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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자연농업

[짱짱의 농사일기 1] 땅에도 단식과 쉼이 필요

by 내오랜꿈 2014. 10.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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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친 고구마 농사, 문제는 따로 있습니다

[짱짱의 농사일기 1] 땅에도 단식과 쉼이 필요


출처:<오마이뉴스(http://www.ohmynews.com)> 2014.10.22    

오창균(ockhh)



▲  굼벵이가 갉아먹은 고구마  ⓒ 오창균


설마했는데, 한 이랑 두 이랑 파면서 한숨이 절로 나왔다. 상처 난 고구마 때문이다. 다른곳에서 봤던 굼벵이 피해를 내가 직접 당했다. 멀쩡한 것은 손에 꼽을 정도다.


올해 처음 이 밭에서 농사를 시작할 때부터 흙 상태가 좋지 않다는 걸 알았다. 작물이 튼튼하고 병해충으로부터 피해를 최소화 하려면 흙이 건강해야 한다. 즉, 살아 숨쉬는 흙이 아니면 작물이 건강하게 자랄 수 없다.



▲ 굼벵이  ⓒ 오창균

그동안 이 밭에서 농사를 지은 농부는 관행농(화학비료, 농약, 비닐을 사용하는 농법)으로 농사를 지었다. 먼저 흙 속에 남은 비독(肥毒 : 화학비료의 독성)을 제거해야 흙이 살아난다. 사람 몸에 중금속 등의 해로운 성분이 배출되지 못하고 쌓이면 병이 생기는 것과 같은 이치다.


흙을 살리기 위한 '비독' 제거


비독을 제거하려면 퇴비와 비료는 농사에 꼭 필요하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인위적으로 만든 양분을 흙에 넣지 않아도 작물은 생존본능으로 강하게 성장한다. 살아있는 것들은 자연생태계만 파괴되지 않으면 병(病)에 걸리지 않는다. 특히, 식물은 물과 햇볕만 있으면 광합성으로 필요한 양분을 스스로 만든다.


사람이 단식을 통해 생체리듬을 회복하는 것처럼, 흙도 단식으로 토양생태계를 회복시킨다. 다양한 토양생물들의 균형을 잡아주는 것이다. 그 시간은 1년이 걸릴 수도, 10년이 걸릴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말하는 자연농법이 그것을 증명했다. 자연에 맡겼으면 조바심 내지 않고 기다리고 미생물을 포함한 다른 생명에 대한 존중이 기본바탕이 되어야 하는 농사다.


봄부터 흙에 그 어떤 것도 투입하지 않고 딱딱하게 굳어버린 흙을 풀어주기 위해 풀과 작물 잔사(음식으로 쓰지 않는 줄기, 잎, 뿌리, 열매 등)를 흙 위에 덮는 작업부터 했다. 겉흙이 햇볕에 노출되면 수분이 말라서 흙이 바람에 날리거나 빗물에 씻겨나가는 침식이 진행된다. 침식을 방지하기도 하며, 흙에 촉촉한 보습을 유지시켜서 작물이 가뭄을 타지 않게 하는 작업이다. 



▲  흙이 햇볕에 노출되지 않도록 풀로 덮여진 밭  ⓒ 오창균


흙에 가장 중요한 미생물이 증식하는 조건을 만들어 주는 일이기도 하다. 숲이나 산에 가면 항상 낙엽으로 흙이 덮혀 있는 자연상태를 밭에도 만드는 일이다. 그 일은 풀을 키우는 것이다. 풀은 한 포기도 남김없이 죽여야 농사가 된다는 믿음을 가진 농부가 들으면 웃을 일이겠지만, 흙을 빨리 살리려면 풀을 키워야 한다.  


풀뿌리는 흙속으로 뻗어가면서 딱딱하게 굳은 흙을 잘게 부수고, 땅 속 깊은 천연의 양분들을 뽑아 올린다. 뿐만 아니라 다양한 미생물의 증식을 돕는다.


풀을 키워야 한다는 말은, 무작정 방치하라는 것이 아니다. 작물의 성장을 방해하지 않도록 어린 작물의 주변은 잘라내거나 뿌리째 뽑아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작물의 광합성을 방해하지 않도록 풀이 작물보다 키가 더 크지 않도록 필요한 때에 잘라주는 일이다. 뿌리째 뽑는 것이 아니라 흙 위로 올라오는 그루터기 부분을 잘라주는 것이다. 그리고 잘라낸 풀은 밖으로 버리지 않고, 그 자리의 흙 위에 그대로 덮어주면 된다.


넘치는 것보다 모자람이 좋다


이런 자연농법에 따른 농사를 수 년째 지으면서 살아 있는 흙에서는 작물이 건강하고 병해충에 쉽게 당하지 않는다는 것을 경험했다. 물론, 퇴비를 전혀 사용하지 않기도 하고, 필요에 따라서는 매우 적게 쓰는 경우는 있다. 항상 넘치지 않도록 욕심을 버리는 것이 중요하다.



▲  풀과 함께 자라고 있는 작물들  ⓒ 오창균


다른 작물들은 병해충 없이 기대 만큼의 수확을 거뒀는데, 왜 고구마는 굼벵이 피해를 입었을까? 아직 땅힘(地力)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완전히 회복하기까지는 몇 년에서 길게는 십 년이 걸릴 수도 있다. 땅힘이 회복되면 굳었던 흙이 부슬부슬 해지는 물리적인 변화가 생기고, 지렁이 등 토양생물과 다양한 미생물들이 자리를 잡는다.


등산으로 몸살을 앓는 산의 생태계를 회복시키기 위해 수 년에서 길게는 십 년이 넘도록 등산로를 폐쇄하는 휴식년제를 하는 것처럼, 농사를 짓는 땅에도 휴식이 필요하다. 하지만, 농토를 놀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농사를 짓는 과정에서 세심하게 보살피고, 인위적인 것들을 최대한 멀리해야 한다. 흙에서 자라나는 풀을 작물과 경쟁하지 않고 공생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비록, 고구마 농사는 망쳤지만 굼벵이를 통해서 많이 배우고 반성했다. 굼벵이는 잘못이 없다. 굼벵이가 번식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든 농사방법이 문제다. 동면에 들어가야 하는 굼벵이도 피해를 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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