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채의 종류와 재배 현황

산채는 사람에 의해 개량 육성되어 논밭에서 재배되고 있는 농작물이 아니고 자연 그대로 산야에 자생하는 식물 중 식용이 가능한 식물을 말한다. 세계적으로는 55만여 종의 식물 중에서 산채로 이용이 가능한 식물은 약 3,000여종이 되는 것으로 분류되고 있다.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식물 3,200여 종 중에480여 종이 식용으로 이용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으나 이는 넓은 의미의 산채를 이야기하는 것이며 실제로는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식물 중에서 기호성이 좋고 식품적 가치가 높은 식물을 산채로 이용하는 것이 옳다고 보여진다. 이런 기준으로 볼 때 우리나라에는 약 80여 종 정도로 볼 수 있으며 이 중 36종이 이미 실제 재배가 되고 있다.

그러면 산채는 어떤 이유로 아직까지 작물로 개량되어 재배되지 못하고 산야에 자생하는 상태로 이용되어 왔는가를 살펴보면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 현재 재배되고 있는 오이, 토마토 등 과채류보다 기호성이 낮거나 식품적인 면에서 이용 가치가 낮아 작물화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에 와서 산채의 수요가 늘고 있는 것은 산채가 갖고 있는 기능성으로 인하여 사람의 몸에 좋은 건강식품으로써의 가치가 인정되기 때문이다.

둘째, 기존의 채소와는 달리 산채는 환경적응성이 낮아 자생지와 비슷한 환경조건에서만 생육이 가능하여 이용가치가 높더라도 재배가 까다로워 많은 면적에서 재배가 이루어지지 못하는 점이다. 위의 이유를 분석하여 보면 어떤 산채를 소비자가 좋아할까, 또 어떻게 쉽게 재배할 수 있을까를 신중히 생각하여 재배를 시작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때에 경제성을 검토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할 재배 조건이 됨은 말할 필요도 없다.

 

가 산채의 종류

 

우리나라 산야에는 약 480여 종의 식물이 식용으로 이용될 수 있다고 하나 현재 전국에서 재배하고 있는 작목은 36종이다. 자생하는 식물 중 산채로서 재배가 가능할 것으로 보이는 종류는 <표 2>와 같이 약 80여 종이다. 현재 산채시험장에서는 약 130여 종의 산채자원을 수집하여 특성검정과 재배 작물화 방법을 연구 중에 있으며, 그중 도라지, 더덕, 곰취, 참취, 곤달비, 잔대, 영아자, 모시대, 누룩치, 산마늘, 고려엉겅퀴(곤드레), 돌나물, 달래, 씀바귀류, 돌미나리, 두릅, 개두릅(음나무) 등이 대표적인 재배산채로서 주 연구개발 대상이 되고 있다.

나. 산채의 재배현황

 

우리나라 산채의 재배면적은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에 있으며 2010년 현재11,049ha으로 전년도에 비해 약 11% 증가하였다. 그중 노지재배가 9,671ha, 비가림재배가 740ha, 시설재배가 638ha로 노지재배 위주의 경영을 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도별 재배면적 분포를 보면 강원(3,125ha), 전남(1,815ha), 경남(1,560 ha),경북(1,123ha), 충남(1,011ha) 순으로 많으며 이들 5개 지역의 점유율이 약76%에 달한다. 전국적으로 약 40종에 달하는 품목이 재배되고 있는데 그 중 더덕(2,477ha), 고사리(2,196ha), 취나물(1,412ha), 도라지(1,158ha), 나무두릅(569ha), 달래(526ha), 땅두릅(476ha), 음나무순(307ha), 곤드레(232ha), 고들빼기(225ha) 순으로 10작목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 재배방식별로 보면 약 88%가 노지재배이지만 달래, 취나물이 주종을 이루는 비가림재배는 전체 면적의 약 7%로 전년 대비 13% 증가하였으며 취나물, 참나물, 삼엽채가 주종을 이루는 시설재배는 전체 면적의 약 6%로 전년 대비 35% 증가하였다.

