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의 토마토와 가지를 완전히 정리하고 싶은데 아직 몇 포기가 남아서 열매를 안겨 주고 있다. 다른 지역은 얼음이 어니 어쩌니 하는데 이곳은 아직 최저기온이 10℃ 이하로 내려간 적이 없다. 같은 고흥이지만 어떤 곳은 최저기온이 5℃ 정도까지 내려가는데 어떤 곳은 11℃ 정도다. 아무래도 바닷가 근처라 해풍의 영향을 받는 듯하다.
그저께 아침, 비가 온다는 예보에 어느 정도 익은 토마토를 따니 양이 제법 된다. 생으로 먹기에는 너무 많은 양이라 스파게티 소스를 만들었다. 바질잎, 마늘, 양파 외에는 아무 것도 들어가지 않은 소스다. 토마토 익혀서 껍질 벗기고 졸이기 시작할 때만 해도 큰 냄비에 2/3쯤 되는 양이었는데 졸이고 나니 처음의 절반으로 확 즐어든다.
아침에 만든 소스를 식혀서 냉동실에 넣을 준비를 하다 조금 덜어서 점심을 스파게티로 해결했다. 스파게티 면을 삶을까 하다가 국수를 삶아 대신했다. 의외로 스파게티 면보다 국수 스파게티가 부드럽고 먹기 편하다. 별다른 첨가물 없이 후라이펜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소스를 볶다가 삶은 국수에 올리면 끝이다. 계란은 덤이다. 신맛을 싫어하는 사람은 설탕 한 스푼과 우유를 조금 넣어 끓이면 토마토의 신맛을 잡을 수 있다.
텃밭의 고추나 토마토를 정리해야 하는데 아직 기온이 10℃ 이상에서 놀고 있으니 얘들이 세월모르고 꽃을 피우고 있다. 부질없는 꿈을 꾸는 셈이다. 어쨌거나 날 잡아서 고추를 정리하긴 해야 하는데 날 잡는 게 어렵다. 차라리 기온이라도 며칠 5℃ 이하로 확 떨어지면 고민할 필요가 없는데 이곳은 전혀 그럴 기미가 안 보인다. 바닷가 특성상 이맘때는 최저기온이 다른 곳보다 최소 5℃ 이상 높기 때문이다. 한 예로 전국이 올 가을 들어 최저기온을 기록했다는 어제 아침 기온을 보면 확연하게 알 수 있다.
<표-1> [ 매분관측자료 ] 고흥 262 / 2015.10.28.05:20
< 전남동부남해안 >
|
출처:기상청 홈페이지(고흥은 06:35분 기록, 복내는 06:50 기록)
위의 표는 어제 아침 고흥 인근 지방의 기상관측자료를 기록한 것이다. 어제 아침 내가 사는 곳의 최저기온은 오전 5시 20분에 기록한 11.1℃다. 그런데 우리 집과 직선 거리로 5Km도 채 안 되는 고흥읍의 최저기온은 5.4℃. 무려 5.7℃ 차이다. 그 시간에 보성군 복내면의 경우 2.4℃를 기록했다. 이 정도면 이슬점 형성 여부에 따라서는 서리도 내릴 수 있는 기온이다. 같은 지역인데도 위치에 따라 10℃ 가까이 차이가 난다. 그러니 남의 밭에 농작물 자라는 거 가지고 자기 기준으로 함부로 뭐라 할 거 못 된다. 같은 지역도 이런데 조금 위도 차이가 나는 지역이라면 말해 무엇하랴.
'살아가는 모습 >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첫눈, 요란하기 그지없는... (0) | 2015.11.26 |
---|---|
산책길에서 만나는 다도해 풍경 (0) | 2015.11.18 |
시골에서 뮤지컬 보러 가기란... (0) | 2015.10.23 |
몇십 년 만에 상 받다 (0) | 2015.10.22 |
도토리 껍질 터지는 소리 (0) | 2015.10.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