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가끔은 - 신해철
"그의 음악을 듣고 자란 청소년들에게 그의 노래들은 어떤 문학이나 영화가 줄 수 있는 질문보다 가까운 곳에서 더 감동적으로 삶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삶이 무엇이고, 어떻게 살아야하는지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그의 노래는 어떤 철학 교과서보다 또렷한 나침반이었다. 그는 이렇게 예민한 자의식으로 삶에 대한 질문을 심금을 울리는 음악으로 만들어 던짐으로써 어린 영혼들을 사무치게 했다. 그저 좋은 답만을 제시한 것이 아니라 그 자신부터 고민하고 갈등하는 여린 영혼임을 감추지 않았던 그의 노랫말은 신해철이라는 인간의 성장기였을뿐만 아니라 그의 음악을 듣고 자란 세대 전체의 성장기가 되었다. ‘우리 앞에 생이 끝나갈 때’, ‘나에게 쓰는 편지’, ‘50년후의 내 모습’, ‘길 위에서’가 그러했고, ‘아버지와 나’가 그러했고, ‘날아라 병아리’가 그러했다. ‘불멸에 관하여’가 그러했고, ‘니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뭐야’, ‘절망에 관하여’, ‘Here I Stand For You’, ‘해에게서 소년에게’가 그러했다. 그의 음악을 통해 우리는 소년 소녀에서 어른으로 자라날 수 있었다. 그의 노래는 그렇게 1980~90년대 세대들의 삶이 되었다. 때로는 그의 노래가 중2병 같은 자뻑과 허세의 반복 같기도 했지만 그는 끊임없이 같은 질문을 던지고 감동받을 수밖에 없는 노래로 말하며 끝까지 자신의 삶을 자신의 노래와 일치시킴으로써 신해철이라는 개인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
또한 그는 음악을 통해 나 밖의 세계에 대해 질문하고 도전함으로써 더 큰 세계를 보여준 음악인이기도 했다. 음악이 나와 나의 사랑에만 머물러 있을 때, 비판적인 민중가요를 듣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 청소년들에게 그는 ‘도시인’의 기계적인 삶을 되새기게 한 예술가였으며, 우리 안의 위선을 드러낸 냉정한 거울이었고, 자본주의 체제의 문제를 비판한 지성이었다. 그의 음악을 통해 많은 이들이 음악이 현실을 보여줄 수 있고 비판할 수 있는 매체라는 것을 깨달았고, 예술이 얼마나 진지할 수 있는지를 배웠다. 자신의 음반을 Part 1과 2로 나누어 내고 애니메이션 음악에 도전해 근사한 음악을 뽑아내는데에서는 예술가의 자존심과 고집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더 공감하고 더 찾아들으며 더 고민하고 깨달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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