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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보고 듣는 것들/Book

<아인슈타인 파일> - 반전평화운동가, 아인슈타인의 복원

by 내오랜꿈 2007. 8.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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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역사를 꿰뚫는 큰 물줄기는 인간의 기본 권리를 성취하기 위해 수많은 투쟁으로 점철돼 있습니다. 이 투쟁에서 최후의 승리란 있을 수 없습니다. 영원히 계속되는 이 투쟁에서 우리가 지쳐 쓰러지고 만다면, 이는 곧 사회의 파멸을 뜻하게 될 것입니다. (앨버트 아인슈타인, 452쪽)

조작된 아인슈타인의 이미지


 
 
 
 
ⓒ2003 이제이북스
아인슈타인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그에 관한 전기물만 2백여 권이나 출간되어 있을 만큼 아인슈타인에 관한 모든 것들이 책으로 만들어져 있고, 세계 역사상 그 어떤 과학자에 대해서보다 많은 글들이 인터넷에 올라와 있다고 한다.

이를 통해 우리가 아인슈타인을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건 '천재적인 과학자'의 모습이다. 상대성 이론, 칠판에 적힌 과학 이론들, 아이들과 함께 천진난만한 웃음을 짓는 인자한 이웃집 할아버지 등이 우리가 생각하는 그의 일반적인 이미지다. 이를 반영하듯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은 아인슈타인을 "세기의 인물"로 선정하면서 다음과 같이 묘사한다.


"우리 시대의 가장 위대한 지성인 동시에 최고권위를 지닌 과학자로서, 성인처럼 존경받는 인물이 되었다. (…) 그는 세상사에 초탈한 듯한 온화한 모습을 지녔으며 자신의 이름을 천재와 동의어로 만들었다." (32쪽. 강조는 인용자)

프레드 제롬의 <아인슈타인 파일>은 이렇게 상대성이론으로 세상을 뒤흔든 20세기 최고의 천재이면서 한편으로는 천진난만한 어린 아이와 같은 이미지로 대중들에게 알려진 아인슈타인의 모습이 아니라 반전, 평화, 사회운동가로서 그 어떤 억압에도 굴복하지 않는 인물로서의 아인슈타인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반전 평화 사회운동가로서의 아인슈타인

아인슈타인은 1933년 독일에서 나찌즘이 절정에 이를 무렵 미국으로 망명해 1955년 숨질 때까지 살았다. 대중의 사랑을 듬뿍 받았던 이 '천재 과학자'는 미국의 좌파나 진보적 지식인들이 빨갱이 사냥에 내몰리는 가운데 숨죽여 침묵할 수밖에 없었던 50년대 매카시즘의 광풍 속에서도 "청문회에 소환된 증인들에게 증언을 거부하라"는 발언을 신문 지면에 발표하는 등 시민불복종 운동을 펴기도 했다.

아인슈타인은 53년 공산당을 색출하려고 열린 청문회에서 답변을 거부한 좌파 인사를 신문지면을 통해 지지하는 등 반전, 인종차별반대 단체 등 수십여 개 진보 단체의 핵심으로, 후원자로 일했다고 한다. 

반핵론자로서 그는 "자국만이 원자폭탄을 보유하겠다는 미국 정부의 핵 정책을 위선적"이라고 비난했다. 또한 TV에 출연해 "수소폭탄의 개발은 인류에 파멸을 초래할 것"이라며 당시 해리 트루먼 대통령을 비난하는 내용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렇듯 <아인슈타인 파일>은 제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파시즘과 인종차별주의, 매카시즘의 광풍에 사로잡힌 미국의 지배 권력에 대항해 두려움없이 자신의 목소리를 드러냈던, 사회주의자든 공산주의자든 가리지 않고 양심을 지키려는 모든 사람들을 후원했던 사회운동가로서의 아인슈타인의 모습과, 실질적으로 미국을 움직인 권력자, 전 미연방수사국(FBI) 후버 국장이 주도했던 음모정치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묘사하고 있는 것이다.

