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스크랩/자연농업

송광일 자연재배(5) : 무비료, 무농약, 무제초제로 짓는 벼농사 현장

by 내오랜꿈 2012. 10. 21.
728x90
반응형


출처:이문웅 교수의 Visual Anthropology Archive (http://vaa.anthropology.or.kr/index.aspx)

날짜:2012. 10. 25

만든이:이문웅(서울대 인류학과 교수)






(새로운 농업기술/농업생산 방식에 관한 영상파일을 왜 이 [영상 아카이브]에 올리느냐고 의문을 표시하는 분들이 있을 것 같아서 약간의 설명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인간이 생명유지를 위해서 외부로부터 음식을 섭취하는 것은 기본적이고도 필수적인 행위입니다. 그렇지 않고는 살아나갈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무슨 음식을 어떻게 섭취하느냐 하는 것은 나라나 민족집단에 따라서 다양하게 나타납니다. 이것이 바로 ‘문화’이고, ‘음식’문화는 한 민족의 문화의 가장 중요한 부분의 하나이지요. 따라서 문화를 연구하는 인류학자가 음식문화에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한 연구활동의 하나이지요. 그런데 이 음식문화는 어떤 재료를 어떻게 요리해서 어떻게 먹느냐를 포함하고 있지요. 또한 음식재료, 즉 우리가 어떤 식으로 생산된 식재료를 먹고 있느냐는 것은 바로 우리의 건강상태와 직결됩니다.


근래에 와서 우리는 과연 우리가 먹고 있는 식품이 안전한지를 심각하게 생각하는 단계에 와 있습니다. 넘쳐나는 가공식품에 포함된 각종 화학물질은 더 말할 것도 없지만, 그 원재료인 농식품 마저도 비료와 농약, 그리고 제초제 없이는 농사를 지을 수 없는 ‘과학영농’의 시대에 살면서 알게 모르게 얼마나 많은 유해한 물질이 우리의 식생활을 통해서 우리의 몸 속으로 들어가는지 자세히 알 길이 없습니다. 다만 안전/건전하지 못한 식재료라고 하드라도, 그것을 먹고 금방 건강에 이상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면, 우리는 그 식품/식재료의 안전성을 의심하는 것은 무리이기에 혹시 불량식품이라고 하드라도 그런 유해물질이 우리 몸 속에 쌓여가고 있기는 하지만 우리가 그것에 주목하기는 어렵습니다.


현대의 ‘과학영농’은 인류의 식량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지대한 공헌을 해왔지요. 이것은 비료와 농약, 그리고 제초제의 발달로 가능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 세가지가 인류의 건강에 심각한 문제를 가져다 준다는 점에 대한 인식이 점차 높아져 가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당장 우리가 이 과학영농을 포기하고 옛날로 돌아갈 수는 없는 일입니다. 식량생산 부족을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과학영농은 결과적으로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고, 우리의 토지를 황폐화시키고 지하수를 심각하게 오염시키고 있지요. 최근의 유기농 운동이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등장하고 있기는 하지만, 유기비료 그 자체도 현대의 각종 화학물질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습니다. 각종 동물의 분료를 사용한 유기비료에도 동물사료에 포함된 화학물질이 여과되지 않았고, 더하게는 농작물의 생장에 인간의 간섭이 개입되기에 작물들은 스스로 먹이(영양)활동을 하지 않아도 살아갈 수 있는 약체의 식재료로 성장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최근에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자연재배’입니다. 비료와 농약, 그리고 제초제를 일체 쓰지 않고, 여기에 더해서 농사를 위해 논밭을 일체 갈지도 않고 농작물을 성공적으로 재배하는 기술입니다. 이것은 실로 우리의 상식을 뒤집는 영농방식입니다. 영양분을 일체 공급하지 않고도 농사를 지울 수 있다? 상식에 어긋나는 일 같지만, 이로서 각종 화학물질 및 인간의 건강을 위협할만한 유해물질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식재료가 생산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 식재료에 대해 여러가지로 의문이 제기될 수 있겠지만, 결과적으로 탄생한 그 식재료는 어떤 과학적 검증실험에도 열려있는 새로운 방식의 기술입니다. 이미 13년 전부터 50여 종에 달하는 채소를 이 자연재배로 생산해온 한 농장에서 재배하는 작목의범위를 넓혀 벼농사에까지 성공적인 결과를 내고 있는 한 사례를 여기에 소개합니다. 


