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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여유/먹거리

청국장 발효의 몇 가지 문제

by 내오랜꿈 2015. 3.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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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발효 식품, 그 중에서도 된장이나 청국장을 직접 담궈 먹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여러 사정으로 직접 담그지 못 하는 사람들은 이왕이면 전통 방식으로 담근 된장, 청국장을 수소문해서 사 먹기도 한다. 그런데 이 전통 방식이라는 게 다 제각각이다. 그러다 보니 몇몇 카페나 블로그, SNS를 통해 잘못된 정보가 수없이 복제되어 떠돌아 다닌다. 특히 '전통음식'을 주제로 운영되는 카페 중에서는 한두 사람이 마치 '신'처럼 군림하며 모든 것을 좌지우지 하는 경우도 있다. 회원들은 그들을 '선생님' 어쩌고 하며 신격화하고 그에 편승해 그들은 자신의 방식과 다른 방식은 용납하려 들지 않는다. 얼마 전 청국장을 띄우면서 그 과정을 상세히 기록해 블로그와 몇 개의 카페에 올렸던 적이 있다(청국장 띄우기 참조). 그런데 그 글에 대해 48시간만 띄워도 잘 된다 어쩐다, 글이 공손하지 못 하니 어쩌니 하며 시비를 걸고 넘어졌다. SNS 상에서 수없이 글을 쓰면서 글이 공손하지 못하다는 소리는 그 카페에서 처음 들었다. 도대체 '공손한' 글은 어떻게 쓰면 되는 것인지... 말끝마다 존칭을 쓰면 되는 건가?




내가 "청국장 띄우기 "라는 글에서 강조한 것은 청국장을 몇 시간 띄우는 게 정답이라는 게 아니라 '발효'라는 과정을 이해하라는 것이다. 발효는 어떠한 경우에도 '정해진' 시간이라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외부 조건에 따라 약간의 편차는 있을 수 있지만 그 시간이라는 상수를 고려하여야 한다는 말이다. 발효는 미생물이 하는 것이고 미생물은 반드시 일정 시간 동안 증식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청국장도 미생물 발효 과정을 거쳐 완성되는 식품이다. 이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면 그냥 삶은 콩일 뿐이다.


우리는 왜 그냥 삶은 콩이 아니라 시간과 노력을 들여 된장이나 청국장 그리고 두부를 만들어 먹는 것일까? '그냥 몸에 좋으니까' 수준이 아니라 이론적으로 유의미한 지표를 들자면 두 가지를 말할 수 있다. 콩의 단백질 소화흡수율이란 지표와 항암력 지표.




먼저 소화흡수율 지표를 살펴 보자. 발효 관련 책이나 논문들은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다음과 같이 정리한다. 콩에 함유되어 있는 풍부한 단백질이 사람 몸에 흡수되는 정도를 생콩, 삶은 콩, 된장, 두부를 가지고 비교실험 한 것인데, 생콩은 50~55%, 삶은 콩은 60~65%, 된장은 80~85%, 두부는 95% 이상이라고 한다(보다 상세한 것은 정혜경, <한국인에게 장은 무엇인가>; 박건영, <분자영양학> 등을 참조). 청국장은 이것들과 직접 비교 실험한 데이터는 없지만 아마도 삶은 콩과 두부 사이의 어느 곳에 위치할 것이라 추측할 수 있다. 물론 이때의 청국장 위치는 삶은 콩이 충분한 발효를 거쳐 콩 단백질이 우리 몸에 흡수되기 쉬운 아미노산으로 분해된 정도에 따라 그 위치를 달리할 것이다.


