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이곳 고흥이라는 동네, 여러 모로 내게는 새로움을 안겨 주는 곳이다. 이곳에서 나를 만나는 거의 대부분의 이쪽 사람들은 내게 묻는다. ‘무슨 연고가 있냐’고. 당연히 있을 수가 없다. 그럼 다시 묻는다, ‘그라면 뭐 할려고 왔냐’고.
내가 느끼는 이곳의 좋은 점은 뭐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올해 들어와 더욱 두드러지게 느끼게 되는 게 하나 있다. 바로 도서관 시스템이다. 이곳의 도서관 시스템은 교육부(맞나? 요새 하도 정부부처 이름이 자주 바뀌니...) 산하의 <고흥평생교육관>이라는 데와 고흥군청 소속의 <군립도서관>이라는 곳으로 양분되는데, <군립도서관>은 다시 중앙도서관, 남부도서관, 북부도서관으로 나뉜다. 나는 주로 <평생교육관>과 <군립중앙도서관>을 이용하고 있다. 이 두 곳은 전혀 별개의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이들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구입희망도서신청’ 코너가 있는데, 지금까지 내가 신청한 희망도서를 대충 헤아려보니 약 30여 권 되는 것 같다. 그런데 놀랍게도 지금까지 내가 신청한 도서는 한 권도 빠짐없이 구입되고 있다.
올해 이전에 신청한 도서 가운데 대부분은 원예작물이나 유기농업 등 주로 농사에 관련된 책들인지라 고흥이라는 동네의 특성상 그럴 수도 있겠구나, 하고 넘어갔는데 이번에 신청한 도서들이 빠짐없이 구입되는 걸 보고는 조금 놀랐다. 올해 들어와 신청한 책 5권은 전부 <장자>에 관련된 책들이고 그 중에 3권은 모두 <장자>를 번역한 책들이기 때문이다. ‘안 되면 말고’, 라는 기분으로 신청한, 기세춘, 오강남, 김원일의 <장자> 번역본이 그것들이다.
한 달에 최대 신청가능 권수가 5권이기에 <평생교육관>에서 더 이상 신청이 불가능한지라 <군립중앙도서관>에 5권을 또 신청해두었다. 아마도 이 역시 전부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지금까지의 관례로 봐서는.....
이렇게 해서 지금 내 책상에는 전부 18권의 장자 관련 책이 있다. 원래 내가 가지고 있던 8권(<장자>관련 책이었지만 번역본은 하나도 없었는데, 이번에 “감산의 장자” 읽느라 오진탁, 심재원 번역본과 김학주 번역본은 새로 구입했다)과, 나와 와이프 명의로 대출한 각 5권씩 해서 10권, 이렇게 전부 18권이다. 전부 다 정독 할 수는 없지만 완역본들 가지고 ‘내편’만 번역 대조하고 있는 중이다. 한문은 문외한에 가까우니 내가 할 수 있는 건 고작 이 정도일 수밖에 없다. 지금 구입 신청해둔 박세당의 <장자> 등이 들어오면 대충은 이 작업을 마무리할 수 있을 것 같다.
한 달 이상을 똑같은 내용의 책만 읽고 있는 건 정말이지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아마도, 앞에서 내가 읽어보라고 권했던 번역서들은 폐기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勝者’들은 늘 자신들의 교리에 맞게끔 다른 사상들을 해석하고 변질시킨다. 여기서 ‘승자’란 물론 유교와 불교다. ‘노장사상’은 현실권력으로서나 철학사적으로나 언제나 ‘아웃사이더’였기 때문이다. 최대한 덜 훼손된 <장자>를 찾아내는 게 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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