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살아가는 모습/생각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 인공지능의 미래를 시험한다

by 내오랜꿈 2016. 2. 22.
728x90
반응형


오늘 저녁에 3월 9일부터 벌어지는 구글의 인공지능 프로그램 '알파고'와 이세돌 구단의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대국조건이 발표됐다. 각자 제한시간 두 시간에 60초 초읽기 3회 그리고 덤 7집 반.


덤이 7집 반인 건 '알파고'가 중국식 룰을 토대로 해서 개발된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나 일본은 덤이 6집 반이다. 중국식 룰에서 덤이 7집 반이라고 해서 우리나라보다 무조건 백이 1집 유리한 건 아니다. 우리나라나 일본은 바둑을 다 둔 뒤 반상의 집 수로 승부를 따지지만 중국식 룰에서는 반상에 남아있는 돌 수로 승부를 따진다. 곧, 공배도 한 집의 의미가 있는 것이다. 우리나 일본은 공배는 집과 무관한 돌이다. 공배도 한 집이라면 마지막 착수를 누가 하느냐에 따라 중국식 룰의 덤이 달라지게 된다. 바둑은 흑이 먼저 두게 되어 있으므로 마지막 수를 흑이 둔다면 흑이 확실히 한 집 이익이므로 덤은 애초에 규정한 7집 반이 되지만 마지막 수를 백이 둔다면 흑이 유리한 게 없으므로 덤은 6집 반이 되는 셈이다. 따라서 마지막 수를 둘 확률은 흑백이 반반이라고 보면 우리나라보다 백이 확률상 0.5집 정도 유리한 것이라 생각하면 된다.


덤 이야기가 길어졌는데 덤을 말하려는 게 아니고 '알파고'와 이세돌 구단의 대국조건을 살펴보다 보니 덤이 7집 반인 게 눈에 들어오기에 하는 말이다.


애초에 구글 측에서는 이세돌 구단에게 제한시간 1시간에 30초 초읽기 3회를 제안했다고 한다. 이건 '알파고'가 작년 10월에 판후이와 두어서 이겼던 바둑과 동일한 조건이다. 그러데 이세돌 구단이 강력하게 제한시간 두 시간에 30초가 초읽기가 아니라 1분 초읽기를 요구했다고 한다. 사실 초읽기 30초와 1분은 프로기사한테는 하늘과 땅 차이다. 30초 초읽기에서는 시간에 쫓겨 수읽기에서 실수할 확률이 있지만 1분 초읽기에서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그만큼 이세돌 구단으로는 실수를 방지할 확실한 안전장치를 마련한 셈이다. 어쨌거나 구글 측에서 이세돌 구단의 요구 조건을 100% 수용한 것이다.



사실 구글 입장에서는 이번 대결에서 '알파고'가 이기든 지든 이미 이긴 게임이나 마찬가지다. 지난 번 <네이처>지 발표 이후 인공지능과 딥러닝에 대한 폭발적인 관심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라고 한다. '알파고'와 대결하는 선수는 정작 우리나라의 이세돌 구단인데 중국과 일본에서도 연일 방송과 신문, 잡지에서 특집으로 다루고 있고 미국과 유럽에서도 엄청난 관심을 받고 있다고 한다. 구글로서는 애써 돈 들여 광고를 해도 모자랄 판인데 세계의 유수 언론에서 앞다퉈 홍보를 해 주고 있으니 그야말로 손 안 대고 코 푸는 격인 셈이다.


이번 대국 조건에서 구글이 이세돌 구단의 요구 조건을 그대로 수용한 것도 이런 저간의 사정을 반영한 것 같다. 구글로서는 '알파고'와 인간의 바둑 대결이 가져온 엄청난 마케팅 효과를 실감했으니 행여라도 판이 깨지는 건 어떤 경우라도 막고 싶었을 것이다. 더군다나 자사의 프로그램을 테스트하는 무대로서는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는 것이다.


