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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모습/일상

늦은 밤, 익숙한 영화를 보면서...

by 내오랜꿈 2015. 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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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밤, TV를 켜 채널을 돌리다 익숙한 영화와 마주친다. <라디오 스타>. 아마도 몇 번은 본 영화이리라. 채널을 고정시키는 나를 보고 아내는 한마디 한다. "몇 번이나 본 영화를 뭐하러 다시 보고 있냐"고...


<라디오 스타>에는 수많은 나, 수많은 우리가 등장한다. 살아 오면서 어떤 형태로든 한 번은 만났을 사람들의 희로애락이 담겨 있는 것. 몇천 원짜리 고스톱 판에서 아웅다웅하는 노인네들, 가정을 지키기도 벅찬 무능력한 아빠, 좋아하는 사람에게 마음을 전하지 못 해 발을 동동 구르는 꽃집 총각, 가난이 '웬수'인 청록다방 김양, 한 번 뜨고 싶은 동네 밴드 '이스트 리버'. 그들 각각의 이야기 하나하나가 우리네 삶이다. 특히 전파를 타고 흐르는 청록다방 김양의 목소리는 누구나 울컥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엄마, 나 선옥이. 엄마, 잘 있나? 이거 들리나? … 엄마, 비 오네? 기억 나? 나 집 나올 때도 비 왔는데... 엄마, 그거 알어? 나, 엄마 미워서 집 나온 거 아니거든? 그때는 내가 엄마를 미워하는 줄 알고 있었는데... 집 나와서 생각해 보니까... 세상 사람들은 다 밉고, 엄마만 안 밉더라. … 그래서... 내가 미웠어. 나, 내가 너무 미워가지고 … 막 살았다. 내가 미쳤나 봐...  엄마, 나 비 오는 날이면 항상 엄마가 해 주던 부침개 해 보거든. 근데, 이렇게도 해 보고 저렇게도 해 봐도 그때 그 맛이 안 나더라. 엄마, 보고 싶어. 엄마, 너무 보고 싶어. …



이렇듯 <라디오 스타>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 그들의 희로애락이 우리의 향수를 자극한다. 그냥 그대로 머물러 있고픈 모습으로. 마치 마지막 장면, 빗속에서 우산을 펼쳐 드는 안성기 박중훈의 '스톱신'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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