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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모습/생태환경

작약, 패랭이꽃 그리고 치자

by 내오랜꿈 2015. 5.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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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약, 패랭이꽃 그리고 치자꽃. 작약이 피면 열흘 뒤 패랭이꽃이 피어나고 그 열흘 뒤 치자꽃이 핀다. 앞으로 한 달간 우리 집은 이 꽃들을 보며 아침을 맞는다.




▲ 2015년 5월 21일의 작약꽃


▲ 2013년 5월 23일의 작약꽃


작약이 피고 있지만 전혀 기쁘지 않다. 마당 가득 하이얀 향기를 내뿜던 그 작약이 아니라 소박하다 못해 초라한 모습의 외송이 작약꽃이 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유는 한 가지. 주인의 게으럼 때문이다.



▲ 2015년 3월 03일, 작약 새순이 올라올 때 포기 나누기 하는 모습


▲ 2015년 4월 6일, 포기 나누기한 작약에 꽃 몽우리가 맺힌 모습


작년 가을에 줄기가 쓰러질 때 포기 나누기를 했어야 했는데 깜빡 잊고 있다가 새순이 막 올라오고 있는 3월초에 뿌리 나누기를 한 것. 뒤늦은 포기 나누기를 하고선 뿌리가 내릴 수 있을까를 걱정했는데 다행히도 8포기 모두 생생하게 살아나 꽃망울까지 맺혔었다. 하지만 거기까지. 맺혔던 꽃몽우리는 하나 둘 시들어갔다. 잘린 뿌리에 저장된 양분으로 꽃몽우리는 겨우 맺혔지만 그걸 피울 힘은 없었던 모양이다. 이렇게 해서 8포기의 작약 가운데 2포기에서 2송이의 꽃만 피우고 있는 것. 올해는 죽지 않고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고마워해야 할 듯하다.



▲ 꽃몽우리가 맺힌 치자나무


반면에 1년 전에 휘묻이 한 가지를 떼어준 치자나무는 묵은 잎을 떨어뜨리며 연두빛 새싹과 꽃몽우리를 살찌우고 있다. 앞으로 한 달 안에 꽃을 피울 것이다. 치자나무는 꽃도 예쁘지만 꽃보다 향기가 더 기다려진다.



▲ 강인한 생명력을 보여주는 패랭이꽃, 맺힌 꽃몽우리는 열흘 안에 피어 날 것이다.


집 마당과 담장을 따라 자라고 있는 패랭이꽃. 꽃 모양이 보부상이나 역졸 등 신분이 낮은 사람들이 즐겨 쓰던 갓 모양을 닮은 데서 유래한 것인데 그 강인한 생명력은 놀라울 정도다. 늘 메마른 마당의 잔디밭은 물론이고 우리 집 돌담장과 시멘트 포장길 사이의 작은 틈새에도 굳세게 자리잡아 몇 년째 꽃을 피우고 있다. 이러한 강인한 생명력을 바탕으로 패랭이꽃은 어떤 곳에서도 잘 자라지만 결코 무리를 만들어 다른 식물의 생장을 방해하는 법이 없다. 자신들의 삶의 조건인 빛만 보장받으면 더 이상 욕심부리지 않는 것. 그래서인지 수많은 가닥으로 피어나 바람에 흔들리는 패랭이꽃을 보고 있으면 가련하고 아련한 여운을 남긴다. 청순가련한 여인네의 모습이랄까? 


패랭이꽃, 치자꽃 그리고 작약. 내가 제일 좋아하는 꽃들이다. 작약이 피면 열흘 뒤 패랭이꽃이 피기 시작하고 그 열흘 뒤 치자꽃이 피어난다. 매일 아침 좋아하는 꽃들을 보며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는 건 아무나 누릴 수 없는 자그마한 기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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