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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자연농업

놀라운 자연농업의 세계(5) : 반소사(飯疏食) 농장의 꺼먹돼지

by 내오랜꿈 2013. 6.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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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이문웅 교수의 Visual Anthropology Archive (http://vaa.anthropology.or.kr/index.aspx)

날짜:2013. 06. 25

만든이:이문웅(서울대 인류학과 교수)



 동영상 : 반소사(飯疏食) 농장의 꺼먹돼지



내가 지금까지 즐겨 써왔던 ‘자연재배’라는 용어는 사실상 ‘식물재배’, 또는 더 좁은 범위에서는 ‘채소재배’에서 ‘무비료, 무농약, 무제초제’로 심지어는 ‘땅을 갈지도 않은 채’ 짓는 농사’를 의미하였다. 그러나 이런 방식의 먹거리 생산은 단지 농업생산만이 아니라 축산에도 적용되어 건강한 식재료가 생산되고 있어서 ‘자연재배’보다는 ‘자연농업’이라는 개념이 더 포괄적일 것 같다.


자연재배에서는 식물에 전혀 아무런 영양분도 투입하지 않고, 식물이 스스로 살아남을 생존전략을 강구하도록 유도함으로서 세포조직이 치밀하고 단단한 식재료를 생산한다. 그러나 동물을 사육하기 위해서는 상황이 다르다. 물론 동물을 방사하는 상태로 사육하는 경우에는 먹이감이 없거나 부족한 계절에 사육자가 약간 추가로 사료를 공급하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동물을 일정한 공간에 가두어놓고 사육하는 경우에는 사료의 질과 사육동물이 어느 정도로 넓은 공간에서 충분한 활동을 할 수 있는지가 그 축산물의 질을 결정할 것이다. 오늘날 우리가 심각하게 우려하는 축산물들은 좁디 좁은 공간에서 동물들이 잘 움직일 수도 없이 공장사료로만 키우고, 또 단기간에 체중을 불릴 수 있는 성장촉진제며 질병을 예방하거나 치료하기 위해 투입하는 각종 약제 및 화학물질들은 이제 사실상 소비자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여기에 소개하는 영상에서 군산의 권영호씨는 이런 관행적인 축산과는 차원을 달리하는 자연농업의 방식으로 ‘꺼먹돼지’를 키우고 있다. 그의 농장은 오늘날 우리의 식생활이 ‘부드럽고, 달고, 고소한 것’ 만을 추구하는 풍조가 건강을 약화시키거나 헤치고 있다는 점을 반성하면서 ‘거친 음식을 먹자’는 ‘반소사(飯疏食)’라는 구호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꺼먹돼지를 자연농업 방식으로 키우고 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농장을 ‘반소사(飯疏食) 농장’ (http://cafe.naver.com/bansosa)이라고 부른다. 이것은 한자의 ‘먹을 반(飯), 거칠 소(疏), 먹거리 사(食)’에서 따온 것이다. 식(食)자는 ‘사(食)’로도 읽히는 데서 이런 재미있는 명칭을 만들어 냈다. 그의 농장에서 생산되는 돼지고기를 주 메뉴로 그가 운영하는 한 식당의 이름도 ‘반소사(飯疏食)’로 내걸었다.


그의 농장에서는 돼지를 철제 파이프로 우리를 만들어 그 속에서 키우기는 하지만 돼지들이 활동하는 데에 불편하지 않을 정도의 공간을 주고 있고, 정기적으로 철제우리의 문을 열어서 돼지들이 밖으로 나와서 더 넓게 움직이고, 풀이나 농작물의 수확 후 부산물을 먹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고 있다. (최근에 그는 농장을 옮겨서, 아직 이 영상에서 보이는 우리 앞의 농토에는 농사가 시작되지 않았다.) 권영호씨는 이 농장에서도 앞으로 자연재배로 농사를 지어 돼지들에게 더욱 양질의 사료를 제공해주려는 준비를 하고 있다.