청국장 발효에서 아미노산이 생성되는 과정은 대체로 발효를 시작한 지 48시간 이후에 왕성하게 일어난다. 삶은 콩에서 우리 눈에 하얀 실 같이 보이는 고초균(bacillus subtilis)이 생성되기 시작하는데 24시간이 소요되고, 고초균이 생성된 다음 단백질 분해효소가 만들어지는데 또 24시간이 소요된다. 고초균 자체가 콩 단백질을 분해시키는 것이 아니라 단백질 분해효소가 만들어져야 하는 것이다. 물론 여기서 시간은 단절된 것이 아니라 연속되는 과정이다. 24시간이 지나야 딱 생성된다는 게 아니라 서서히 진행되어 24시간 정도 되면 가장 왕성하게 진행된다는 말이다. 따라서 청국장을 40시간 발효시켜 먹든 80시간 발효시켜 먹든 그건 만드는 사람의 마음이다. 그러나 충분히 발효시키지 않은 청국장은 단백질의 소화흡수라는 관점에서 보면 그냥 삶은 콩이나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청국장의 콩 단백질 소화흡수율이 두부에 버금간다는 말을 늘어놓으며 40시간, 48시간 띄운 청국장을 말하는 것은 이율배반이다. 소화흡수율이 두부에 버금가는 청국장이 되기 위해서는 아미노산이 더 분해되어 암모니아 가스로 변해야 된다. 아시다시피 이 암모니아 가스 냄새가 청국장 특유의 구린내다. 이건 우리 몸에서 음식을 소화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방귀에서 나는 냄새와 동일하다. 청국장에서 아미노산이 분해되어 암모니아 가스가 생기기 위해서는 적어도 72시간 이상 소요된다. 청국장을 오래 띄울수록 더 지독한 구린내가 나는 건 바로 이런 까닭이다. 그런데 냄새 안 나는, 48시간 이내로 띄운 청국장이 어떻게 두부에 버금가는 소화흡수율을 보인다는 말인가? 발효라는 과정에 대해 무지한 사람이나 할 수 있는 소리다.


따라서 암모니아 냄새가 나지 않는 청국장, 곧 24시간 만에 48시간 만에 띄운 청국장은 콩 단백질의 소화흡수라는 관점에서 보자면 그냥 삶은 콩보다 조금 나은 정도에 불과하다. 이럴 바에야 그냥 삶은 콩 먹지 왜 생고생하면서 청국장이란 걸 만들어 먹어야 할까? 이 관점, 곧 콩 단백질의 소화흡수율이라는 관점에선 된장도 마찬가지다. 두부의 소화흡수율을 못 따라가는 것이다. 그렇다면 정말 심각하게 질문해야 한다. 그냥 편하게 두부 먹으면 돼지 왜 온갖 고생하면서까지 청국장이나 된장을 만들어 먹어야 할까?




이 심각한 질문에 대해 발효학 전공자들이 이야기하는 건 '항암력'이란 지표다. 특히 앞에서 언급한 박건영 교수가 주도한 논문 <된장 메탄올 추출물의 인체 암세포 성장 억제 효과 및 DNA 합성 저해 효과>를 보면 상세하게 나온다. 이 항암력 지표 실험은 콩, 미소, 청국장, 된장을 메탄올 추출 방법을 이용하여 위암, 간암, 대장암 등 각종 암세포에 투여한 다음 이들 추출물들이 각종 암세포에 대해 발휘하는 저해효과를 비교한 것이다. 각 식품들의 첨가 농도나 각종 암세포에 따라 약간의 편차가 있는데 암세포에 대한 저해효과는 대체로 콩은 43~56%, 일본 된장인 미소가 54~60%, 청국장이 60~65%, 된장이 73~87% 정도라고 한다(이 수치는 간암 세포를 제외한 것이다. 간암세포에서는 이 수치가 다른 암세포에 비해 현저하게 낮게 나온다). 두부에 대해서는 같이 실험하지 않은 탓에 항암력 지표에 대한 비교 수치는 따로 없다.


이 실험이 이야기하는 것은 원재료인 콩에는 없거나 함량이 적었던 성분들이 발효 과정에서 새로 생성되었거나 증가되어 항암효과를 나타내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논문에서는 상세히 설명하고 있는데 더 이상 들어가면 너무 전문적인 영역이다. 대충 이 정도라는 것 정도만 숙지하고 발효라는 과정이 왜 중요한지만 이해하시기 바란다.


또 하나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은 된장이나 청국장이 몸에 좋다는 말을 너무 맹신하지는 말았으면 한다. 된장이나 청국장이 무슨 만병통치약은 아니니까. 건강은 몸에 좋은 음식 먹는 것보다는 규칙적인 생활, 적당한 운동, 스트레스 없는 생활이 훨씬 더 크게 작용한다. 더불어 자신이 만드는 청국장, 된장만이 유일하게 올바른 방법은 아니다. 다른 사람의 방법에서 자신이 생각하지 못 했던 게 있다면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한 게 아닐까? 그게 건강에도 좋다. 자신과 다르다고 댓글 올리며 스트레스 받지 마시라. 세상은 원래 서로 다른 것의 조합으로 만들어져 온 것이니까. 난 어디에서도 다른 사람의 방법이 틀렸다고 말한 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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