나는 지난 3년여 이 자연재배의 세계를 탐색해왔습니다. 한국과 일본의 자연재배 현장을 두루 탐방해오면서 가장 오리지널하고, 같은 원리를 다양한 작목에 성공적으로 적용시킨 한 사례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자 이 영상클립을 본 [아카이브]에 올립니다.


다시 한번 강조합니다만, 어떤 방식으로 농사를 지어 어떤 식재료를 생산하는지는 ‘물질 문화’(material culture)의 한 부분이고, 이것은 바로 인류학의 연구 주제인 ‘문화’이기에 이 영상 클립을 인류학과의 [영상 아카이브]에 올리는 것입니다. 오해 없으시기 바랍니다. (이문웅)


=============================================================


비료도, 농약도, 제초제도 전혀 쓰지 않고, 김메기도 하지 않고 벼농사를 짓는다? 우리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방식으로 벼농사를 성공적으로 짓고 있는 사람이 있다. 무슨 그런 헛소리를 하느냐고 하겠지만 여기에 그 [자연재배] 현장을 소개한다.


그는 최근 [기적의 채소]라는 책을 낸 바 있는 송광일 박사(광주광역시 광산동 양산동)다. 벌써 13 년째 자연재배를 실천하면서 각종 채소를 생산해온 송박사가 자신의 자연재배 방식이 거의 모든 농사에 적용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내기 위해서, 복숭아, 사과, 포도 등의 과일도 성공적으로 생산해내었다. 그의 자연재배 방식이 특이한 것은 이것들이 모두 시설재배, 즉 비닐 하우스에서 재배한다는 점이다. 왜 그가 각종 야채를 비닐 하우스 속에서 재배하는가? 그의 대답은 우리의 상식을 뛰어넘고 있다. 그 대답인즉, “물을 통제하기 위해서.” 식물의 씨앗이 뿌리를 내리기 시작해서부터 일단 안정이 될 때까지만 물을 공급하고, 그 후로는 물을 통제함으로서 식물이 광합성을 하고, 뿌리(와 잔뿌리)를 많이 내어 스스로 살아나가도록 유도하기 위한 조치라고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식물은 살아남기 위해 처절한 몸부림을 치는 과정에서 세포조직이 단단하고 맛있는 식재료로 탄생한다는 것이다. 송박사의 비닐 하우스에는 전혀 냉난방을 하지 않기에 하우스 운영에 추가적인 비용도 전혀 들지 않는다. 또한 하우스 안의 농지는 전혀 밭갈이를 하지 않는다. 작물은 출하할 부분(채소나 과일 등)만 채집하고 필요 없는 부분은 모두 그 자리에 남김으로서 그것이 유일한 거름(?)이 되는 셈이다. 이 하우스 재배의 운영 비용은 씨앗을 뿌리고 거두어들이는 노동력이 전부이고, 비료나 농약, 제초제, 김 메기 비용 등의 추가적인 비용을 일체 들지 않는다.


이 자연재배 기술이 하우스가 아닌 자연상태의 노지에서도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해보이기 위해서 송박사는 7년 전에 노지에 논농사를 계획했고, 금년에 6년째의 수확을 했다. 나는 2년 전(2010. 6. 29)에 처음으로 송박사의 안내로 그의 논(광주광역시 광산구 송산동 242번지)을 방문한 바 있다. 당시엔 모내기 후에 벼가 15센티 정도로 자랐을 때였다. 논에는 벼가 싱싱하게 잘 자라고 있었고, 그가 선택한 ‘우렁이 농법’으로 우렁이들이 논의 잡초들을 왕성하게 먹어 치우고 있었다. 그 해 송박사로부터 보내온 자연재배의 현미 쌀을 먹어보고는 식감이 좋고 구수한 밥맛에 나는 실로 감탄을 금할 수가 없었다.


금년에는 꼭 이 논의 수확 직전 상황을 보고 싶어서 송박사를 찾았다. 이번이 송박사의 자연현장을 네 번째로 찾은 탐방이었다. 황금 빛의 그의 벼농사 현장은 생기가 충만했다. 두 필지로 나누어진 그의 논은 모두 2,400평이었고, 나란히 있는 그의 논 옆에는 일반의 관행농업 벼농사를 하고 있어서 뚜렷이 대조를 이루고 있었다. 금년에는 이 지역에 적어도 세 번에 걸쳐서 큰 태풍이 지나가면서 이 일대에 많은 피해를 주었다고 한다. 주위의 많은 관행농업의 벼들이 태풍으로 쓰러져서 피해가 많았고, 벼 알들이 말라버리는 논이 많았다지만, 송박사의 자연재배 논의 벼는 굳건히 버텨냈고, 알곡이 충실하게 영글었다. 벼 자체의 건강상태(?)가 좋았기 때문에 이런 어려움들을 버텨낼 수 있었다는 것이다.


