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주 만든 지 세 달이 되어 간다. 만들고 나서 4일 정도 실내에서 겉을 말리며 메주 곰팡이가 앉기를 기다린 다음 밖으로 나가 처마 밑에서 70일을 보내고 보름 전 메주 띄우기에 들어갔다. 처음 만들어 띄울 때 곰팡이가 하얗게 앉았기에 그냥 장을 담을까 하는 생각도 했는데 메주 상태를 보니 아주 단단하게 잘 마른 것 같아서 검은 곰팡이 같은 안 좋은 곰팡이가 필 염려는 없는 것 같아 2차 띄우기에 들어간 것.
▲ 2014년 12월 19일, 메주 만들어 말리기
▲ 2015년 2월 26일, 메주 띄우기 시작
▲ 3월 12일. 하얗고 노르스름한 곰팡이 일색으로 띄워진 메주
여기저기서 장 담궜다는 소리도 들려오고 메주 띄운 지도 보름이 되어 가니 장 담글 준비를 해야 할 때다. 장 항아리는 며칠 전에 물을 담아 우려내고 있으니 메주만 씻어 말리고 장물만 준비하면 된다. 사실 장 담그기는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메주콩 삶고 띄우는 데 약간의 노력과 정성이 들어갈 뿐이지 나머지는 자연과 시간이 알아서 해 주기 때문이다. 말은 참 쉽게 한다.^^
짚 속에서 이불을 뒤집어 씌워 띄우던 메주를 열어 보니 하얗고 노오란 곰팡이가 황홀하게 피어 있다. 메주 곰팡이는 약간 노르스름하거나 불그스름한 빛이 도는 하얀 곰팡이가 가장 좋다. 검은 곰팡이나 짙은 푸른 곰팡이는 곰팡이가 발효한 것이라기보다는 부패한 흔적이 함께한 모습이다. 특히나 붉은 곰팡이가 핀 메주는 아깝더라도 버려야 한다. 검은 곰팡이나 푸른 곰팡이가 핀 메주는 그나마 깨끗하게 씻어서 장을 담기도 하는데 하얀 곰팡이가 핀 메주에 비할 건 아니다.
메주 15덩이에 모두 하얀 곰팡이만 피어 있다. 작년엔 약간 푸른 곰팡이도 있었는데, 올해는 겨울 기상조건이 좋았는지 유기농 볏짚이 역할을 했는지는 몰라도 메주 속 갈라진 틈까지 하얗게 핀 곰팡이를 보니 절로 마음이 즐겁다. 보통 장 담그기 전에 메주를 씻는 이유는 검은 곰팡이나 푸름 곰팡이 등 메주에 핀 안 좋은 곰팡이를 씻어내기 위함이다. 그래서 깨끗한 솔로 박박 문질러 씻어내라고 가르치는 글들도 많다. 그런데 메주 상태가 깨끗하고 하얀 곰팡이 일색이라면 무얼 씻어내야 할까?
씻을까 말까를 한참 고민하다 볏짚 티가 조금 묻어 있는 메주가 있기에 먼지나 털어내자는 기분으로 가볍게 씻어 말렸다. 메주 15 덩이 씻는데 채 5분이 걸리지 않는다. 씻으면서도 하얀 곰팡이가 씻겨나가는 게 아깝다는 생각이 자꾸만 든다. 오늘은 저 항아리를 말리고 내일은 장을 담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