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이맘때면 장을 담그기 위해 메주콩 삶아 메주 띄우고 있을 시기다. 하지만 올해는 장 담그기를 건너뛰기로 했다. 작년 가을부터 2년 전 담근 장을 개봉해서 먹고 있고 1년 전 담근 장은 아직 손도 대지 않은 채 항아리 속에서 숙성 중이기 때문이다. 늘 해오던 메주 띄우기를 하지 않으니 어딘가 허전함 느낌마저 든다. 겨울이면 집안 곳곳에 배어 있던 메주 냄새가 나지 않는 까닭일까? 메주를 띄우지 않는 대신 남는 콩을 삶아 청국장도 띄우고 묵은 된장에도 넣기로 했다.
▲ 2014년 5월, 갓 담근 된장 모습
▲ 담근 지 1년 7개월 지난 된장 모습
우리가 먹는 전통 장은 된장과 간장을 가르고 난 뒤 최소한 1년 정도는 지나야 장 맛이 제대로 우러나온다. 이 시간의 무게가 버겁다고 느끼는 사람들은 갖가지 방식으로 속성 장을 만들어 먹지만 그게 어디 해를 넘겨 숙성시킨 장 맛에 비하랴. 하지만 오래 묵히기 위해서는 장 표면의 소금 농도를 높일 수밖에 없다. 무더운 여름날을 견뎌야 하기 때문이다. 해서 된장의 표면은 시간이 지날수록 검게 변하고 수분 증발로 짠맛도 높아지게 된다. 이 짠맛을 중화시키기 위해 메주를 만들고 남은 콩을 으깨 묵은 된장과 버무려 먹는 방법이 일반적이다.
▲ 메주콩 씻어 불리기
▲ 메주콩 삶기. 센 불보다는 뭉근한 불에 삶아야 한다.
▲ 6시간 정도 삶으면 메주콩이 불그스름하게 변한다.
한 해의 마지막 날, 아침부터 메주콩을 삶는다. 전날 저녁에 씻어 12시간 정도 불린 콩 8kg. 통통한 콩나물 대가리마냥 충분히 부풀어 있다. 나의 경우 메주를 만들 때나 청국장을 띄울 때나 메주콩 삶는 시간은 언제나 일정하다. 불린 콩을 5~6시간 정도 삶고 두세 시간 정도 뜸 들인다. 메주콩 삶을 때는 불 조절이 중요한데 처음에는 센 불로 하다가 끓기 시작한 뒤에는 뭉근한 불로 삶아야 한다. 콩 삶는 물이 넘치면 안 되기 때문이다. 이때 묵은 된장이나 소금을 조금 넣어 주면 넘치는 걸 어느 정도 막아 준다. 이론적으로 따지면야 끓는 점이 조금 높아지는 정도일 뿐인데 막상 해 보면 그 효과를 실감한다. 그냥 삶을 때는 연신 하얀 거품이 넘치는 까닭에 솥뚜껑 열기 바쁜데 된장 한 국자만 넣어 주면 어지간한 불에는 넘치지 않는다. 이렇게 6시간 정도 삶으면 콩 색깔이 불그스름하게 변한다. 아주 잘 삶아졌다는 표시로 이해하면 된다. 불을 끄고 두세 시간 더 뜸 들이면 메주콩 삶기는 끝난다.
▲ 묵은 된장에 넣고 버무릴 삶은 메주콩
▲ 삶은 메주콩을 으깬 뒤 묵은 된장과 섞어 준다.
▲ 새롭게 변한 묵은 된장의 표면 모습. 짠맛도 중화되고 색깔도 먹음직스럽게 변한다. 이대로 먹어도 되지만 몇 개월 숙성시킨 다음 먹으면 더 좋다.
청국장을 띄우기 위한 콩을 덜어낸 다음 나머지 콩과 국물은 적당하게 으깬 뒤 묵은 된장의 윗부분과 섞어 준다. 처음 담글 때와는 달리 된장 표면의 묽기가 많이 되기 때문에 콩 삶은 물도 버리지 말고 같이 넣어 주면 더 좋다. 당장 먹어도 되지만 한겨울을 나고 새봄이 돌아오면 아마도 훨씬 더 맛있는 된장으로 변해 있을 것이다. 장 맛은 결국 사람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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