모든 공은 이세돌 구단 손으로 넘어 왔다. 이제는 이세돌 구단으로서는 절대로 져서는 안 되는 시합으로 변해버렸다. 사실 제한시간 1시간에 30초 초읽기 3회는 솔직히 '인간'에게 불안한 측면이 있는 조건이다. 후반으로 갈수록, 곧 경우의 수가 줄어들수록 실수할 확률이 제로에 가까워지는 '알파고'에 비해 인간은 복잡해지면 언제든 실수할 확률이 있기 마련이다. 특히나 30초 초읽기에서는. 실제로 '알파고'와 판후이가 둔 기보를 보면 후반으로 갈수록 '알파고'의 수읽기는 초일류 프로기사에게 결코 뒤지지 않는 수준이다. 엄밀히 말하면 바둑돌이 채워질수록 경우의 수가 줄어드는 것이니 후반으로 갈수록 거의 완벽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나는 제한시간 1시간, 30초 초읽기 대국에서는 이세돌이 '알파고'에 100% 이긴다는 보장이 없다고 생각했던 것이다(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 대국, 이세돌이 이긴다? 참조). 인간이 범할 수 있는 실수를 염두에 두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60초 초읽기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번 대국조건에서 제한시간 2시간보다 더 눈에 들어오는 게 60초 초읽기다. 바둑을 좀 두는 사람은 알겠지만 60초 초읽기는 단순히 30초의 두 배라는 의미가 아니다. 아마도 모든 프로기사한테 자신에게 주어지는 대국조건을 두고 '30초 초읽기 10개를 선택할 건인가 60초 초읽기 3개를 선택할 것인가'라고 물으면 거의 100% 60초 초읽기 3개를 선택할 것이다. 어떤 이는 30초 초읽기 10개보다 60초 초읽기 1개가 더 크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만큼 60초 초읽기가 갖는 의미는 크다. 이 조건이라면 나 역시 이세돌 구단이 확실히 유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유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이 조건에서 '알파고'가 이긴다면 그건 인공지능이 우리가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빨리 우리의 삶을 파고들 것이라는 의미다. 좋은 의미에서든 나쁜 의미에서든.


※ 뱀다리


그런데 '알파고'와 대결을 앞둔 이세돌 구단이 이번 시합을 앞두고 생각하는 '알파고'와 관련된 코멘트의 변화가 흥미롭다. 지난 1월 28일 <네이처>지에 알파고와 판후이의 대결 기보가 공개되었을 때만 해도 대부분의 프로기사들은 '알파고'의 수준을 정상급 프로기사한데 두 점 정도의 실력이라고 주장했다. 특히나 최규병 구단 같은 이는 두 점에서 석 점 정도의 실력이라고까지 말했다. 이건 솔직히 인간의 오만함이 깃든 생각이라고 본다. 최 구단 한테는 미안한 말이지만 '알파고'가 최규병 구단하고 둔다면 나는 100% '알파고'에 건다. 그러다 차츰 '알파고'와 판후이의 기보를 자세하게 분석한 뒤에는 선과 두 점 사이라는 말들이 조심스럽게 나오기 시작하더니 최근에 와서는 선 정도라고 말하는 프로기사들도 나오기 시작했다. 이세돌 구단 역시 처음에는 자기한테 두 점 정도이거나 선과 두 점 사이인 것 같다고 말했었다.


그런데 오늘 기자회견장에서는 알파고의 기력을 물어보는 기자들한테 선 정도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불과 보름 사이에 자신이 했던 평가를 '업그레이드(?)' 했다. 또한 열흘 전의 한 인터뷰에서는 자신이 "'알파고'에게 단 한 판이라도 진다면 그건 내가 지는 것이다"라는 확신에 찬 말을 했었다. 그런데 오늘은 "시간적인 한계가 있으니까 3:2 승부는 아닌 것 같고 4:1이나 5:0으로 예측한다"고 말했다 한다. 글쎄, 말 바꾸는 건 정치인들이나 하는 소리인 줄 알고 있는데 이세돌 구단의 입에서 나올 줄은 생각도 못했다.^^ 내가 아는 이세돌 구단은 이렇게 쉽게 입장을 바꿀 성향은 아닌데, 열흘 사이에 '알파고'에 대한 새로운 정보를 입수하기라도 한 것일까?


프로기사들이나 이세돌 구단의 '이랬다 저랬다' 하는 말들이 왠지 그들의 마음 깊은 곳에 내재해 있는 불안한 심리를 대변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