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에 매화꽃이 만발했다. 늦매화라 그런지 다른 집보다 열흘은 늦는 것 같다. 이 매화 지면 뒷산에 엄나무 순 따러 가면 되는데 조급함을 참지 못한 탓에 아직 질 생각이 없는 매화나무를 쳐다보며 뒷산을 올랐다.
언덕길을 올라 산 입구에 들어서니 제일 먼저 활짝 핀 진달래가 반긴다. 지난 주 읍내 나가는 길 산등성이에 붉게 핀 자국들을 멀리서 보며 진달래가 필 때구나 하며 지나쳤는데 오늘 보니 핀 정도가 아니라 벌써 지려 하고 있다. 이 꽃 따다 술 담을까 망설이다 그냥 지나친다. 또 무슨 술이냐며 쫑알댈 옆지기의 잔소리가 듣기 싫어서. 그래도 진달래술의 그 황홀한 빛깔과 향은 쉽게 포기하기 힘든 유혹이다.
엄나무 군락지에 이르니 엄나무 순보다 만개한 생강꽃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아마도 옆지기가 보면 엄청 탐을 낼 것이다. 생강차를 만들어야 한다고. 이 역시 좀 딸까 하다가 그냥 지나친다. 나도 포기했으니 너도 포기하라는 못된 심보를 발동시켜서.ㅠㅠ 이번 주 지나 비 한 번 내리기라도 하면 모두 질 것 같다. 언제 이리 활짝 피었는지...
시간은 항상 내 생각보다 빨리 지나간다.
엄나무가 있는 곳에 다다르니 역시나 아직 순이 피어나진 않았다. 하지만 새순 끝이 자라기 시작하는 걸 보니 일주일이면 올라오리라. 다음 주에는 자주 산에 올라야 할 것 같다. 엄나무 순 피어오르는 건 한순간이기에.
내려오는 길 무덤가 양지바른 곳에 취가 제법 많이 돋아났다. 많이 자란 것은 10Cm가 넘는다. 아마도 해마다 우리가 캐러 다니는 야산에는 제법 통통하게 자라 있을 것 같다.
취 옆에선 원추리 역시 연두빛 녹색으로 올라오고 있다. 원추리는 갓 올라올 때 캐 먹어야 한다. 조금만 더 자라면 독성이 강해 먹기가 힘들어진다. 아무런 준비 없이 올랐기에 캐는데 한계가 있는지라 두 손에 쥘 수 있는 만큼만 뜯어 왔다. 이 정도만 해도 한 번 무쳐 먹기에는 부족함이 없으리라.
이번 주말엔 아마도 옆지기와 취나물과 고사리를 캐러 다닐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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