 

다 산채 소비 및 재배 증가 요인

 

산채는 1960년 이전까지는 채소라기보다는 보릿고개를 넘기기 위한 구황식물로 이용되어 왔다. 그 후 1970년대 들어 경제가 발전하면서 대부분의 산채는 우리의 식탁에서 멀어져 갔다. 그러나 1980년대와는 달리 자원고갈에 의한 자연산 채취량 감소로 최근에는 재배면적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최근에 산채의 수요가 급격히 늘어가고 이에 따라 재배면적도 늘어가고 있는 요인이 무엇인가를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앞에서도 지적하였지만 산채를 포함한 모든 농산물이 이제는 양보다는 질이 우선하고 수요에 의해 공급이 결정되는 상품으로 보아야 하기 때문에 수요의 증가 원인은 소비자의 입장에서 그리고 재배의 증가원인은 공급자인 생산농가의 입장에서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1) 산채소비의 증가 요인

 

소비자의 입장에서 본 수요의 증가 원인은 크게 여섯 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 산채는 저공해 식품이라는 점이다. 우리는 요즈음 모든 공해에 관해 심각한 과민반응 상태에 있다. 오염된 물, 토양, 공기와 그러한 땅에 뿌리를 내리고 재배된 농작물에 농약까지 치면서 생산되는 식품을 먹어야 되는 우리에게 오염되지 않은 물과 토양 그리고 공기에서 농약 없이 생육되거나 재배된 산채야말로 아주 바람직한 청정채소라고 볼 수 있다.

둘째, 산채는 사람의 몸에 아주 좋은 건강식품으로서 가치가 매우 높다는 점이다. 우리가 재배하는 대부분의 작물은 수천 년간 인간에게 유리한 쪽으로 개량해오는 과정에서 식물 쪽에서 보면 기형으로 변하게 되었고 또한 인간의 보호 아래 자랄 수 있었기 때문에 자기보호 능력을 상실하게 될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형태적인 변화를 가져오면서 식물체 내의 성분도 어느 한쪽으로만 치우치게 되었고 자기 보호를 위해서 갖고 있던 특수성분도 상실하는 등 내적으로도 기형으로 변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산채는 아직 야생의 고유특성 및 성분을 원형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관계로 각종 영양성분을 고루 갖추고 있으며 자기보호를 위해 지니고 있는 특수성분은 여러 가지 기능성을 갖고 있어 약리효과가 높아 건강식품으로서 가치가 매우 높다는 것을 소비자들은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취나물을 비롯한 많은 산채가 간암, 유방암, 폐암 등의 암에 항암효과가 높을 뿐만 아니라 산채에 많이 함유되어 있는 섬유질이나 엽록소등은 건강유지에 매우 효과적이라는 많은 연구 결과들이 발표되고 있어 바로 이 점이 산채가 소비자들로부터 커다란 인기를 얻고 있는 원인이 되고 있다.

셋째, 소비자들의 식품에 대한 인식이 전환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의 고의서인 황제내경(皇帝內徑)에서는 식품의 가치를 다음과 같이 요약하고 있다.『오곡(五穀)은 오장육부(五臟六腑)를 영양하며, 오과(五果)는 이를 돕고, 오채(五菜)는 그 작용을 보하고 오축(五畜)은 그 힘을 더한다』고 함으로써 곡류와 과채류 그리고 고기를 고루 섭취하여야 되는 이유를 밝히고 있다.