내가 다녀 온지 사흘 후에 이 논의 수확행사가 있었다. 나는 다시 가지 못했지만, 송박사의 생명과학연구소의 이형근씨가 수확장면을 담아준 사진들을 합쳐서 여기에 선보이는 영상 클립을 편집해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자연재배의 세계 일면을 보여주기 위해 이 아카이브에 소개한다.


송박사의 금년 수확은 한 마지기당 석 섬정도로 일반농의 평년작 수준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주위의 일반농들은 금년에 피해를 많이 봐서 평년작 수준을 훨씬 밑돈다고 한다. 참고로 작년에는 더 수확이 좋아서 이 논에 넉 섬을 수확했다고 한다. 역시 금년에도 자연재배의 힘을 여실히 보여준 셈이다. 


참고로 이 영상클립에서 송박사가 소개하고 있는 일반농과 자연재배의 농사방식 차이를 한번 음미해보자. 일반농에서는 논농사를 시작할 때 일단 논을 갈아엎고, 물을 댄다. 그 후 노타리(콤바인에 칼날 같은 장치를 달아 논의 흙을 분쇄하고 뒤 흔들어 놓는 작업)를 하고 이 노타리 작업과정에서 화학비료를 뿌리고, 노타리 뒤에 제초제 병 3개를 달고 뿌리면서 작업이 이루어 진다. 이 때문에 논에는 풀이 나지 않는다. 그 후에 모를 옮겨 심고, 3일 후에는 제초제, 또 보름 후에도 제초제를 뿌려야 풀이 나지 않는다. 그 후에도 비료와 농약 살포는 끝없이 이어진다.


그러나 송박사의 자연재배 논에는 비료도 농약도 일체 치지 않고, 단지 우렁이를 사다가 풀어놓고, 우렁이로 하여금 잡초 청소(?)를 시킨다. 관행농업에서는 우렁이가 농약 때문에 살지 못하지만 자연재배 농에서는 우렁이가 신나게 먹이 활동을 해준다.


송박사의 이 자연재배 논농사 현장에는 여러 지방으로부터 최근 수많은 농민들이 단체로 다녀갔다고 한다. 이런 상황의 연장선상에서 최근 전라남도 고흥군에서 송광일박사의 자연재배를 도입하기 위한 ‘시범단지’를 조성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는 사실은 우리나라 농업발달사에 귀중한 도약의 한 사례로 기록될만 하다. 이를 위해 고흥군은 [자연재배 사업단]을 조직했다고 한다. 금년(2012년)에는 한 필지(전남 고흥군 풍양면 당두리 소재; 논 6,000평)에서만 시험재배가 시작되었고,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시범단지’의 자연재배가 실시될 예정으로 현재 지역 농민들로부터 지원자를 모집 중이라고 한다. 여기에는 군 당국으로부터 만약 자연재배가 실패할 경우 손실보전을 해 줄 것을 약속한 모험적인(?) 재배이지만, 벌써 지원자가 넘쳐서 선별 해야 할 지경이라고 한다.


금년 시험재배를 실시한 농가와의 통화에서 전해들은 바와 함께 이 시험재배를 주도하고 있는 송광일박사의 말로는 금년엔 약간 늦게 모내기를 했고, 9월에는 대형 태풍 [볼라벤]의 직격탄을 맞아 ‘흑수’상태가 심해서 큰 차질이 예상되지만 인근의 관행농 벼농사에 결코 뒤지지 않은 상태라고 한다. 이번 고흥군의 모험(?)은 새로운 혁신적인 영농방식을 도입하여 지역활성화의 기틀을 확립하려는 지방자치단체의 선도적인 발전전략으로 평가될 만 하다고 생각한다.


참고로 이 영상클립(7분22초 분량)은 나의 네 차례 송박사의 농장 탐방 중 2010년 6월에 담은 영상과 금년(2012년 9월)에 담은 영상, 그리고 그 사흘 후의 수확작업을 담은 사진(이형근씨 촬영)을 순차적으로 합쳐서 하나의 영상으로 편집한 것이다. 수확장면의 배경음은 현장음이 아닌 일반 경운기 작동 소리를 삽입해서 분위기를 살렸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