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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인문사회

<부의 기원> - 경제란 ‘피터팬의 그림자’

by 내오랜꿈 2007. 9.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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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삶] 경제란 ‘피터팬의 그림자’


출처:인터넷경향신문 2007 08 31

 부의 기원…에릭 바인하커 | 램덤하우스코리아


최후 통첩 게임이라는 게 있다. 실험에 참가한 첫번째 사람에게 10달러를 준다. 이 사람은 누군지 모르는 두번째 사람과 10달러를 나눠가져야 한다. 나누는 방법이 단순하다. 첫번째 사람이 두번째 사람에게 10달러를 어떤 비율로 나눌지를 제안한다. 두번째 사람이 이 제안을 받아들이면 그 비율대로 10달러를 나누고, 만약 거부하면 둘 다 한푼도 못갖게 된다.

게임이론에서 다루는 대표적인 모형이다. 이 모형을 갖고 한국 어느 대학 경제학과 교수가 경제학과 학생에게 실험을 했다. 여기서는 판돈을 10달러가 아닌 10만원으로 했다. 흥미로운 것은 1학년생과 4학년생을 했을 때 제안 금액이 판이하게 달랐다. 경제학과 1학년생은 제안자의 위치에 섰을 때 대부분 절반인 5만원을 나눠 주겠다고 했다. 반면 4학년생은 1만원만 나눠 주고 나머지 9만원을 자신이 갖겠다고 하는 비율이 월등히 높았다.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경제학 가정에 따르면 경제학을 3년이나 더 배운 4학년생의 선택이 합리적이다. 수동적인 입장인 두번째 실험 참가자는 1만원이라도 받는 게 안받는 것보다 훨씬 낫다. 그러나 현실에서도 그럴까. ‘9만원 대 1만원’ 제안에 대해 ‘에이 치사한 놈. 나 1만원 안갖고 너도 못먹게 하겠다’고 생각할 사람이 아마도 적지 않을 것이다.

널리 알려진 대로 길에 20달러짜리 지폐가 떨어져 있다고 가정해 보자. 젊은 경제학자가 늙은 선배 경제학자와 함께 걸어가다가 지폐를 발견하곤 “20달러짜리 지폐가 땅에 떨어져 있어요”라고 소리쳤다. 선배의 대답은 이랬다. “말도 안돼. 만일 20달러짜리 지폐가 땅에 떨어져 있다면 누군가 벌써 주워갔을 거야.”

현실과 동떨어진 합리적인 세상을 가정하는 경제학자의 탁상공론을 풍자하는 예시다. 경제학자를 비웃는 또 다른 사례를 살펴보자. 무인도에 여러 분야의 학자들이 표류됐다. 어느날 통조림이 하나 섬에 떠내려 왔다. 학자들이 모여 깡통을 어떻게 딸지 회의를 했다. 화학자, 물리학자 등 나름대로 해법을 내놓았다. 경제학자는 이렇게 말했다.


“자 여기 깡통따개가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부의 기원’은 이러한 비현실적 경제학을 거부하고, 현실에 실제적으로 적용가능한 새로운 경제학을 모색한다.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우리는 경제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정말로 몰라”라고 동료들에게 말한 적이 있다. 그는 또 “놀라운 것은 경제학자들이 경제 모델과 현실 세계를 제대로 구분할 능력이 없다”고도 지적했다.

현실 경제는 그린스펀 전 의장의 말마따나 이론경제가 그려낸 그림 속에 얌전히 앉아 있질 않는다. 피터 팬의 그림자처럼 제 멋대로 몸체를 벗어나 마음대로 돌아다닌다. 현실 경제에는 수많은 행위자들이 상호작용하며 예측불허의 결과를 빚어내는 복잡적응 시스템이 작동한다. 저자는 이런 복잡계 경제학에 근거해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무균 상태 실험실 경제학이 아닌, 현실 공간 살아있는 경제학이며 또한 정적이지 않고 동적인 경제학을 표방하는 이 책의 제목에 등장하는 부는 바로 지식이다. 나아가 부의 근원은 진화라고 역설한다.

내용이 방대해 어느 독자이든 몇가지쯤은 얻어갈 것이 있는 책이다. 다만 때로 너무 친절해서 지나치게 장황하다는 느낌이 든다. 지식의 짜깁기만 보여줬을 뿐 무릎을 치게 하는 최소 한두 가지 혜안을 보여주지 못한 앨빈 토플러의 ‘부의 미래’와는 다른 책이기를 기대해 본다.

 

안현실·정성철 옮김. 2만8000원 

〈안치용기자〉

 

 

내오랜꿈 -------------------------------------------------

 

왜 하필 '게임이론'에 관한 예시로 이 책을 설명하는지는 "자, 여기 깡통따개가 있다고 가정해봅시다."라는 경제학자의 말 속에서 해답을 찾으면 될 것이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실물경제의 흐름에 비해 이론경제학이 내세우는 논리는 너무나 비현실적인 가정에 근거해 있다는 걸 강조하고 싶었으리라.


아직 읽어보지 않아서 확신하긴 힘들지만, 알라딘 책소개란에서 따온 아래 목차를 보고 있자니 <경제학콘서트>류의 책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드는 건 사실이다. 그렇다면 내가 굳이 읽어보아야 할 이유는 없어지는 책이기에. 그러나 경제학이라는 무겁고 칙칙한 학문적 체계를 떠나서 현실경제의 복잡한 움직임을 우리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생활 속에서 깨우치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나름대로 읽어볼 만한 가치는 있을 것 같다. 다만, 책값에 비해 깨우치는 게 너무 작다는 불만은 항상 있을 수 있는 기회비용임을 잊지 마시길...

 

 

제1부 패러다임의 이동
1장 부는 어디서 오는가?
2장 전통 경제학:균형의 세계
3장 비판적 고찰: 혼란과 쿠바의 자동차

제2부 복잡계 경제학
4장 큰 크림: 설탕과 향료
5장 동태성: 불균형의 즐거움
6장 행위자들: 심리게임
7장 네트워크:오! 너무나 복잡한 거미집
8장 창발성: 패턴들의 퍼즐
9장 진화: 그건 바로 저기에 있는 정굴이다

제3부 진화는 어떻게 부를 창출하는가
10장 디자인 공간: 게임에서 경제까지
11장 물리적 기술: 석기에서 우주선으로
12장 사회적 기술: 수렵·채집민에서 다국적 기업으로
13장 경제적 진화: 빅맨에서 시장으로
14장 부의 새로운 정의: 적합한 질서

4부 기업과 사회에 대한 의미
15장 전략: 진화의 경주
16장 조직: 사고하는 사람들의 사회
17장 금융: 기대의 생태계
18장 정치와 정책: 좌우 대결의 종말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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