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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모습/생태환경

제비꽃, 오랑캐꽃, 장수꽃, 앉은뱅이꽃... 그리고 보라색

by 내오랜꿈 2016. 3.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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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 여기저기서 제비꽃이 한창 피어나고 있다. 오랑캐꽃, 장수꽃, 병아리꽃, 앉은뱅이꽃, 가락지꽃, 씨름꽃, 외나물 등 불리는 이름도 다양한 제비꽃. 한 가지 꽃을 두고 이렇게 많은 이름으로 불리는 꽃이 또 있을까 싶다. 그만큼 우리네 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었던 식물이란 뜻이다.



▲ 오랑캐꽃, 장수꽃, 앉은뱅이꽃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제비꽃.


그런 까닭일까? 흔히들 보라색 꽃 하면 떠오르는 색이 제비꽃일 정도로 친근하고 익숙한 이름이다. 비단 우리만 그런 게 아니라 서양에서도 제비꽃(Manchurian Violet)은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보라색 그 자체라 할 수 있을 정도다. 로마시대 때부터 장미와 함께 정원에 즐겨 심었으며, 그리스에서는 아테네를 상징하는 꽃이었다고 한다. 그렇다고 제비꽃 종류가 보라색 꽃만 피우는 건 아니다. 흰색 꽃을 피우는 흰제비꽃도 있고 분홍색에 가까운 보라색 꽃을 피우는 고깔제비꽃도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제비꽃 하면 보라색을 떠올리게 되고 이즈음에 피는 들녘의 보라색 꽃을 보면 제비꽃으로 오해하기 십상이다. 때마침 들녘엔 큰개불알풀과 광대나물이 한창 꽃을 피우고 있기도 하다.



▲ 큰개불알풀

▲ 광대나물. 붉은 보라색 꽃이 줄기 끝에서 여러 개 피어난다.


▲ 제비꽃. 꽃 모양 뿐만 아니라 잎 모양도 광대나물이나 개불알풀 종류와는 확연히 구분된다.


지난 토요일 찾아간 매화축제장. 매화꽃 만발한 언덕에는 갖가지 들풀들도 한창 꽃을 피우고 있었다. 밀원식물로 분류되는 큰개불알풀도 자주색 꽃을 피워 꿀벌들을 불러모으고 있었는데 일행 중 한 사람이 제비꽃 아니냐고 한다. 사실 큰개불알풀은 잎 모양 등 그 생김새가 제비꽃과 닮았다기보다는 광대나물과 아주 흡사하다. 꽃 모양은 좀 많이 다르긴 하지만. 광대나물은 꿀풀과인데 같은 꿀풀과 식물인 들깨나 배초향(방아) 꽃을 연상하면 알 수 있듯이 줄기 선단부에서 여러 송이가 뭉쳐서 핀다. 큰개불알풀 꽃을 보고 제비꽃을 연상하는 이유는 오직 하나, 꽃 색깔 때문이다. 이 시기에 청보라빛으로 피는 꽃은 제비꽃과 동의어일 정도로 우리 의식 속에 강하게 각인되어 있는 것.



▲ 벼룩나물. 줄기에 털이 없고 잎에 잎자루가 없다(붉은색 원).

▲ 별꽃. 줄기에 가는 줄의 털이 있고, 잎자루는 줄기 선단부로 갈수록 짧다.


이 시기에 꽃이 피는 텃밭 식물 중에서 진짜 구별하기 어려운 건 별꽃과 벼룩나물이 아닐까 싶다. 광대나물과 큰개불알풀은 잎 모양은 비슷해도 꿀풀과와 헌삼과로 분류되는 것에서 알 수 있듯 꽃 모양은 많이 다른 편이다. 어릴 때는 몰라도 꽃 피는 시기가 되면 쉽게 구별할 수 있다. 하지만 별꽃과 벼룩나물은 같은 석죽과로 분류되는 터라 생태적인 특성이나 모양도 비슷하고 꽃 모양으로도 구별하기 쉽지 않다. 차이가 있다면 줄기에 난 털이나 잎자루의 유무다. 별꽃은 잎줄기에 가느다랗게 1줄의 털이 나 있고 잎자루가 있는 반면에 벼룩나물은 줄기에 털이 없고 잎자루도 없다. 이것도 눈 앞에 대고 자세히 들여다보아야 구분할 수 있지 그냥 생각 없이 보아서는 쉽게 구별되지 않는다. 둘 다 보리나 밀 같은 월동작물을 재배하는 밭에서 문제가 될 정도로 번식력 또한 뛰어나다는 것도 동일하다. 내 텃밭에서는 이것들이 마늘밭과 양파밭을 덮고 있는데 웬만하면 그냥 내버려둔다. 마늘, 양파보다 크게 자라 광합성을 방해할 일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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