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곳은 바닷가와 그리 멀지는 않으나 내 삶이 어로행위와 무관할 뿐 아니라 흔한 취미생활의 하나인 낚시와도 친하지 않으니 물때표 들여다보는 일은 드물다. 그래도 어쩌다 한 번씩은 찾아보게 되는데 주로 물이 많이 빠지는 사리때에 맞춰 갯것들을 채취하기 위해서다.
온 나라가 상춘객들로 몸살을 앓았던 지난 주말이 일 년 중 가장 조수간만의 차가 큰 때인지라 물때에 맞춰 바닷가로 나갔다. 어촌마을을 낀 바닷가는 텃세가 심한지라 마을이 형성되지 않은 해수욕장 인근의 바닷가로 가니 때맞추어 갯것들 주우러 나온 사람들이 제법 많았다. 대부분 호미 같은 걸 들고 물속에 들어가 바닥을 훑고 있는데 아마도 조개나 해삼 같은 걸 잡는 눈치다. 장갑 하나 걸친 맨손으로 나온 우리는 그저 갯바위에 붙은 미역과 톳이나 열심히 따기로 했다. 한 시간 가량 움직여 생각한 만큼의 미역과 톳을 따고 나니 괜한 욕심에 물속을 한 번 뒤져 보고 싶었다. 그래서 옆지기를 갯바위에 두고 얕은 물속을 손으로 헤집다 보니 해삼 한두 마리가 손에 잡힌다. 나에게까지 집히다니 아마도 눈먼 해삼들이 아닐까 싶다. 그때부터 바닥훑기에 들어갔다. 그렇게 해서 잡은 해삼, 돌멍게, 벚굴, 성게 한 꾸러미. 몇 번 바닷가에 갯것들 주우러 나와 해삼 한두 마리 잡았던 적은 있지만 열 마리 가까운 해삼을 잡은 건 처음이다.
집에 돌아와 딴 미역과 톳을 대충 씻어 갈무리한 다음 해삼 한 마리를 손질해 썰었다. 얼마 전 우리 집에 손님들이 왔을 때 나로도항에서 회를 뜨며 홍삼 한 마리를 사온 적이 있었다. 1Kg에 삼만오천 원인가를 주고. 홍삼이 몸에 좋은지는 모르겠으나 조금 딱딱하다는 느낌이 들어 모두들 몇 점 먹지 못 하고 남겼었다. 그에 반해 해삼은 훨씬 부드러운 식감인지라 둘이서 금새 한 마리를 해치운다. 또다시 손질하기는 귀찮아서 내일 점심은 해삼, 멍게, 성게를 넣은 비빔국수를 만들어 먹자며 아쉬움을 달래며 마무리.
아마도 앞으로는 물이 많이 빠지는 날에 자주 갯바위를 찾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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