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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여유/산 · 트레킹

장흥 천관산 - 억새보다 아름다운 가을 들녘을 보다

by 내오랜꿈 2014. 10.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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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코스 : 천관산 도립공원 주차장 -->체육공원 갈림길 --> 장천재 --> 환희대 --> 

               억새능선길 --> 연대봉 --> 양근암 -->장안사 --> 주차장

산행거리 : 8.1Km

산행시간 : 4시간 35분



강릉에 정동진이 있다면 장흥에는 정남진이 있다. 한반도의 남쪽 중앙이라는 말일텐데, 뭐 그리 많이 알려진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이보다는 장흥 토요시장이나 천관산이 더 유명하다. 아직까지는 전국의 각 지역마다 5일장이 대세인데 장흥 5일장을 토요시장으로 정례화시킨 건 그야말로 신선하고 획기적인 시도였다 할 수 있다. 이 새로운 시도에 화답하듯 장흥 토요시장은 외지인들로 넘쳐난다. 각 지자체들이 어설프고 속 빈 축제나 기획하여 세금이나 낭비하고 있는 것에 비하면 너무나 실속 있는 정책사례다.




일주일 전부터 계획한 천관산을 향해 가는 길. 주말 아침의 하늘은 너무 맑다. 한낮의 뜨거운 햇살을 걱정해야 할 정도다. 1시간 30분을 달려 도착한 천관산 도립공원 주차장. 이미 많은 차들과 등산객으로 붐빈다. 산 자체도 많이 알려졌지만, 1박 2일에서 천관산의 억새 풍경을 다루는 바람에 더 유명세를 타게 된 것. 붐비기 시작하는 등산객을 피해 서둘러 산행을 시작한다. 우리가 선택한 코스는 일명 '강호동 이수근 길'로 불리는 ③번 금강굴 코스.



▲ 장천재까지 이어진 기암괴석들

▲ 금강굴 가기 전 조망포인트에서 바라본 고흥 방면 바다

금강굴 가기 전 조망포인트에서 바라본 강진 영암 쪽의 호남정맥들

▲ 장천재에서 환희대까지 이어진 기암괴석들


주차장에서 출발한 지 1시간 만에 오른 장천재. 중간에 전망을 조망할 수 있는 곳이 몇 군데 있지만 제대로 된 풍경은 역시 장천재에서 바라보는 것이 최고다. 이곳저곳에서 급하게 카메라를 들이댈 필요가 없었던 셈인데, 초행길의 조급함은 그걸 참지 못 하는 법. 동북쪽으로 고흥 방면의 바다와 득량도가 한 눈에 들어오고 서북 방향으로는 호남정맥들의 여러 봉우리들이 강진 영암 쪽으로 쭉 이어져 있다. 바쁠 것도 없으니 그 풍경을 감상하며 준비해 간 막걸리까지 한 잔 하는 여유도 부린다.



▲ 바위 안쪽에 대청마루 만한 넓이의 동굴이 있다는 금강굴

▲ 장천재에 우뚝 솟은 바위

▲ 장천재 바로 밑 넓은 바위에서 바라본 풍경


▲ 장천재에서 바라본 연대봉 풍경. 억새숲이 어슴프레 보인다.


막걸리 한 잔 하는 사이 등산객들이 점점 늘어난다. 금강굴과 장천재에서 사진을 찍을 때는 줄을 서야 하는 상황까지 벌어질 만큼. 그러거나 말거나 느긋하게 기다려서 찍을 사진 다 찍고 환희대로 올라간다. 사진으로 보면 앞의 사진들과 같아 보여 식상하겠지만 어디에서 쳐다 보나 내 눈에 비친 주변 풍경은 모두가 더없이 아름다운 가을색이다. 황금빛 들판이 아름답다는 걸 새삼 실감한다.



▲ 환희대에서 바라본 연대봉 가는 쪽의 억새능선길

▲ 환희대에서 강진 해남 방면 능선길

▲ 환희대에서 내려다 본, 장천재와 금강굴 방향


막걸리 마시고 사진 찍고 즐기느라 1시간 50분 만에 오른 환희대. 이리저리 흩어진 바위 하나에 오르니 먼저 연대봉까지 이어진 억새능선길이 한눈에 들어온다. 우리가 염두에 두지 않았던 강진 해남 방면으로 가는 길도 억새길이 펼쳐져 있는데 이쪽 방향으로 지나가는 등산객들도 간혹 눈에 띈다. 사방에 펼쳐진 풍경을 감상하며 등산객들이 한마디씩 하는 게 귀에 들어온다. '사량도 지리망산보다 훨씬 아름답다'는 어느 등산객의 말에 '비교할 걸 비교해야지 지리망산 따위 하고 비교하느냐'는 다른 등산객의 비밀스런 말소리도 들린다. 그 정도로 아름다운 조망권을 지닌 천관산이다. 아내와 나도 '팔영산보다 더 낫다'는 소리가 자연스럽게 나온다. 




그렇게 감탄하며 연대봉 쪽의 능선길을 가다 억새숲 가운데 한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점심을 먹기로 했다. 메뉴는 언제나 변함없이 찰밥에 김치와 장아찌와 막걸리. 집에서는 잘 마시지 않는 아내도 오늘은 막걸리를 제법 마신다. 다행히도 두 병이나 준비했기 망정이지 한 병이었으면 모자랄 뻔 했다. 다 먹고선 배부르다며 한 숨 자고 싶다는 아내를 다독여 다시 연대봉으로 향한다. 



▲ 억새가 이미 절정을 지나 지고 있다.

▲ 억새숲 사이로 산죽 군락이 펼쳐져 있다

▲ 연대봉(정상)에서 바라본 고흥쪽 들판. 바다쪽에 염전이 있고 그 왼쪽으로 붉은 함초가 자라고 있다

▲ 연대봉(정상)에서 바라본 정남진쪽 들판

▲ 정남진 탑(줌)

▲ 연대봉(정상)에서 바라본 양근암 쪽 하산길. 바다 한가운데 섬이 득량도다.


천관산의 정상인 연대봉(723M) 가는 길. 길 양편으로 억새숲이 펼쳐져 있고 군데군데 초록의 산죽 군락이 섞여 있어 푸르고 흰 빛깔의 대조가 선명하게 드러난다. 이렇게 다다른 연대봉 봉화대에 올라 바라본 풍경들. 득량도와 고흥 녹동 그리고 정남진이 한 눈에 조망된다. 바둑판처럼 펼쳐진 들녘의 끄트머리에 염전이 있었던 듯, 붉은 함초까지 피어나 노란 들녘과 선명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천관산에서 보는 바다. 맨날 보는 바다인데도 어디에서 보느냐에 따라 그 맛이 다를 수밖에 없다. 집 마당에서도 보이는 바다지만 천관산에 올라 바라보는 바다는 내 기억에서 쉽게 잊혀지지 않을 또 하나의 바다를 선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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