 매니아 층이 꽤 두터워진 모양이다. 하기사 포크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내 가슴에 달이 있다"라는 앨범에 수록된 9곡을 들어 보고 '수니'를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곡 하나하나가 전부 다 아름다우니까.
1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내 차에 항상 가지고 다니는 십여 개의 CD 가운데 하나다.
초록별 뜬 푸른 언덕에 나무 한 그루 되고 싶었지
딱따구리 옆구리를 쪼아도 벌레들 잎사귀를 갉아도
바람이 긴 머리 크러 놓아도 아랑곳없이 그저 묵묵히
나무 한 그루 되고 싶었지 아름드리 어엿한 나무가
보석 같은 꿈 한 줌 꺼내어 소색거리며 일렁거리며
오래 오래 안개 속에서 기다리고 있었지
나무 한 그루 되고 싶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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