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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보고 듣는 것들/Book

<펭귄의 계약> - 우화로 배우는 '시스템 사고'

by 내오랜꿈 2007. 9.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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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화로 배우는 '시스템 사고'

 
데이비드 허친스, <펭귄의 계약> 


"시스템 사고는 이 세상의 복잡한 인과관계 유형들을 이해하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합니다. 즉, 사물,사람,사건들이 서로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인식하는 방법을 알려줍니다. 그것은 우리의 행동이 어떤 의외의 결과를 초래할지 예상하고, 우리의 에너지와 자원을 어디에 집중시켜야 할지를 결정합니다. 그리고 우리 자신과 다른 이들의 행위를 이끄는 근본적인 원인을 밝혀내어 더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두록 도와줍니다. 전략적 관점에서 볼 때, 시스템 사고는 현실을 정확히 파악하여 우리가 희망하는 미래를 창조하기 위해 현명한 전략을 구상할 수 있도록 해줍니다."(데이비드 허친스, <펭귄의 계약> p.84)

 

 

 
 

사고가 발생한 지 보름이 지나가지만 아직도 충격과 슬픔을 놓을 수 없게 만드는 대구 지하철 참사는 우리들에게 여러 가지 생각해볼 거리를 만들어준다. 어떻게 보면 도대체 말이 되지 않는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그 뒷처리보다는 책임회피를 위한 사건조작 의혹에서부터 사고의 책임을 기관사를 비롯한 몇몇 사람들에게 전가하는 모습들은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그대로 들여다보는 것 같은 느낌이다.

더군다나 이창동 신임 문화관광부 장관의 국무회의 석상에서의 광주민주화항쟁 비교발언을 두고 <오마이뉴스>를 비롯한 인터넷 게시판 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논쟁들을 보면 문제의 근본적 원인과 해결책을 지향하기보다는 눈앞에 드러나는 단편적 현상에만 주목하고 그것이 마치 사건의 전부인 양 몰아가는 목소리들은 새삼 우리들의 인식수준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데이비드 허친스의 학습우화 시리즈(Learning Fable Series) 가운데 하나인 <펭귄의 계약>은 이런 점에서 우리들에게 하나의 명쾌한 시사점을 던져 준다.

<펭귄의 계약>은 이 세상의 다양하고 복잡한 인과관계가 만들어내는 수많은 변수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지에 대한 하나의 사고틀로 '시스템 사고'(System thinking)를 제시한다. 단선적인 사고를 지양하고 시스템적인 사고를 해야 한다는 명제를 쉽고 재미있는 설명을 통해 명쾌하게 풀어나가는 우화인 것이다.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남극지방의 빙산 위에서 살던 펭귄들이 인근의 뭍에 살던 바다코끼리와 협정을 맺었다. 대합이 많은 빙산에 살고 있지만 폐가 너무 작아 깊은 바다에 잠수하지 못해 대합을 많이 따올 수 없는 펭귄과 대합을 많이 딸 수 있지만 자기가 사는 곳에는 대합이 별로 없는 바다코끼리가 협약을 맺은 것이다. 

'바다코끼리는 펭귄을 위해 대합을 채취하고 채취한 대합을 나누어 먹는다'는 내용이다. 이 협약은 대성공이었고 그 빙산에는 맛있는 대합들이 넘쳐나게 되었다. 하지만 이 소식을 듣고 더 많은 펭귄들이 몰려오고 계속해서 더 많은 대합을 따기 위해 더 많은 바다코끼리들이 건너오면서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육중한 바다코끼리한테 펭귄이 깔려죽는 사건이 잇달았고 펭귄과 바다코끼리 간의 분쟁이 늘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웃 빙산에 온 펭귄들은 이 풍요의 섬을 떠나게 되고 남은 펭귄들은 문제의 원인을 찾기 시작했다. 그 결과 '스파키'라는 영리한 펭귄이 드디어 원인을 찾아냈다. 너무 많은 펭귄과 바다코끼리 때문에 빙산이 가라앉고 있었던 것이다.

