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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모습/생태환경

도대체 '친환경'이 뭔데?

by 내오랜꿈 2014. 9.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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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어딜 가나 넘쳐나는 게 '친환경'이다. 들판을 지나도 친환경 농산물 재배단지요, 마트엘 가도 친환경 농산물 코너요, 인터넷 공간에도 친환경 농산물이라고 홍보하기 바쁘다. 그래서 한 번 물어 보고 싶다. 도대체 '친환경'이 뭔데?


여기에 덧붙여 농산물 소비자들은 이런 질문들도 해보아야 한다.


1) 친환경 농산물은 무조건 안심하고 먹어도 되는가?

2) 생산자들은 왜 친환경 농산물이란 걸 강조할까?

3) 친환경 농산물 인증제도는 제대로 관리되고 있을까?


하나하나 풀어가 보자.


현재 우리 나라에서 농산물 인증제도를 관리하고 있는 기관은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이하 "품질관리원")이다. 이 "품질관리원"에서 친환경 농산물 인증 업무도 관리하고 있는데 여기서 규정하는 것에 따르면 친환경 농산물"합성농약, 화학비료 및 항생ㆍ항균제 등 화학자재를 사용하지 않거나 사용을 최소화하고 농업ㆍ축산업ㆍ임업 부산물의 재활용 등을 통하여 농업생태계와 환경을 유지 보전하면서 생산된 농산물(축산물을 포함)을 말"한다("품질관리원" 홈페이지에서 인용).


이 규정에서 알 수 있듯이 친환경 농산물은 하나의 규정으로 통일된 게 아니다. 최소한으로 잡아도 "(농약과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거나 사용을 최소화"하는 경우로 나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품질관리원"에서는 친환경 농산물의 종류를 유기 농산물, 무농약 농산물, 저농약 농산물로 분류하고 있다. 곧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듯이 친환경 농산물=유기 농산물이 결코 아니다. 이 세 종류를 나누는 기준은 다음과 같다.


저농약 농산물 : 화학 비료는 권장 시비량의 1/2 이하 사용

                  농약 살포는 농약안전사용기준의 1/2 이하, 살포 시기는 농약안전사용기준 시기의 2배수 적용

                  제초제는 사용하지 않아야 함

                  잔류 농약은 농산물 농약잔류허용기준의 1/2 이하

                      

무농약 농산물 : 유기합성 농약은 일체 사용하지 않음

                  화학비료는 권장 시비량의 1/3 이하 사용


유기 농산물 : 유기합성 농약과 화학비료를 일체 사용하지 않고 재배

               전환기간 - 다년생 작물은 3년, 그 외 작물은 2년



이 세 가지 기준을 한 번 찬찬히 읽어 보시기 바란다. 각각이 많이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으시는지? 그런데 많이 다른 이 세 가지 방식으로 재배한 농산물 모두가 '친환경 농산물'로 분류된다(물론 이 각각의 기준대로 개별 농가들이 양심껏 규정을 지켰느냐의 문제는 여기서는 일단 논외로 한다). 도대체가 뭐 하자는 짓인지 모르겠다. 이렇게 규정했으면 각각의 이름대로 부르고 유통하게 만들면 되지 이걸 왜 '친환경'이라는 허울 좋은 이름으로 뭉뚱그려서 소비자를 우롱하고 있는 것일까? 하여튼 이놈의 나라가 하는 짓이란 당최 이해불가 한 게 한 둘이 아니다.


그나마 저농약 농산물은 2010년부터 신규 인증이 중단되었고, 2013년 법 개정으로 친환경 농산물 항목에서도 빠졌으며, 기존에 인증 받은 농가는 2015년까지만 유효기간 연장이 가능하다. 2016년부터는 어떠한 경우에도 유기합성 농약을 치는 경우 친환경 농산물로 인정 받을 수 없다는 말이다.


그런데 진짜 문제는 이러한 친환경 농산물 인증제도가 과연 제대로 관리되고 있느냐의 문제다. 농약이나 화학 비료의 1/2, 1/3 이라는 사용량에 관한 기준은 있지만 그 기준을 지키느냐 아니냐는 것은 결국 개별 농가의 문제다. 제초제를 쓰든 토양소독제를 쓰든 화학 비료를 쏟아 붓든 "품질관리원"의 관리감독은 형식일 뿐 농부의 양심에 맡겨야 하는 문제인 것이다. 이뿐 아니라 인증제도 자체도 허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한 가지 예만 간단히 언급하고 넘어 가자.


요즘 우리 주변에 소비자생활협동조합 매장이 많이 생겼다. 대표적으로 '한살림'이나 '자연드림' 같은 매장이 그것이다. 이들 매장은 거의 대부분의 품목이 유기 농산물이라고 홍보한다. 실제 이들 매장에는 대부분의 농산물이 유기농 인증 마크를 달고 진열되어 있다. 이들 매장 중 하나에 참외를 납품하고 있는 농가가 있었다. 이 농가는 직전년도에 저농약 농산물로 납품하고 있었는데 다음 해 봄 갑자기 유기농 인증 마크를 달고 참외를 납품했다. 저 위의 규정을 보면 알겠지만 이 농가가 3년 전에 유기농 인정을 신청해두지 않는 한 하늘이 두 쪽 나도 이건 불가능하다. 유기농 인증을 받을려면 반드시 '전환기간'이라는 게 필요하기 때문이다. 기존에 쓰던 화학 비료나 농약의 잔류 성분이 경작지에 남아 있을 것이므로 그 땅에서 잔류 성분이 없어지는 기간을 설정해 둔 것이다. 이것이 전환기간이다. 100% 없어진다고 말하기는 어렵겠지만 어쨌든 이런 규정을 두고 있는 것이다. 딸기나 참외 같은 채소작물은 거의 다 2년의 유예기간이 있어야 가능하다.