반소사 농장의 돼지에게는 공장사료를 철저히 배제하고 있다. 권영호씨는 군산 지역의 여러 대형 레스토랑으로부터 협조를 얻어 음식물 찌꺼기를 수합해서 주사료로 활용하고 있다. 그는 이렇게 수합한 잔반에다 미강(米糠)(정미소에서 현미를 정제하는 과정에서 떨어져 나오는 ‘쌀눈’과 ‘쌀겨; 이 과정을 거쳐서 얻어지는 백미에는 쌀알의 영양이 5%뿐이고 미강이 전체 영양의 95%를 차지하고 있고 한다.)을 추가해서 사료를 준비한다. 좀 구체적으로는 대형 플라스틱 통에 잔반을 한 겹 넣고 그 위에 같은 두께의 미강을 한 겹씩, 이렇게 겹겹이 넣어서 약 2주일간 숙성시킨 후에 돼지 우리의 먹이통에 매일 한 차례씩 일정량을 공급한다. 이 외에도 그는 농산물 시장에서 폐기처분되는 부산물들을 수집해오고, 또 농장 주변의 풀을 베어서 추가적인 사료로 공급한다고 한다. 이렇게 해서 키운 돼지의 분뇨에서는 다른 대형 기업형 돈사에서와 같은 가스의 문제가 전혀 없다고 한다. 실제로 그의 돈사에는 절반은 왕겨를 넣어줘서 마른 상태이고 다른 절반은 분료로 질퍽한 상태이다. 공장사료에 의거하지 않은 채 자연농업으로 사육하는 돼지의 돈사 바닥은 질소와 이산화탄소(CO2)의 배출로 인한 가스 문제가 거의 없다고 한다. 따라서 권영호씨는 돈사 바닥의 퇴적물을 거두어내고 새로 흙과 왕겨로 깔아넣는 작업을 일년에 한 번 또는 두 번 정도로 하고, 이렇게 들어낸 퇴적물은 시간을 두고 부숙(腐熟)시킬 필요도 없이 바로 유기퇴비로 농토에 투입해도 좋은 상태라고 한다. 권영호씨는 자신의 경험적인 지식에 의거해서 대형 돈사의 분뇨에서 발생되는 가스의 문제는 상업적으로 생산되는 사료에서 비롯되는 것 같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권영호씨는 자신의 [반소사 농장]에 정확히 몇 마리의 돼지가 크고 있는지도 별로 신경을 쓰지도 않는다고 한다. 지금까지 한 번도 전국을 강타한 유행성 축산 질병으로 어려움을 겪어본 적도 없고, 돼지들은 때가 되면 자연스레 수정, 임신, 분만을 스스로 하고, 새끼들은 우리의 경계도 개의치 않고 들락거리면서 자유스럽게 자라고 있었다. 또한 그는 돼지를 엄청나게 크게만 키우는 데에 관심이 없다. 대체로 18개월 정도 키운 중돼지 정도가 가장 맛이 좋은 고기를 얻을 수 있기에 그는 이런 사육방식을 고집한다고 한다.


반소사 농장의 돼지고기 맛은 어떨까? 솔직히 말해서 나는 아직 그렇게 맛있는 돼지고기를 먹어본 적이 없다. 물론 이 돼지들에 레스토랑의 잔반이 주사료로 공급되었기에 조리과정에서 사용되었을 약간의 조미료나 첨가물로부터 전적으로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미강을 섞어 숙성과정을 거쳐서 사료로 재탄생되면서 그런 화학물질의 농도는 약화되었을 것이고, 무엇보다도 상업적으로 생산된 공장사료와 사육과정에서 투입되는 각종 화학물질로부터는 전적으로 자유롭다는 점이 ‘건강한 식재료’로서의 지위를 인정받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 (참고로 이 영상을 기록한 반소사 농장 탐방[2013.05.27]에는 경기도 양평에서 자연재배 농장 <혜림원>을 경영하는 김주진씨가 함께 하였다. 흰색 상의의 권영호씨와 대화하는 분이 김주진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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