 

보릿고개가 그리도 높기만 했던 때에 우리에겐 곡류도 과일도 풍족할 리 없었고 더욱이 고기는 1년 중 명절에나 겨우 맛을 볼 정도였던 것이다. 그때 산채를 비롯한 채소류가 굶주린 배를 채워주는 역할을 했던 기억을 우리는 잊을 수가 없을 것이다. 그 후 녹색 혁명과 경제 발전에 힘입어 주곡이 자급되고 육류의 소비가 늘어나는 등 가난의 한을 씻으며 풍요를 누리는 동안 서서히 늘어나기 시작한 각종 성인병은 식품의 가치를 다시 생각하게 하였고 잊혀졌던 산채는 건강식품으로 다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으며 바로 이러한 점이 소비자에게 산채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가장 주된 이유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넷째는 산채가 육체적 건강유지를 위한 식품일 뿐만 아니라 정신적 건강 유지 효과도 매우 크다는 점이다. 1994년에 산채시험장과 농수산물 유통공사가 공동으로 미국의 교포를 대상으로 산채의 수출시장을 조사한 결과, 교포 1세대들로부터 상당히 좋은 호응을 얻는 고무적인 결과를 얻은 적이 있다. 그 이유는 고국의 향취와 고향의 추억을 산채를 통해 맛볼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는 교포들에 국한된 이야기만은 아니다. 우리의 사회가 급격히 산업화 사회로 변화되면서 고향을 떠나 도시로 나갔던 많은 사람들이 어릴 적 고향의 내음만이라도 맛보고 싶어 하는 마음에서 산채는 이제 가난했던 때의 구황식품이 아닌 향수 식품으로 다가서고 있는 것이다.

다섯째로 산채는 우리 민족의 뿌리이며 혼이 담겨있는 식품이라는 점이다. 우리 민족이 쑥과 마늘을 먹고 곰으로부터 인간으로 변신한 웅녀의 몸에서 태어난 단군의 후예라는 것도 그렇지만 예로부터 산채는 우리의 식탁은 물론 조상에게 예를 올리는 제물에 이르기까지 우리 민족과 함께 맥을 이어온 우리의 고유문화 식품인 것이다. 하나의 민족이 이어온 전통과 뿌리는 아무리 그보다 우월한 문화의 의해 도전을 받더라도 쉽게 그 맥을 상실하지 않는다. 이러한점에서도 다른 민족과 다른 우리만의 고유문화가 일시적으로 서구 문화에 의해 사라질 위기에서 최근 다시 일어나는 것과 같이 산채도 다시 우리에게 다가서고 있다고 보아도 무리는 아닌 것 같다.

여섯째는 우리나라가 직면한 시대적 배경이다. U.R로 시작하여 W.T.O로이어지는 농산물 수입개방에 대응하여 불기 시작한 『신토불이』, 『우리 농산물 애용』 운동은 산채를 가장 인기 있는 우리 농산물로 등장시켰다. 요즈음 수시로 개장되는 지역특산물 판매장에 가보면 어느 지역에서 주최하는 행사에도 산나물이 빠진 판매장이 없는 것이 이를 증명해주는 것이다. 또한 어느 관광지이든 관광식품이나 상품으로 산채가 가장 인기가 있는 것도 위의 여러 가지 원인과 시대적 배경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라 볼 수 있다.

 

(2) 산채재배의 증가 요인

 

생산 공급자인 농가의 측면에서 본 산채의 재배면적 증가원인을 살펴보기로 한다. 공급자인 농민의 측면에서 보면 산채도 상품이다. 상품은 생산자로 하여금 높은 소득을 보장하지 않고서는 존재할 수 없다. 산채는 아직까지는 대부분 재배가 용이하고 병해충에 강해 경영면에서 볼 때 노동력 등 경영비가 적게 들어 상대적으로 소득이 높으며 농약을 거의 사용하지 않고 재배될 수 있는 저공해 농산물로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전망이 밝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지역마다 특색 있는 관광식품으로 그리고 개발하기에 따라서는 수출상품으로도 발전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다른 사람이 재배하지 않는 비교적 소득이 높은 새로운 작목으로 산채의 선택이 늘어가고 있는 점이 재배가 확산되고 있는 요인 중의 하나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