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나라가 난리다. 메르스와 가뭄 피해에. 메르스는 인재고 가뭄 피해는 천재지변이다. 천재지변으로 그칠 수 있었던 걸 기어이 인재로 만들어 백성들을 이용해 먹는데 탁월한 솜씨를 보이는 이 정권이 존경스럽다. 한 번으로는 영 성에 안 찼던 모양이니 말이다. 덕분에 논바닥이 갈라질 정도의 가뭄 피해는 뉴스거리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강낭콩이 꽃을 피우긴 했는데 꼬투리를 쉬이 키우지 못하고 있다. 이 정도 기온이면 꽃이 피자마자 굵은 꼬투리를 길게 늘어뜨려야 하는데 바랭이조차 듬성듬성 땅바닥을 기고만 있을 정도니 어지간히 메말랐던 모양이다. 참깨 파종밭도 뿌린 씨앗이 싹이 잘 나질 않아 비둘기나 뱁새의 먹이가 되는 바람에 다시 파종하고선 그물망을 덮어 두었다.
양파는 일부 수확하고 대가 쓰러진 상태로 그대로 두었는데 메마른 날씨 덕분에 오히려 한창 알이 굵어지고 있는 중이다. 아마도 비가 어느 정도 왔었다면 바랭이가 이미 양파를 뒤덮고도 남았을 텐데, 그 왕성한 생명력을 자랑하는 '잡초의 여왕' 바랭이조차 비실비실한 모습이다. 이 밭에서 지금 시기에 가물어도 피해가 없는 유일한 작물이 아닐까 싶다.
당근은 뒤늦게 잎을 키우고 있는데 초기 생장이 너무 부실해 뿌리가 굵어질 수 있을지 모르겠다. 파종한 지 70일된 당근치고는 너무 형편없기 때문이다.
부추밭은 뒤늦게 본모습을 찾고 있다. 게으럼을 피우다 작년 11월 20일경에 뿌리 나누기를 하는 바람에 제대로 뿌리가 자라지도 못한 채 월동을 한 탓에 봄이 되어도 자라는 속도가 영 부실했던 것. 두어 번 베어 먹고 나서야 본래의 토종부추 모습을 되찾고 있다. 주인이 게으러면 작물이 고생하는 건 만고불변의 법칙이다.
양배추도 가뭄 탓에 엄청난 진딧물의 공격에 시달려야 했다. 주방세제와 알코올로 몇 번 방제를 했지만 완벽하지는 못해 제대로 속이 찰까 걱정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그런 대로 꼴이 갖춰지고 있다. 더덕더덕 붙어 있는 민달팽이들이 뜯어먹어 봐야 얼마나 먹으랴. 겉잎 정도는 양껏 적선할 수 있다.
토마토와 방울 토마토도 제1화방부터 서서히 익어가고 있다. 가지와 오이도 이제 꽃을 피우고 있으니 열흘 정도면 일하다 목 마를 때 물 대신 오이를 따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어떻게 보면 가물어도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작물은 다 제 할 일은 하고 있는 듯 보인다. 가끔씩 그 일하는 속도가 평균을 벗어나서 문제긴 하지만.
파종한 지 8일된 옥수수 모종이다. 6월 15일쯤 양파를 수확한 뒤에 옮겨 심을 계획으로 파종한 것인데 내 예상이 완전히 빗나갔다. 양파 수확한 지 일주일이 지나고 있는데 아직 옮겨 심지 못하고 있으니 말이다. 예상과 보름이나 차이가 나는 건 누가 잘못했건 간에 너무 편차가 크다. 보름이면 오이가 두 번이나 꽃을 피워 수확할 수도 있는 시간이니...
토란, 수박, 참외, 우엉, 호박 등 여름 작물 모두가 제자리 걸음 하고 있다. 특히나 왕성한 줄기를 뻗어야 할 호박이 제자리에서 웅크리고 있는 모습은 애처롭기조차 하다. 죽지 못해 살아 있는 작물들의 모습. 땅이 흠뻑 젖을 정도의 비가 내려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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