그런데 직전년도에 농약과 화학 비료를 사용하던 농가가 이듬해 바로 유기농 인증을 받고 납품을 하다니 말이 되겠는가? 전주에 있는 "품질관리원" 전북지원에 전화해서 문의하니 처음에는 아무런 이상 없다고 잡아떼다가 언제 유기농 인증을 신청했는지 신청서 사본을 제시하라고 하니까 그제서야 '업무상 착오'란다. '한살림'이나 '자연드림' 같은 생협(이들은 자체에 품질관리 담당 부서가 있어 농가를 돌아다니며 어느 정도 관리한다) 매장이 이러할진대 다른 곳은 어떻겠는가?



친환경은 유기농이 아니다.


사태가 이러한데도 우리는 '친환경'이라고 하면 안심하고 먹어도 되는 것으로 생각하기 십상이다. 내가 사는 곳 주변은 취나물이 유명하다. 아마도 전국 취나물 생산량의 대부분이 이곳 고흥에서 재배되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재배된 취나물 대부분이 친환경이라는 마크를 달고 팔린다. 일년 내내 비료와 농약을 주며 키우는 취나물이. 모 영농조합 한 곳은 가락동 농수산물 도매시장에서 잔류농약허용기준을 초과해서 벌금을 물고 일정기간 경매금지 처분까지 받았다고 한다. 그나마 가락동으로 갔으니 검사에 걸릴 일도 있지 친환경이라고 시장 같은 데서 무턱대고 사가서 먹는다면 누가 알 수 있으랴. 잔류농약허용기준 초과한 거 먹는다고 죽지는 않는다는 걸 위안 삼아야 하는가? 친환경 농산물이라고 해서 다 유기 농산물은 아니다.


이제는 소비자가 정신차려야 한다. 제발 '친환경'이라는 도매금에 넘어가지 않도록 하자.


소비자들이 친환경이라고 하면 무조건 안심하게 먹을 수 있는 먹거리로 생각하는 경향이 농후하기 때문에 농가에서는 기를 쓰고 '친환경'이라는 이름을 붙이려고 하는 것이다. 생각해보라. 저농약이나, 무농약이나, 유기농이나 다 친환경 농산물인데 어느 미친 농가가 저농약 농산물 재배한다고 써붙이고 다니겠는가? 진짜 유기농 재배하는 농가는 친환경이라는 말 쓰지 않는다. 친환경은 심하게 말하면 상술일 뿐이다. 상품을 파는 게 아니라 광고를 파는 자본주의적 기업의 판매전략 같은 것이다.


유기농이나 무농약 재배하는 농가도 문제는 많다. 비료 사용의 문제가 그 가운데 하나인데 이건 현재 오로지 농가의 양심에 맡겨져 있는 문제가 되어버렸다. 인터넷 블로그 등에서 친환경이니 유기농이니 하며 농사 짓는 걸 보여주는 경우가 있는데, 자신들은 화학 비료가 아니라 유기질 퇴비를 쓴다며 보여 주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그 유기질 퇴비가 유기농에서 사용금지된 일반 퇴비가 대부분이다. 주로 가축분뇨와 폐목재를 재료로 만들어지는 일반 퇴비는 비소나 크롬 등의 중금속 함유량이 높아서 유기질 퇴비로 인정받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퇴비는 좀 심하게 말하면 요소 비료보다 더 나쁘다. 요소 비료에는 적어도 비소나 크롬 같은 독극물은 들어 있지 않다.




물론 농가 입장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유기농 인증을 받은 퇴비의 가격이 일반 퇴비보다 2배 가량 비싸니 그럴 것이다. 그러나 아닌 건 아닌 것이다. 유기농으로 농사 지을려고 마음 먹었으면 어렵더라도 지킬 건 지키는 게 미래를 위해서 옳다고 본다. 그리고 유기농이나 친환경 인증을 받은 것도 없으면서 시류에 편승해 '친환경'을 외치는 농가들도 좀 사라졌으면 한다. 자기 자신이 먹을 게 아니라 판매를 목적으로 하면서 '친환경'이라는 말을 남발한다면 그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사기 행위'다. 자기가 애써 키운 농작물이 병충해에 쓰러져 가고 있다면 누구나 약을 치고 싶고 비료를 주고 싶다. 하지만 원칙을 세웠으면 그 원칙을 지키는 게 옳다. 한 번이 어려워서 그렇지 그 고비를 넘기면 땅도 알아서 버텨 준다.


이 모든 게 사실은 소비자가 현명하지 못해서 벌어지는 문제다. 자기 눈으로 직접 확인한 게 아니라면 유기 농산물이라고 무턱대고 믿지 말아야 한다. 또한 친환경 농산물이라고 너무 맹신하지 말아야 한다. 친환경이나 유기농은 그 자체로 농산물이 아니라 하나의 상표일 뿐이다. 같은 상표가 붙었더라도 상품의 품질은 제각각일 수밖에 없다. 공장에서 찍어내는 것도 그러할진대 하물며 각기 다른 땅에서 각기 다른 사람이 가꾼 것이니 오죽하겠는가? 친환경이라고 좋아하면서 사 먹고 있는데, 그래서 좋은 거 먹는다는 생각에 행복지수도 높은데 괜히 내가 흥 깨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 그래도 아닌 건 아니니 어쩌겠는가.


친환경 농산물 전성시대를 못마땅하게 바라보는 초보농사꾼의 넋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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