FBI는 1937년부터 55년까지 아인슈타인의 공산당 관련성을 집요하게 조사·추적하면서 1800여쪽에 이르는 방대한 기록인 '아인슈타인 파일'을 남겼는데 이 책은 이를 토대로 쓰여졌다. '아인슈타인 파일'을 기록하는 동안 FBI는 '위험 인물' 아인슈타인을 미행하고 전화도청·우편 검열은 물론, 집에 침입해 쓰레기통까지 뒤지고 다녔다고 한다. 

그러나 '아인슈타인 파일'은 1983년 그 일부가 공개되기까지 45년 동안 FBI 고위관리 조차 그 존재를 모를 만큼 비밀에 부쳐졌는데 이는 미국은 '파시즘을 피해 자유 미국의 품에 안긴, '미국민이 가장 사랑하는 과학자'가 "반미국적 활동을 벌였다는 사실이 알려지길 원치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렇게 해서 아인슈타인 사후 그의 정치활동은 철저하게 지워졌다. 미국 정부, 언론, 전기작가 등은 이 세계적인 과학자를 "소탈하고 온화한 과학의 성인"으로 추앙하는 방법을 통해 거세시켜버린 것이다.

따라서 <아인슈타인 파일>은, 하나의 '상징조작'이라고 부를 수 있는 아인슈타인의 이미지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충격으로 다가갈 수 있을 만큼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은 새롭고 광범위하다. 

되살아나는 매카시즘의 망령

1983년 이래 줄곧 '아인슈타인 파일'의 존재를 추적해왔던 지은이는 미국 정부가 2000년 초 '아인슈타인 파일'을 완전 공개하자(일부 증언자의 신원은 아직까지 비공개되고 있다고 한다) 이를 꼼꼼히 분석한 끝에 지난해 이 책을 출간했다. 처음에는 '아인슈타인 파일' 그 자체의 내용만 쓸 계획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리원허 간첩 사건'이나 'MIT의 포스톨 교수 사건' 등을 보면서(자세한 것은 이 책 449~451쪽 참조) 50년대 매카시즘의 망령이 국익과 애국이라는 이름으로 우익을 선동하는 모습을 보고 이미 가편집 상태에 들어갔던 책을 새로이 가필했다고 한다. 9·11테러 이후 인권탄압을 애국심으로 포장하는 수법은 아인슈타인이 맞닥뜨렸던 전형적인 매카시즘 수법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지은이는 이 책에 아인슈타인이 갖는 강렬한 '현재성'을 추가한다. 온 세계가 비난을 해도 막무가내로 침략전쟁을 수행하는 어떤 나라의 위협에 마주친 우리들 모두의 불행을 이야기하기 위해서….

따라서 다음과 같은 지은이의 언급은 FBI가 전개한 아인슈타인 제거작전과 맞물리면서 이 책이 가지는 '진정한 가치'가 무엇인지 곱씹어보게 만든다.


"지금 미국에서 (어쩌면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구실로 위장하여) 매카시즘이 부활하건 그렇지 않건 간에, 만일 아인슈타인이 오늘의 세계 정세를 지켜본다면, 그 옛날 압제와 공포의 망령들이 되살아나 몰려들고 있음을 간파할 것이다. (…) 그가 평생토록 싸웠던 인종차별주의, 배타적 국수주의, 전쟁, 권력에 대한 무조건적인 복종이라는 이름의 악령 또한 여전히 이 나라에서 횡행하고 있다." (451쪽)

"아인슈타인이 살아 있다면 (…) 끔찍한 테러(9·11)에 대한 복수심으로 저지르는 또다른 테러들을 지켜보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 인권탄압 정책을 성조기로 포장하여 그것을 애국심이라고 부르짖는 행태는 아인슈타인이 1950년대에 너무도 잘 알고 있었던 속임수다." (25~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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