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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모습/생각

여행자의 시선이 머무는 풍경도 누군가에겐 치열한 삶의 현장이다

by 내오랜꿈 2016. 3.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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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여행을 다니다 보면, 뜻밖의 곳에서 뜻밖의 아름다움을 발견할 때가 많다. 그러나 그런 아름다움은 종종 나 자신만의 것이거나 함께한 동료들만의 것이 되기 십상이다. 그 아름다운 곳에서 일상의 생활을 영위하는 사람들에게는 우리가 갖다 붙이는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한 아름다움은 한낱 외지인의 호들갑스러움에 지나지 않을 때가 많기 때문이다. 이를 사회과학적 용어로 말한다면 '외부자의 시선'이 찾아낸 풍경이라 할 수 있다.


뜻밖의 곳만이 아니라 꽤 알려진 이름난 관광지도 예외일 수 없다.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사람들조차 그 이름만으로도 가슴 설레게 만든다는 정선 아우라지와 어라연의 풍경이나 승부역의 설경 역시도 세련된 외부자(도시인들)의 시선이 찾아낸 '아름다움'에 불과할 수도 있는 것. 그 옛날 아우라지를 건네주던 뱃사공의 눈에 비친 그곳은 그저 평생을 보낸 삶의 현장이었을 뿐이다. 요즘은 더러 그 일상이나 삶의 현장을 축제라는 쇼의 힘을 빌어 상업화 하는 전략을 취하기도 하지만.




구례 산동면 일대의 여러 마을을 돌아다니다 보면 자주 볼 수 있는 풍경 가운데 하나가 산수유 나무에 매달아 놓은 돌덩이다. 눈길 주는 곳마다 샛노랗게 피어난 산수유꽃은 여행객에게는 더없이 아름다운 풍경이겠지만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치열한 삶의 현장임을 보여주는 징표다. 이 꽃이 지고 맺히는 산수유 열매를 따기 위해서는 가지가 하늘로 치솟기만 하면 힘들기 때문에 늘어뜨려 놓은 것. 그러니 꽃이 예쁘다고 산수유 가지를 꺾거나 훼손하는 행동은 타인의 삶을 파괴하는 행위와 다를 바 없다. 우리에겐 한낱 여행지에 불과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삶의 현장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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