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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모습/생각

식물의 과식과 비만 - 질산태질소의 과잉 섭취에 따른 잎 색의 변화

by 내오랜꿈 2016. 4.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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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알고 있듯이 인간을 비롯한 동물의 과식은 그 자신에게는 물론 자연 생태계에도 유해하다. 인간이나 동물의 과식은 기본적으로 비만이란 질병으로 연결되는 것은 물론, 자원 낭비와 생태계 파괴로까지 이어지기 때문이다. 자연 상태의 동물들이 비만으로 연결될 수 있을 만큼 많은 영양분을 섭취하는지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아는 게 없지만 개나 고양이 같은 반려동물들의 비만은 지금도 분명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겠지만 난 사람이 주는 먹이를 먹고 배가 땅바닥까지 늘어져 잘 걷지도 못하는 개나 고양이의 모습을 보면 그건 사랑이 아니라 거의 동물 학대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반려동물 때리는 건 학대라고 생각하면서 잘 걷지도 못하는 배불뚝이 만드는 건 왜 학대라고 생각하지 않는 걸까? 누가 당신을 가둬 놓고 귀엽다고 쓰다듬으면서 매일 맛있는 거 먹여서는 결국 걷는 것조차 힘들게 만들었다면 당신의 삶이 행복하다 할 수 있을까?



▲ 상추, 아욱. 상추나 아욱을 비롯하여 봄에 자라는 식물의 잎 색은 시퍼런 녹색이 아니라 원래 이런 색이다.


그렇다면 식물의 과식은 어떨까? 아니, 과연 식물에게 과식이란 개념을 쓸 수 있을까? 자연 상태에서 식물은 생육에 필요한 모든 영양분을 스스로 흡수하거나 만들어 써야 한다. 뿌리를 통해 필요한 무기양분을 최대한 찾아내 흡수하고 광합성을 통해 유기양분을 만드는 것이다. 광합성을 하기 위한 필수 요소는 빛과 물 그리고 이산화탄소다. 빛은 자연 상태에 항상 존재하는 것이니 따로 노력할 필요가 없고, 물은 뿌리를 통해, 이산화탄소는 잎의 기공을 통해 조달한다. 이러한 광합성 과정에서 만들어진 유기양분인 포도당은 산소와 만나 녹말로 전화되어 잎에 저장된다. 유기양분을 저장하는 잎의 능력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만들어지는 영양분을 이용하여 자신의 덩치를 키우면서 잎의 수를 계속해서 늘려나가거나 생식생장을 통한 번식에 힘을 쏟게 된다. 유한한 신체구조를 가진 동물과 달리 식물은 자신의 능력이 되는 한 무한생장을 지속하므로 엄밀하게 말하면 식물에게 과식이나 비만이란 표현은 어울리지 않는 셈이다.



▲ 2014년 10월 12일의 배추 모습. 무비료 재배

▲ 2014년 10월 12일의 배추 모습. 관행 재배. 무비료 재배와 비교할 때 잎의 색깔이 베이스부터 아예 다르다.


그러나 이런 식물에게도 과식으로 인한 비만으로 볼 수 있는 증상이 있으니 바로 질산태질소(NO3-N)의 축적이다. 식물의 무기양분 흡수는 대부분 부족이 문제지 과잉이 문제되는 건 드물다. 사실 자연상태에서 식물이 과잉 섭취로 문제될 만큼 무기영양분을 흡수한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설사 흡수할 수 있는 조건이 된다 해도 자신의 몸에 축적할 수 없으니 흡수하지 않거나 흡수한다면 탈이 나게 마련이다. 구리나 망간, 몰리브덴, 아연, 철 같은 무기물은 과잉 흡수 시 잎이나 줄기가 노화하는 등 식물의 생육은 급속한 장해를 입게 된다. 한 가지 예외가 있다면 질산태질소의 흡수다. 식물의 생육에 특별한 장해를 나타내지 않으면서 식물체의 줄기나 잎에 거의 무한정 축적 가능한 것. 잎 색이 연초록에서 녹색으로, 녹색에서 검푸른 녹색으로 변하면서.


식물체 생장에는 아무런 장해가 없는, 아니 더 잘 자라게 하고 윤기마저 흐르게 하는 질산태질소. 식물에게는 더없이 고마운 존재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식물체를 먹는 인간에게는 아주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질산태질소(NO3-N)는 인간의 체내에서 아질산태질소(NO2-N)로 변하고 아질산태질소는 아미노산과 결합하여 '니트로소아민'이라는 1급 발암물질을 생성한다. 뿐만 아니라 혈액 속에서 헤모글로빈과 결합하여 '메트헤모글로빈'으로 바뀌면서 산소 운반을 어렵게 만든다. 그래서 "WHO"에서는 질산태질소 하루 섭취권장량을 정하여 발표하고 있을 정도다.



