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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보고 듣는 것들/Book

유기농을 누가 망치는가 - 소비자를 위한 유기농 가이드북

by 내오랜꿈 2014. 6.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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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의 한 사람인 농사꾼 백승우는 말한다.

 

 

"유기농산물, 웬만하면 먹지 마시라!"

 

강원도 화천에서 유기농사를 짓고 있는 글쓴이가 왜 이렇게 말할까이것은 유기농산물 소비자들을 향한 농사꾼 백승우의 불편한 속마음을 드러내는 말이다. 유기농 식품을 먹으면 나와 내 가족의 건강이 금새 좋아질 것처럼 생각하는 소비자들을 향한 '조롱' 섞인 표현이기도 하다. 백승우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유기)농산물을 먹는다고 사람이 건강할 것 같으면 세상에 아플 사람이 없다. 건강 문제는 타고난 체질, 생활환경, 생활습관, 마음가짐 등 수많은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한다. (만약 유기농산물을 먹음으로 인해) 진짜로 더 건강해지면, 이 또한 부당하다고 생각한다. 돈이 없어 유기농산물을 못 먹는 사람은 건강까지 잃어야 한다. 정의롭지 않다. 온갖 먹을거리가 난무하는 우리 사회에 유기농산물마저 '건강기능식품'처럼 인식돼서는 안 된다.

 

유기농산물은 소비자보다는 오히려 농사꾼의 건강과 더 긴밀히 연관돼 있다. 소비자가 일반 농산물 대신 유기농산물을 사 먹으면, 농사꾼 누군가는 농약이나 제초제가 주는 직접적인 피해에서 벗어난다. 유기농산물 구매는 남 좋으라고 하는 행위다. 그래서 단순히 내 가족의 건강만 생각해서 유기농산물을 이용한다면, 웬만하면 먹지 마시라는 것이다."

 

그러면 유기농을 하는 농사꾼들을 잘하고 있는 것일까?

 

유기농산물은 일반적으로 관행농으로 생산된 농산물에 비해 비싸게 팔린다. 그런데 원리원칙대로라면 비싸야 할 이유가 있을까? 백승우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부림소로 땅을 갈고 씨앗도 받아서 쓰니 씨앗 값도 안 들고 비싼 화학비료도 안 쓰고 농약도 안 쓰고 제초제도 안 쓰니까 생산비를 낮출 수 있다. 게다가 농가부산물을 활용해서 가축을 기르고, 가축분뇨를 이용해서 거름을 쓰고, 썩어짓기, 돌려짓기, 이어짓기로 땅을 잘 사용하니 병해충도 없고 생산성도 올라가야 한다. 수확한 농산물은 보잘 것 없지만 들어간 것도 없으니 무조건 수익이 나야 한다."

 

물론 현실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다. 텃밭 수준이 아니라 전업농이 이렇게 농사짓다가는 골병들어서 제명에 못 죽는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백승우는 이것을 "시장 속으로 너무 깊숙히 들어왔"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유기농사꾼 스스로 이렇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사실 유기농의 출발점은 '농사'가 아니라 '운동'이었다. 그런데 어느새 '운동'은 저만치 사라지고 '산업'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러한 산업화는 결국 농사꾼과 소비자 모두를 죽이는 길이다. 땟깔 좋고 예쁜 유기농산물을 생산하기 위해 가축분뇨 '팍팍' 뿌려주고, 한겨울에 하우스 안에서 기름보일러 '빵빵'하게 돌려서 생산하는 유기농산물. 이렇게 생산해서 비싸게 팔면 농사꾼도 좋고, 땟깔 좋고 예쁜 유기농산물을 사먹는 소비자도 좋은 것일까? 이게 관행농으로 생산한 농산물과 무엇이 다를까?

 

이 책은 이 지점에서 유기농을 한 번 되돌아보자는 것이다. 물론 키포인트는 아둔하고 미련한 소비자들을 향한 쓰디쓴 유기농 가이드북으로서의 역할이다. 제목을 보면 글쓴이들이 의도하고 있는 바가 무엇인지 눈에 들어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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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우 외, 시금치(2013)


1. 소비자는 어떻게 유기농을 망치는가?  백승우 - 농사꾼


강원도 산골짝 농사꾼 / 애호박의 일생 / 애호박 가격, 그 아찔한 널뛰기/ 유통 상인, 유통기한의 해결사 / 유기농산물은 샛길로 간다 / 애호박 농사로 먹고살 만합니까? / 농사가 힘든 이유 / 비료 팍팍 주고, 농약 팍팍 쳐! 그리고 잘 골라서 보내 / 빼앗긴 들을 되찾기 위하여 / 농사꾼 돼도 안 죽는다 / 소비자 유기농사꾼과 이웃이 되는 9계명

2. 유기농이 대체 뭐길래?   유병덕 - 국제유기심사원

 


유기농은 가치에 붙이는 이름이다 / 유기농을 판별하는 기준을 바꾸자 / 유기농에 들어있는 진짜 좋은 것은? / 유기농 쌀을 예로 본 유기농산물 생산 기준 / 유기농 우유를 예로 본 유기축산물 생산 기준 / 유기농 두부를 예로 본 유기가공식품 생산 기준 /친환경, 유기식품 인증 / 유기농에 대한 오해 5가지

3. 소비를 바꾸면 세상도 바꿀 수 있다   안병덕 - 생협 활동가

 


먹을거리를 생각하다 / 유기농은 맛있다 / 다양성은 착각이다 / 잘못된 선택이 우리를 병들게 한다 / 육식은 나쁜가? /생태계를 파괴하는 먹거리 / 먹거리는 기후 변화를 일으킨다 / 유기농은 생태계를 살린다

4. 유기농으로 자급자족을!

 


소비자가 경험하는 자급의 힘, 도시 텃밭   안철환 - 도시 농부
유기농의 이유, 자족의 철학   유정길 - 환경 운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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