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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보고 듣는 것들/Movie

<광식이 동생 광태> - 아련한 옛 추억의 그림자

by 내오랜꿈 2008. 12.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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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이라는 것은 운명의 실수나 장난 따위도 포함하는 것 같아요."

 

지난 토요일 오후, 혼자서 영화를 봤다. 제목만 가지고는 광식이 핵심 인물인지 광태가 핵심 인물인지 알 수 없는 영화이자 이미 다 자라 버린 남자들의 ‘성장영화(?)’ 같기도 한 영화 <광식이 동생 광태>.

 

영화는 특별하게 기교를 부리거나 뒤틀지 않고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직선적으로 표현하는 단순한 구조지만 스토리 라인은 단단하다. 1부 ‘광식’, 2부 ‘광태’, 3부 ‘광식이 동생 광태’로 이어지는 분할 형식을 통해 광식, 광태 형제의 사례를 각각 제시하고 3장에서 감독 나름의 답변을 제시하는 식이다. 

 

좋아하는 여자 앞에서 속시원한 고백 한 번 못 해보고 7년째 탐색만 하고 있는 광식. 나이는 형보다 7살이나 어리지만 만난 여자의 수는 형보다 70배는 많은 동생 광태. 그는 365일 작업 중이며 가슴은 윗주머니에 넣어두고 몸만 주기 때문에 고민할 이유가 없다. 적어도 겉으로 보이는 이미지만 가지고 이야기 하면 이 이상 특별할 것도 없다. 

 

그러나 <광식이 동생 광태>는 여기에 영화를 보는 사람 나름의 슬픈 기억과 아름다운 추억을 되새김질하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덧붙여진다. 영화가 그저 보여지는 대로 읽히는 텍스트가 아니라 관객 스스로가 살을 붙이고 감정을 이입시키는 작용을 하게 만드는 쌍방향 통신 수단으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어쩌면 우리 모두 누구나 한 가지씩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는 희미한 옛 추억을 떠올리게 만드는 그런 영화라 할 수 있다. 

 

추억의 책장을 넘기듯 하나하나 엮어나가는 광식의 에피소드들이 주는 아련함, 생각없이 쿨한 척 여자의 몸만 생각하는 광태의 에피소드들. 과연 그것들이 날실과 씨실로 엮어져 우리에게 보여지는 삶의 모습은 우리 자신과 얼마나 닮았고, 얼마나 다를까? 

 

궁금하다면 가까운 영화관을 찾을 일이다. 

 

영화 중간중간 삽입되는 추억의 가요들을 듣는 즐거움 또한 만만찮다. 다만, 영화 막바지 윤경의 결혼식 장면에서 광식이 무반주로 부르는 <세월이 가면>은 너무나 처연하기에 가슴 한 구석이 '짠'하기는 하지만…. 

 

written date:2005 12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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