펭귄들이 문제의 원인을 찾아낸 것이 바로 이 시스템 사고 덕분이라는 설명이다. 문제가 발생하자 펭귄들은 바다코끼리,대합,펭귄 간의 순환관계를 따져본 끝에 빙산에 살 수 있는 펭귄과 바다코끼리의 수에는 한계가 있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그래서 모두가 원하는 대합 수확량을 늘리면서도 빙산이 가라앉지 않도록 생산된 대합을 다른 빙산들로 실어나르는 등의 대책을 마련한다.

그렇다면 이런 시스템 사고를 하려면 시스템의 특징부터 알아야 한다. 허친스는 시스템을 다음과 같이 요약한다.

"그렇다면 시스템이란 무엇일까요? 시스템이란 특정한 목표 아래 각 부분들이 복잡하고 통일된 전체를 구성하기 위해 모여 있는 집합입니다. 각 부분들은 상호작용하고 상호관련되어 있으며 상호의존합니다. 이 중에서 기억해두어야 할 가장 중요한 사실은 각 부분들이 상호작용한다는 점입니다. 각 부분들이 상호작용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시스템이 아니라 부분들을 모아놓은 당순한 덩어리일 뿐입니다."(p.84)

곧, '시스템'이란 특정한 목표 아래 각 부분들이 복잡하고 통일된 전체를 구성하기 위해 모여 있는 집합체라는 것이다. 이 시스템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각 부분들은 상호작용하면서 상호 관련되어 있고, 상호의존 한다는 것이다. 우리 인체나 동식물의 조직이 대표적인 예가 될 것이다. 시스템에서는 각 부분이 제 역할을 수행하고 있어야 건강한 모습을 유지한다. 

어느 한 부분이라도 제 역할 수행이 어려워지면 건강을 잃게 된다. 또한 시스템의 특징은 조직의 어느 한 부분이 문제가 된다면, 사전에 어떠한 형태로든지 경고의 메시지를 보낸다는 것이다. 어떠한 조직이든 그러한 경고의 메시지에 무감각해지면 파멸의 길을 걷게 된다. 

이렇듯 시스템 사고의 출발점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것들을 찾아내는 작업에서 출발한다. 살아가면서 시스템적인 사고를 하기 위해서는 사물, 사람, 사건들이 서로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인식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한 노력은 어떠한 행위를 하게 될 때 어떠한 결과가 일어날지를 예상할 수 있게 함으로 에너지와 자원을 효과적으로 배분시키는 것을 가능하게 한다는 것이다.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우리가 쉽게 감정적으로 취하게 되는 단선적 사고는 현실에 숨어 있는 복잡한 인과 관계를 거의 드러내지 못한다. 다른 요인들을 배제한 채 한 가지 요인만을 강조하면 현실을 제대로 볼 수 없게 되고 효과가 없는 것뿐만 아니라 때로는 해가 되는 해결책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대구 지하철 참사를 두고 기관사나 사령실의 탓으로 몰아가는 일부의 감성적 주장들은 문제해결과 재발방지에 하등 도움도 되지 않는, 단세포적 사고의 극치일 뿐인 것이다(이 말을 '기관사는 책임없다는 말이냐',는 식으로 받아들이는 것 역시 단선적 사고의 한 유형일 뿐이다).

바로 이 지점이 우리가 허킨스의 이 책에 주목해야 하는 중요한 이유가 된다. 지은이는 우리들에게 지나치게 간단한 인과관계에 근거한 편협한 단선적 사고를 지양하고, '시스템 사고'를 받아들이라고 충고한다. 이것이 우리가 급변하는 세상에서 도태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으며 희망찬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최소한의 준비라는 것이다. 한 번쯤은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데이비드 허친스, <펭귄의 계약>, 바다출판사(2002)

이외에도 <레밍 딜레마>, <늑대 뛰어넘기>, <네안데르탈인의 그림자>와 같은 데이비드 허친스의 '학습우화시리즈'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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