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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보고 듣는 것들/Note

'신의 심판'에 반대하여 봉기한 날

by 내오랜꿈 2009. 1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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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장의 제목을 구성하는 ‘1947년 11월 28일’. 아르토가 유기체에 반대하여 기관 없는 신체를 선언한 날이라고 한다. 들뢰즈/가타리는 이를 “신의 심판에 반대하여 봉기한 날”로 규정한다.


“삶은 이성에 굴복할 수 없다. 왜냐하면 삶의 목적은 사는 것이지 그 목적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모든 감각은 근본적으로 촉각’이라고 말했지만, 각각의 감각에 고유한 매체를 도입함으로써 소리, 색, 냄새, 맛 등을 각기 하나의 고유한 기관으로 기관화시켜버렸다. 소리는 귀, 맛은 혀, 냄새는 코, 색은 눈으로 감각해야 한다는 식으로. 이렇게 해서 서구 이성의 오래된 감각론은 우리의 신체를 지배해왔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감각의 배치를 새롭게 하는 시도가 바로 ‘기관 없는 신체’라는 개념으로 나타난다. 들뢰즈/가타리는 몸의 특정부분을 한 기능에만 국한시키는 기관으로서의 유기체를 버리고,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피와 뼈로 구성된 신체, 새로운 신체, 새로운 ‘나’를 만들라고 한다. 여기서 특정한 하나의 감각을 지각하는 이성이란 없으며 단지 강(밀)도의 차이, 힘의 분포의 차이를 느끼는 ‘기관 없는 신체’만이 존재할 뿐이다.


이쯤에서 하나의 딜레마에 빠진다. 과연 『천의 고원』의 6장을 요약한다는 게 의미있는 일인가, 하는 형태로. 기관 없는 신체를 구성하는 게 목적이지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개념들을 요약한다는 것은 얼마나 부질없는 짓인가, 하는 형태로. 그렇다면 ‘기관 없는 신체’에 관한 하나의 에세이를 적어야 하나? 며칠을 생각하고 있지만 조금 더 고민해보아야 할 문제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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