▲ 위로부터 얼갈이배추, 열무, 래디쉬. 인위적인 비료 투입 없이 키우는 것들이다. 잎에 난 상처들은 지난 4월 17~18일에 걸쳐 불어닥친 폭풍우에 풍수해를 입은 흔적이다.


무슨 말인지 피부에 잘 와 닿지 않을 수 있다. 뭐 까짓 거 질산태질소 좀 많이 함유된 시퍼런 채소 먹는다고 당장 죽는 것도 아닌데 '니트로소아민'이니 '발암물질'이니 하는 게 뭐 그리 대수랴. 같은 양의 독을 먹어도 개인의 면역능력에 따라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천차만별이다. 하지만 우리의 일상에서 식물이나 채소의 질산태질소 함유량을 매일매일 느낄 수 있는 지표가 있다. 바로 식물의 질산태질소 함유량과 당분 함유량은 역의 상관관계라는 사실. 질산태질소가 많이 함유된 채소는 당분 함유량이 그만큼 낮아진다. 우리가 어떤 채소를 먹었을 때 '맛있다' 내지 '달다'라고 표현하는 건 채소의 당분 함유량에 따른 혀의 반응이다. 시퍼렇다 못해 검은 빛이 도는 녹색의 채소는 그만큼 당분 함유량이 낮은, 맛없는 채소라는 의미다. 이조차도 '이것도 그 맛'이고 '저것도 그 맛'이라고 한다면 할 말 없지만.



▲ 현재 텃밭에서 자라고 있는 열무와 얼갈이 배추. 이것들의 색깔을 질산태질소 함유량을 가늠하는 표준 녹색으로 삼을 수 있다.

▲ 열무나 얼갈이배추의 잎 색을 보고 비료부족이 아닌가 생각할 수 있겠지만 똑같이 아무런 비료 투입 없이 키우는 양파나 쪽파를 보면 작물 본연의 색이 발현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색깔이 양파나 쪽파 본연의 색깔이 맞다면 열무나 얼갈이배추도 이 색깔이 작물 본연의 색깔인 것 아닐까?


같은 조건에서 선택의 여지가 있다면 인간은 누구나 맛있는 채소를 먹고 싶어하지 않을까? 하지만 수많은 채소마다 질산태질소나 당분 함유량을 일일이 재 볼 수는 없는 일. 그나마 개략적으로라도 가늠할 수 있는 방법은 잎 색이 옅은 연녹색의 채소를 고르는 일이다. 비교 가능한 여러 개의 표본이 있다면 가장 옅은 색을 고르면 되지만 표본이 한두 개 밖에 없다면 표준 녹색을 기억했다가 그것보다 옅은 색을 고르는 수밖에 없다. 위 사진에서 보이는 열무와 얼갈이배추, 상추, 아욱 등의 모습이 지금 내 텃밭에서 자라는 색깔이다. 화학비료는 물론 유기질 퇴비 같은, 어떠한 인위적인 비료도 주지 않고 키우는 것들이다. 시장이나 마트에서 파는 것들과 잎 색을 한 번 비교해보시기 바란다. 사진 위쪽에 보이는 열무나 얼갈이배추의 색깔을 질산태질소 함유량을 가늠하는 표준 녹색으로 삼는다면 과연 시장이나 마트에서 구입할 만한 배추, 무 종류가 얼마나 있을까?


조금은 생소한 화두를 던진 셈이지만 동물의 과식이나 채소의 과식이나 결국은 인간의 개입이 만들어낸 결과다. 인간의 어설픈 사랑이 반려동물의 비만을 불러오고, 다수확을 바라는 인간의 욕심이 질산태질소가 덧칠된 채소를 키우게 된다. 무엇이든 지나쳐서 좋은 건 거의 없다. 작물 재배에서도 화학비료 뿐만 아니라 유기질 비료의 과잉은 인간에게 유해한가 아닌가의 여부를 떠나 환경이나 생태계에 결코 좋지 않다. 인간의 과식이 비만이라는 질병으로 가는 지름길이 되듯이 식물에 뿌려지는 비료의 과잉은 각종 병충해를 불러와 농약 살포로 이어지고 이는 결국 토양오염과 생태계 파괴로 이어지는 순환고리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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